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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역사 교과서, 내가 알던 역사를 모두 잃어버리는 기분

자발적한량 2013.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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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와 반공의 망령이 되살아났다, 뉴라이트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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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렸을 적부터 역사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았습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역사에 대한 관심 자체가 많았습니다. 역사 선생님을 꿈꾸기도 했지요. 어렸을 적 부모님께서 만화책을 절대 못보게 하셨었는데(태어나서 처음 읽은 만화책은 중3 때 읽은 아이즈), 유일하게 허락됐던 만화가 금성출판사에서 나온 1993년판 <한국의 역사>였습니다. 원래 어릴 때 만화책 무진장 읽고 싶어하잖아요? 그런데 부모님이 못 읽게 하니...유일하게 읽을 수 있었던 <한국의 역사>를 표현 그대로 '닳을 때까지' 읽어댔습니다. 덕분에 역사 수업시간에는 배우는 내용에 대한 만화컷이 필름처럼 뇌리를 스치더군요.


사진=MBC 캡처


전 나름대로 역사를 올바르게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보수 측의 표현대로라면 '좌편향된 교육을 시키는' 전교조 출신 교사에게 배우지도 않았고, 일베 측의 표현대로라면 '국뽕'을 맞은 국수주의 성향의 교사에게 배우지도 않았습니다. 근현대사를 배울 때도 역시 박정희 정권 시절의 명과 암을 균형있게 배우는 등 정치적인 색채가 가미되지 않은 올바른 역사 교육을 받았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왜곡된 시선의, 정치적 색깔이 한껏 가미된 그러한 교과서로 역사를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한국현대사학회가 집필한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가 검정심의 본심사를 통과한 것입니다. 이 교과서를 만든 한국현대사학회는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이 이끄는 곳입니다. 저는 한국현대사학회를 한국판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자, 이 교과서의 본심의 통과를 MB정권의 '역사 우향우'의 결정판이라고 생각합니다.



뉴라이트의 논리1 - 북한보다 '위대한' 대한민국

현대사학회와 아산정책연구원이 주관한 학술회의에서 나온 기존 교과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로 "적어도 북한에 대해서는 확실한 체제 우월성이 있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중심에 놓고 긍정적 정체성을 키워줘야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는 서술이 될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과연 기존의 교과서로 역사를 배운 학생들이 이러한 점을 모를까요? 해방 직후 일본이 남겨둔 공업시설 등과 중공·소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북한이 일시적 우위로 체제적 우월성이 있는 듯 보였지만, 이내 세계적인 공산주의의 몰락과 김씨 일가의 독재에 의한 문제점들로 말미암아 대한민국은 자타공인 북한에 체제적 우월성을 입증했습니다. 이것이 기존의 교과서로 배운 제가 생각하는 것인데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중심에 놓고 긍정적 정체성을 키워준다'라고 쓰고 이승만부터 군사독재정권을 거쳐 문민정부 직전까지 내려온 '반공'의 이데올로기를 찬양한다라고 읽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어느 면으로보다 쉽게 입증될 수 있는 부분을, 지금도 충분히 긍정적 정체성을 갖을 수 있는 교과서를 이러한 내용으로 비판한다는 것이 되려 꼬여서 들리네요.


사진=MBC 캡처


뉴라이트의 논리2 - '건국대통령' 이승만을 찬양하라

또한 "기존의 교과서들이 온건론에 속하는 실력 양성, 외교 독립운동에 대해서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홀대하거나 폄하한 반면, 무장 독립전쟁이나 의열 투쟁은 호평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일단 이 말을 이승만연구소 연구교수가 했다는 것이 함정이네요. 지극히 김구 선생보다 상대적으로 독립운동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못하는 이승만을 염두해두고 나온 발언이라 보이는데요. 어느 면으로 보나 열세였던 독립군이 당시 동아시아 지역을 휘젓고 다니던 일본군에게 뼈아픈 패배를 남겼고, 윤봉길 의사의 훙커우 공원 의거 등에 대해 장제스까지도 "중국의 100만 대군도 하지 못한 일을 조선의 한 청년이 했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말할 정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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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이 말한 실력 양성, 외교 독립운동. 실력 양성은 명분상 꼈다고 보고요. 이승만의 업적이라 할만한 바로 이 외교 독립운동. 광복 후의 이승만의 모습을 빼고 독립운동가로서의 이승만을 평가한다고 쳐도 과연 이승만의 외교 독립운동의 긍정적 결과를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을까요? 글쎄요. 사회주의 노선에서 주로 무장투쟁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딴지를 건다고 생각할 수도 있구요. 좀 까놓고 제 생각을 말해 보자면 독립운동가의 면모로 봤을 때 전 이승만과 김일성을 유사성이 많다고 봅니다. 첫번째로는 독립운동을 하긴 했으나 기여가 별로 업다는 것이구요. 두번째로는 후대에 열성 지지자들이 왜곡해서 치적을 강조하며, 다른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깎아내린다는 것이죠.


