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야구부, 6개월 출전 정지 '중징계'

혐오와 조롱의 대가는 컸습니다. 경기 중 응원가를 개사해 상대팀에게 혐오성 조롱을 한 서울 배재고등학교(이하 배재고) 야구부에게 중징계가 내려졌습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긴급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배재고 야구부에게 전국대회 6개월 출전정지를 결정했습니다.

사건은 29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던 광주제일고등학교(이하 광주일고)와 서울 배재고등학교의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경기에서 발생했습니다. 8회초 6-2로 앞서고 있던 배재고 덕아웃에서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라는 응원 구호가 들려온 것이죠. 다수의 배재고 선수들은 해당 응원구호에 맞춰 율동까지 함께 했구요.

이는 고교야구에서 주로 사용되는 응원구호인 '가야지, 가야지, 안타치고 가야지'에 상대팀이 광주광역시 소재의 고교인 점에 착안해 지난 5월 스타벅스가 '5·18 탱크데이' 마케팅을 벌였다가 논란이 된 것을 결합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논란으로 인해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대국민사과를 할 정도로 파장이 컸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외친 명백한 혐오성 조롱이었죠. 뒤이어 배재고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과문은 심지어 제미나이 AI를 사용해 만든 것이었습니다.
불꽃야구2 방송 취소, 총동창회 사과... 혐오와 조롱은 가볍지 않다

자기네끼리 낄낄거리며 재밌다고 한 번 외쳐본 것이었겠지만, 그 여파는 컸습니다.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은 서울 송파구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방문해 항의서한을 제출했고, 야구예능 '불꽃야구2' 측은 지난달 이미 촬영을 마쳐둔 배재고 편의 방송 취소를 결정했습니다. 배재고 앞에는 수많은 근조화환들이 놓였죠.

배재고 총동창회에서는 "참담한 심정으로 깊은 유감과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입장문을 발표했고, 권오영 배재고 감독 역시 "무조건 죄송하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배재고 측은 광주일고를 직접 찾아가 사과하겠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광주일고 측은 아직 사과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시간을 요청했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스포츠공정위원회는 1일 오후 소집한 회의에서 KBSA 주관 대회 6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결정했습니다. 공정위 측은 "이번 사안을 스포츠 정신에 반하고 경기장 질서를 문란하게 한 사안으로 판단했다"며 해당 징계에 대한 배경을 밝혔죠. 또한 팀에 대한 징계와는 별도로 지도자 및 선수에 대한 징계는 심사숙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출전제한 기간 중 면밀한 조사를 진행해 대상자를 특정하여 해당 기간 내 스포츠공정위원회를 다시 개최하여 심의하기로 결정했죠.

이에 따라 2일 순천효천고와의 2차전을 앞두고 있던 배재고는 현재 참가 중인 청룡기에서 자동 탈락 처리가 됐고, 사실상 올 시즌 전체가 끝났습니다. 당장 대학 진학이나 신인 드래프트를 노려야 하는 3학년 학생들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학교폭력은 아니기 때문에 규정에 의해 입단이 원천 제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프로 구단 입장에서는 사회적 물의를 빚은 선수들을 지명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상황. 또한 하반기 출전 정지로 인해 기량을 선보일 기회도 박탈당했구요.
정치권·교육계·야구계 갑론을박... 과연 중징계 과도할까?

이번 중징계를 두고 정치권에서까지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야권은 이번 징계 결정에 일제히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였죠.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18민주화운동을 비하하는 구호를 외친 행위는 분명 부적절했다"면서도 "잘못에 대해서는 따끔한 교육과 지도가 필요하지만 아이들의 꿈을 꺾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며 징계 재검토를 요청했습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역시 "6개월 정지면 학생들은 프로로 진출하거나 진학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학생들에게 사회적 낙인을 찍어서는 안된다"고 했죠.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방송에서 탱크로 밀어버려야 한다고 말한 성인 방송인 최욱 씨도 사과만 하고 방송 계속 중이고, 스타벅스도 영업정지를 안 당했다"며 "어린 학생들에게 6개월 출장정지를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적었는데요. '사학재벌의 딸'인 나경원 의원 역시 "과연 합당한가. 스벅 가는 자유도 뺏더니, 아이들 꿈마저 빼앗나"라며 "이것이 이재명 정권 치하의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개탄스럽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배재고를 향해 "학생 선수들이 먼저 배워야 할 것은 기량이 아니라 품격"이라고 꾸짖으며 "학생 선수들이 스포츠의 공정성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품격 있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 운동부 전반을 두루 살피겠다"고 밝혔고,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서울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으로서 광주제일고 학생선수와 학부모, 동문 여러분, 그리고 역사적 아픔을 간직한 광주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필요한 교육적 조치가 원칙과 절차에 따라 책임 있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상고 3학년 야구선수였던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학생 선수들이) 인성 교육들 이런 것들은 같이 배우지 못하고 왜 야구 기술만 배우려고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하면서 "지도자들은 그게 딱 나왔을 때 바로 제지를 하지 못한 부분은 정말 깊이 반성을 해야 된다고 본다"고 꼬집었고, 광주 출신의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은 "광주는 당연한 약자였기 때문에 조롱의 대상이 되어 왔다. 광주를 향한 조롱에는 아무런 책임이 따르지 않았고, 오랜 시간 방치돼 왔다"고 지적하며 "광주 사람들이 기댈 수 있었던 것은 김대중과 해태뿐이었지만, 결국 이마저도 조롱의 대상이 됐다. 광주는 한 번도 동등하게 대우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요? 해외에서는 혐오와 조롱에 관해선 비록 청소년이라 할지라도 '무관용 원칙'으로 단호하게 대처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지난 2021년 미국 캘리포니아 고교농구 대회 결승전에서 백인 위주인 우승 팀이 라틴계가 많은 상대 팀을 향해 멕시코 빵 토르티야를 던졌다가 우승을 박탈당했고, 같은 해 영국 포츠머스 유소년 선수들은 메신저를 통해 유로2020에 출전한 잉글랜드 대표팀 흑인 선수들을 조롱했다가 즉시 방출됐죠.

일베를 비롯해 야권, 우익 진영에서는 '사회적 낙인'을 찍으면 안된다고 말하지만, 반대로 저는 이번 배재고 사태를 일벌백계하여 조롱과 차별, 혐오를 하면 어떤 결과가 주어지는지 모두가 알게 되었으면 합니다. 특히나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만연한 일베 용어의 사용 및 극우화에 경각심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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