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고는 없었다'... 대한민국, 32강 토너먼트 진출 좌절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여정이 멈춰섰습니다. 28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예선 K조 3위가 콩고민주공화국(승점 4점)으로 결정되면서 한국의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습니다.
지난 25일 1승 2패 승점 3점, A조 3위로 조별리그를 마무리지은 한국 대표팀은 12조 중 8팀까지 조 3위 진출이 가능하기에 조별리그 최종전 일정 마지막까지 타 팀의 결과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C조의 스코틀랜드가 한국보다 낮은 성적을 확정했기에 남은 9조 중 세 팀만 더 하위 성적이 나오면 한국은 32강전에 진출할 수 있었죠.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사상 초유의 '빙고 축구'를 벌인 한국은 28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있었던 K조 최종 3차전에서 콩고민주공화국이 우즈베키스탄에 3-1 역전승을 거두면서 남은 J조 최종전 결과와 무관하게 본선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습니다.

홍명보호는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멕시코·남아프리카공화국·체코와 묶이면서 이른바 '꿀조'라고 불리는 A조에 배정을 받았습니다. 개최국인 멕시코가 있긴 하지만 유럽 예선을 힘들게 뚫고 오며 이미 힘을 많이 소비한 체코와, 아프리카 팀 중에서도 약체로 평가받는 남아공이었기에 각 팀들의 객관적인 전력, 거기다 A조 중 이동 거리가 가장 짧아 컨디션 조절 부분에서도 가장 유리해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죠.

한국은 손흥민·김민재·이강인 등 공격·수비·중원 포지션에 모두 월드클래스급 선수들이 포진해 있어 '황금 세대'들에 의한 사상 최강 전력이라는 평을 받아왔습니다. 역대 최다 유럽파, 핵심 자원의 전성기 진입 등 선수단 전력의 긍정적인 요소가 충분했죠. 또한 역대 최초 48개국 체제로 열려 토너먼트 진출 문턱이 낮아졌다는 점도 한국의 본선 진출 가능성을 유력하게 점칠 수 있는 이유였습니다.
감독 선임 과정부터 조별예선 과정까지... 결국 문제는 홍명보 감독

하지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부터 논란을 야기시켰던 홍명보 감독이 결국 화근이 되었습니다. 체코와의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긴 했지만, 조별리그 세 경기동안 전술 변화없이 동일한 전술을 바탕으로 경기를 펼쳤고, 32강 진출이 걸린 마지막 남아공전에서는 '에이스'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용병술을 선보이며 무득점 패배를 당했죠. 실점 후에도 그저 수비적인 전술로 일관하며 공격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박지성·이영표 등 전 국가대표 출신 해설위원들이 "전술이나 계획, 약속된 플레이가 전혀 없었다. 승리할 생각이 있나"라고 답답해 하며 쓴소리를 뱉었을 정도.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이 기록한 득점은 1차전이었던 체코전의 2골이 전부입니다. 나머지 2경기는 모두 무득점 패배인데, 이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2골과 동일한 수치. 하지만 프랑스 월드컵 때 한국은 멕시코 네덜란드, 벨기에와 같은 조였습니다. 조 편성부터 선수단 구성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보였던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문제는 결국 홍명보 감독.

남아공전에서 충격패를 당한 이후 베이스캠프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홍명보 감독은 "이게 왜 갑자기 이런지에 대해서 조금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다. '답은 이거다'라고 지금 저희가 (원인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며 참담한 경기력의 원인을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선수들이 그 안(경기장)에서 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거는 감독의 책임"이라며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 하다가도 굳이 "김승규가 멕시코전에서 실수했을 때도 선수가 아니라 준비시키지 못한 감독을 탓하라고 했다"면서 멕시코전의 치명적인 실책을 한 골키퍼 김승규를 따로 언급하는 모습도 여론의 눈총을 받았구요.


박지성 JTBC 해설위원은 북중미 월드컵 K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콩고민주공화국이 승리를 거두며 한국의 탈락이 결정된 뒤 "어쩌면 우리는 몇 년 전부터 이 결과를 예상했을지도 모른다.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 돌아봐야 하는 이 순간이 비참하다"며 "우리가 어떻게 월드컵을 준비하고, 한국 축구의 발전을 해나가야 하는지 10년 동안 배우고도 또 까먹었다. 이런 반복적인 일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직격했습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도 조별리그 J조 아르헨티나-요르단전을 현장 중계하기 직전 "과거엔 우리가 지더라도 독일을 이기면서 진다든가(2018년), 포르투갈 이기고 16강 가는(2022년) 그런 거였는데, 마지막 경기를 거의 대한민국 21세기 들어 월드컵 본선에서 정말 가장 무기력한 경기로 지고 탈락하니까 정말 힘들다"고 말했죠.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과 조현우,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 백승호, 김문환, 이강인, 설영우 등 선수 8명이 현지 시각으로 28일 멕시코 과달라하라를 출발해 미국을 경유, 한국 시각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라고 밝히며 "별도 귀국 행사는 없다"고 알렸습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이번과 마찬가지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무 2패로 조별리그를 탈락하고 돌아온 뒤 있었던 귀국행사에서 축구 팬들에게 '엿'을 맞은 기억이 있었던 것일까요? 그러한 가운데 홍명보 감독의 거취가 여론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홍명보 감독의 계약이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로 알려져 있기 때문. 과연 남아공전이 끝난 뒤 "모든 책임은 감독인 내게 있다"는 말을 행동으로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물론이고 여·야 막론 정치권까지... 홍명보 책임론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X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글을 공유하며 "능력보다 네 편 내 편을 더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전임 명예 프로축구단장이자 심정적 붉은 악마로서 예상 밖 결과에 당황을 넘어 황당함을 느낀다"며 "결국 인사가 만사임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고 말한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을 허탈하게 한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는 조직과 인사의 실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월드컵 출전에도 많은 국민 혈세와 국가적 지원 역량이 투입되는 만큼 문체부에서 이번 사태의 정확한 상황, 원인 분석, 재발 방지와 개선을 위한 대책을 꼼꼼하게 챙겨 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홍명보 감독을 향한 정치권에서의 책임론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은 "홍명보 감독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다. 이제는 대한민국 축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지휘봉을 내려놓아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절차도, 책임도, 반성도 없는 대한축구협회에서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축구의 가장 큰 적은 상대 팀이 아니다. 카르텔과 무원칙, 그리고 책임지지 않는 대한축구협회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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