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 오후 6시 총리관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사임 의사를 정식 표명했습니다. 이날 이시바 총리는 서두 발언에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한 뒤에 타이밍에 맞춰 (퇴진을) 결정하겠다고 말해왔다.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은 총재인 나에게 있다고 말해왔다"고 말하며 "미국 관세조치 협상이 미측 행정명령으로 일단 마무리되었다고 할 수 있는 지금이야말로 그럴 만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고 후진에 길을 양보하는 결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로써 이시바 총리는 지난 2024년 10월 총리직에 오른 지 약 1년 만에 물러나게 됐습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지난해 9월 말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아베파 정치자금 논란 등으로 사임한 후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가 2차 투표에서 경쟁자 타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을 물리치고 당 총재직과 제102대 일본 총리직을 이어받았습니다. 총재 및 총리직 도전 5번 째만의 성공이었죠. 그는 취임 8일 만에 중의원을 해산해서 독자적 정권을 수립하고 했으나 10월 7일 선거에서 자민당은 65석을 잃은 대패를 기록했습니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합해서도 215석으로 과반선 233석에 크게 미달했죠. 그럼에도 이시바 자민당 총재는 11월 11일 중의원의 총리 선출 투표에서 221표를 얻어 103대 일본 총리로 다시 취임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올해 7월 총 248석의 참의원 반을 개선하는 선거가 열렸고 이때도 25석을 잃고 공명당과 합해 122석에 그쳐 과반 우위를 상실한 것인데요. 자민당은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 패배로 30년 만에 첫 소수여당이 된 데 이어 올해 7월 참의원 선거까지 연속 패배하면서 1955년 창당 이후 처음으로 양원에서 과반 지위를 잃어 소수당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참의원 패배 후 당내 파벌이 없는 이시바 총리는 당내 각 세력으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았으나 7월 22일 타결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의 실행 등을 이유로 총리직을 유지하며 남은 국정 현안을 마무리하겠다며 이를 수용하지 않았죠. 의회 밖에서는 이시바 총리 사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8월에는 이시바 정권 지지도가 30% 후반을 넘어 40%대에 진입하는 등 오히려 지지도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내 의원들의 사임 압박이 거세져 9월 2일 자민당 양원 의원총회에서 이시바에 대한 퇴진 요구가 분출됐습니다. 아소 다로 전 총리, 이시바 내각의 스즈키 케이스케 법무상 등이 자민당 초재 선거 조기 실시에 찬성 의사를 밝혔고,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어제 총리 관저에서 진행된 면담에서 이시바 총리에게 자발적인 퇴진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총리를 선출하는 중의원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여당이 과반 233석에 많이 못미치는 215석에 그치고 자민당 단독으로는 191석에 불과하면서 '자민당 총재가 곧 일본 총리'라는 공식이 깨질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죠.
현재 자민당 총재 후보로는 지난해 총재 선거 결선 투표에서 이시바 총리와 경쟁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상산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 중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여자 아베'로 불리는 극우 인사라는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죠. 일본 닛케이는 자민당이 이번주 총재 선거 일정을 결정, 10월 초에는 새 자민당 총재가 선출될 것으로 향후 일정을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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