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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통합진보당 사태에 크나큰 충격을 받고, 게다가 전공 실기시험 시즌까지 겹쳐서 블로그에 한참동안 포스팅을 못올리고 있었는데...바로 전날 시험을 앞두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뉴스기사를 발견하고 잠시 글을 적어보게 되었습니다. 오늘자 문화일보의 기사 중 '40代 개신교 대학원생, 연등 전선 '싹둑싹둑'이라는 기사를 접했는데요. 진짜..부끄럽기 짝이 없네요. 간단히 기사 내용을 말씀드리자면, 모 개신교 대학원에 재학중인 노모씨(43)가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연등이 설치된 4월 28일부터 5월 27일까지 약 한 달간 매일 교회 근처의 연등 전선을 끊던 것을 연등을 설치한 전기시공업체 직원이 교회 근처에 잠복 끝에 현장에서 붙잡아 현행범으로 경찰에 넘겨졌다는 내용입니다.
저 역시 교회를 섬기는 개신교인이지만, 정말...이런 행동을 하는 개신교인들을 참 이해할 수가 없네요. 물론 연등이 달리고 하는 걸 적극 환영하고 그런건 아닙니다. 이건 제가 개신교인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사고방식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최소한 타 종교를 존중하려고 노력합니다. 내가 믿는 종교에서의 종교관에 따르면, 타 종교인들은 내가 전도하고 구원받게 이끌어야할 대상이지만, 그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고 '나만 맞다, 너는 틀리다'하는 접근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거든요.
역지사지로 반대쪽 입장이라면, 저 역시 타 종교인들에게는 구원해줘야 할 대상이지 않을까요? 내가 정말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고, 진심을 이끌었을 때 나와 뜻이 같아지는 것은 좋지만, 과연 이토록 독선적이고 오히려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사람들이 과연 타인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요? 그런 사람들이 개신교 대학원을 다니니..
우선 전기시공업체는 뭔 잘못입니까? 과연 저 노모씨가 전기시공업체에게 금전적인 손해를 끼칠 합당한 자격이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반대로 생각해 봅시다. 365일 불을 밝히는 십자가를 불교계에서 '거부감이 든다, 보기 싫어도 볼 수 밖에 없다'며 해코지를 한다면 과연 개신교에서는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제가 알기론 '사탄이 역사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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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지난 2007년 분당 샘물교회의 아프간 선교 피랍사건이 일어났던 것이겠지요. 정부가 위험지역이라고 그토록 말렸음에도 종교활동을 방해한다며 굳이 출국을 강행하여 선교활동을 벌이다 피랍되자 국가에 울며불며 아우성을 치며 살려내라고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결국 두 명이 '순교'하자 외교통상부가 재외국민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사건. 국민의 세금으로 엄청난 석방금이 들어갔죠.
또한 사지에서 살아나온 피랍자들은 아프간에서도 멀쩡히 웃는 표정으로 사진을 찍히고, 입국하던 당시 그들의 손에 들려있던 면세점 가방. 그리고 한국에 들어오는 순간 급변한 그들의 침통한 표정. 비슷한 시기에 소말리아에서 해적에게 피랍된 마부노호의 한국 선원들은 샘물교회 덕분에 알려지지도 주목받지도 못하는 힘든 상황에서 173일만에 겨우겨우 국내로 돌아올 수 있었죠. 그 뒤 샘물교회 피랍자들은 <아프간의 밀알>이라는 책을 발간하여 자신들의 피랍 상황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여 여론의 비난을 사기도 했습니다.
우리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을 순 없는 걸까요? 성탄절이 되면 불교계가 기독교계를 축하해주고, 석가탄신일이 되면 기독교계가 불교계를 축하해주고..얼마 전 비구니 정율 스님이 명동성당에서 '아베마리아'와 자신이 직접 가사를 쓴 찬불가인 '향심'을 불렀는데요. 천주교·불교·원불교 여성 수도자들의 음악모임인, 세 사람이 웃는다는 뜻의 '삼소 음악회'라는 모임에서는 이렇게 종교간 장벽을 허무는 활동에 앞장을 서고 있다고 합니다. 자신만 옳다는 생각과, 그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는 행위에 대한 깊은 생각이 뒤따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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