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종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11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본회의 표결 결과 재적 의원 298명 중 177명이 참여해, 찬성 173표와 반대 1표, 기권 1표-무효 2표로 동의안이 가결됐죠.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해,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되는 것에 따른 것입니다.
표결에 앞서 정성호 법무장관은 "권 의원이 2022년 1월 5일 통일교 관계자로부터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 통일교 정책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고 예산 등으로 통일교를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고 서울 영등포구 식당에서 현금 1억 원을 기부 받았단 것"이라며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공여자의 일관된 진술, 다이어리와 문자, 사진 등 객관적 증거로 혐의가 입증된다"고 권성동 의원의 혐의를 의원들에게 설명했습니다. 권성동 의원에게 1억 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윤영호 당시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에 따라 지난 7월 30일 구속된 상황.
권성동 의원은 표결 전 신상발언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사랑하는 국민의힘 의원 여러분, 한 분도 빠짐없이, 저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찬성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는 "1억을 전달했다는 그날은 제가 공여자와 처음으로 독대한 자리였다"며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시라. 어느 누가 처음으로 독대한 자리에서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주고받을 수 있겠냐"라고 말한 뒤 피식 웃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저는 문제가 될 수 있는 돈을 받을 만큼 어리석지 않다. 지금 특검이 손에 쥔 것은 공여자의 허위 진술 뿐"이라며 "전형적인 정치공작이자 정치수사"라는 게 권 의원의 항변이다. 발언을 듣던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에) 사과하라"고 외쳤습니다.
권성동 의원의 발언 직후 약 20분 간 투표가 진행됐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투표하라"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일제히 본회의장을 떠나 로텐더홀에서 '정치보복 불법수사 특검규탄' 피켓을 들었습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체포안 가결은 정치특검과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에 바치는 선물로 이해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죠. 하지만 당사자인 권성동 의원은 표결에 참여했고, 권 의원이 의도적으로 '가'(찬성)라고 적힌 투표용지를 접지 않은 채 투표함에 넣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죠.
그런데 이날 표결에서 나온 반대표 1장이 미스터리로 남았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하며 더불어민주당과 다른 야당 의원들만 참여한 가운데, 권성동 의원 본인은 찬성표를 던진 상황에서 과연 누가 반대표를 던진 것인지가 회자된 것이죠. 윤석열 정부 때 권 의원과 충돌했던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쪽에서 반대표가 나왔을 가능성도 크지 않구요.
현직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가 아니면 회기 중 체포되지 않는 불체포특권이 있습니다. 하지만 권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51명은 2023년 3월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라며 불체포특권 포기서약에 공개 서명했었죠. 권성동 의원의 의원직은 재판 결과나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유지되지만, 이번 동의안 가결로 권 의원은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게 됐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