자, 이쯤에서 이런 얘기는 끝내고 교과서의 내용을 살펴보죠.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현재 이 포스팅에 올려있는 교과서 사진은 검정을 받기 전의 대안교과서임을 밝혀둡니다. 실제 내용도 일부 다를 수 있겠죠. 하지만 그동안 일관적인 견해를 보이고 이를 주장해 온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 예상이 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미리 언급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네요.



일제의 조선통치 논리 부활? '식민지 근대화론'

우선 이번 교과서에는 '식민지 근대화론'이 등장합니다. 이래서 뉴라이트를 과거 친일파만도 못하다고 해도 문제가 없는 건데요. 일제가 조선의 지배에 대한 정당성을 만들기 위한 논리와 일맥상통하는 주장입니다. 교과서에서는 일제 강점시 시대에 대해 '그 시기는 억압과 투쟁의 역사만은 아니었다. 근대 문명을 학습하고 실천함으로써 근대국민국가를 세울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두텁게 축적되는 시기이기도 하였다.'라고 쓰여있습니다. 길게 말 하고 싶지도 않네요.




김구·안중근·김좌진은 '테러리스트', 명성황후는 '민왕후'...혹시 어느 나라 사람이세요?

그리고 김구 선생에 대한 항목에서는 '항일테러활동을 했고 대한민국 건국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언급하여 그를 일개 테러리스트로 격하하는가 하면, 명성황후는 민왕후라고 격하했습니다. 이건 뭐...일본에서 만든 교과서인가요? 일본의 시선으로 봤을 땐 김구 선생의 무장투쟁이 테러가 맞지요. 물론 '테러'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폭력을 사용하여 적이나 상대편을 위협하거나 공포에 빠뜨리게 하는 행위' 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김구 선생이 윤봉길 의사에게 마지막으로 한 당부를 살펴보면 "일을 실행함에 있어서는 어디까지나 신중히 해야 할 것이고 결코 왜놈 이외의 각국 인사에게 해를 가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다"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침략 책임자만을 공격하고 처단하라는 주문"으로 한국 독립운동사에 나타난 의열투쟁이 흔히 말하는 테러와 다른 점입니다. 이 외에도 김좌진, 안중근 등을 테러리스트로 보고, 종군 위안부를 '성매매업자', '자발적인 경제단체'로 보고 있습니다.



5.16은 곧 죽어도 혁명이다!

끝이 아닙니다. 광복 후로 넘어오면  '5.16 쿠데타'를 '5.16 혁명'으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5.18 광주항쟁'으로 표기했죠. 아니, 각 부처 장관들의 청문회에서 5.16에 대한 역사인식으로 호되게 당한 것이 무색합니다. 무력으로 합법적인 정부를 무너뜨린 5.16을 혁명이라고 표기하다니...이건 정말 도가 지나친 역사왜곡입니다. 해도해도 너무하네요.



마지막 조선총독 아베 노부유키의 예언

슬픕니다. 제가 알던 역사를 모두 잃어버리는 기분이네요. 이 교과서에 '일베가 강력추천합니다'라는 인증 마크를 새겨놓으면 딱 격이 맞을 것 같네요. 이 친일적 시선과 독재를 옹호하는 시선으로 뭉쳐진 교과서를 자라나는 대한민국의 학생들이 배우게 되는 것을 지켜만 봐야 하는 것인가요? 문득 민족말살정책을 완성한 일제의 마지막 조선총독인 아베 노부유키의 말이 생각납니다.

우리는 패했지만, 조선은 승리한 것이 아니다.

내 장담하건데, 조선국민이 제 정신을 차려 찬란하고 위대했던 옛 조선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이라는 세월이 훨씬 더 걸릴 것이다.

우리 일본은 조선국민에게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놓았기 때문이다. 결국 조선 국민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보라! 실로 조선은 위대했고 찬란했지만 현재 조선은 결국 일본 식민 교육의 노예로 전락했다. 그리고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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