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경복궁을 유린한 정황이 낱낱이 공개됐습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교흥 의원이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부부는 2022~2025년 재임 기간에 총 12번에 걸쳐 궁능 유산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가운데 부부가 함께 참석한 공식행사 일정도 있었으나, 비공식 방문도 있었죠.

그 중 눈길을 끄는 방문이 몇 개 있었는데요. 첫 번째는 2023년 3월 5일 두 사람이 경복궁 관람 마감 시간인 오후 5시께 사전 연락 없이 경복궁을 방문했을 때입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근정전과 일반인 통제구역인 경회루 2층, 향원정, 그리고 건청궁에 차례로 들렀죠. 이 중 건천궁은 경복궁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곳으로, 조선 26대 임금 고종(1852~1919)과 명성황후(1851~1895)의 집무·생활공간이었습니다. 1895년 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이 벌어진 장소로도 유명하죠.

건청궁은 특별 관람을 제외하면 내부 관람이 제한돼 문이 닫혀있습니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 부부는 건청궁 앞에 도착해 "문을 열라"고 지시했다고 하죠. 이어 두 사람은 명성황후가 사용했던 침전인 곤녕합에 들어가 동석자 없이 10분 가량 머물렀다고 합니다. 두 사람이 명성황후의 침실에서 국가유산을 훼손했을지, 어떤 행위를 했을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죠.

두 번째는 김건희 여사가 2023년 9월 12일 휴궁일에 경복궁을 비공개 방문했을 때인데, 이날 김건희 여사가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국보 223호 근정전 안에 들어가 임금이 앉는 의자인 어좌(용상)에 앉았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이 어좌에 앉은 적은 없었죠. 주진우 시사인 편집위원은 22일 유튜브 방송 '주기자 라이브'에서 김건희 여사와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등이 경복궁 흥례문에 함께 서 있는 사진을 공개했는데요. 이 전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에게 인사 청탁과 함께 금거북이를 건넨 '매관매직' 의혹으로 특검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사진 속에는 이날 두 사람을 수행했던 정용석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당시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실 선임행정관), 황성운 전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 최응천 전 문화재청장의 모습도 확인됐습니다. 정 사장은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 출석해 이날 상황에 대해 추궁을 받았고 '이 전 위원장의 권유로 김 여사가 근정전 어좌에 앉은 것으로 기억된다'고 인정한 바 있습니다. 또한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이날의 경복궁 상황실 관리 일지를 보면, 김건희 여사는 일지에 'VIP(통상적으로 대통령을 지칭)'로 표기돼 있었다고 하죠.

이 비공개 방문 당시 김건희 여사가 입은 옷도 화제가 됐습니다. 김건희 여사는 명품 브랜드 크리스티앙 디오르 재킷을 입었는데요. 이 재킷은 그해 봄·여름 컬렉션으로 발매된 반소매 데님 재킷으로 추정되며, 판매 가격은 380만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네티즌들은 "국민들 앞에선 에코백 들고 쇼를 하더니 비공개 행사에서는 명품을 휘감고 다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죠.

일찍이 김건희 여사는 2024년 9월 3일 종묘 망묘루에서 차담회를 열고 조선 왕실의 신주를 모신 신실을 둘러본 것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이 당시 망묘루에는 냉장고가 설치됐고, 폐회로텔레비전(CCTV)은 꺼둔 것으로 드러났죠. 2022년 단 한 차례도 고궁을 찾은 적 없던 김건희 씨는 2023년 1월부터 갑자기 고궁을 찾는 횟수가 늘기 시작해, 같은 해에만 모두 다섯 번이나 고궁을 방문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단순 관람 목적의 방문이어서 문화재 사적유용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