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탈출을 꿈꾸며/일본

[도쿄여행#11] 천황이 사는 황거(고쿄)와 고쿄가이엔 그리고 도쿄역

자발적한량 2015.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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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여행기 첫째날

도쿄여행기 둘째날

도쿄여행기 셋째날



셋째날 아침, 지하철을 타고 가스미가세키역에서 내렸습니다.

이 곳은 일본의 대표적인 행정중심지입니다. 외무성, 농림수산성, 환경성, 후생노동성, 자치성, 재무성, 문부과학성, 경제산업성, 법무성을 비롯해 최고검찰청, 도쿄고등검찰청, 도쿄지방검찰청, 도쿄고등법원, 공안심사위원회, 공안조사청, 공정거래위원회, 경시청, 국세청, 금융청, 문화청, 특허청 등 온갖 기관이 모두 모여있는 관청가 지역이죠. 메이지 시대 당시 이 지역에 대화재가 나 전소된 이후 외무성과 해군성 등이 온 것을 계기로 행정기관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가스미가세키'는 관(官)과의 관계를 뜻하는 대명사로 쓰이죠. 서울·과천·세종시에 정부청사가 나뉘어져 있는 한국보다 좀 더 밀집되어 있죠? 게다가 법원까지. 가스미가세키 서쪽의 나가타초에는 일본 국회의사당, 수상관저, 국회도서관 등이 모여 있습니다. 가스미가세키가 '행정1번지'라고 한다면, 나가타초는 '정치1번지'가 되겠네요.



전날 메이지신사역에서 코인락커 때문에 시간낭비에 마음고생까지 호되게 겪은터라...이번엔 아예 코인락커 영수증과 키넘버를 사진으로 찍어뒀습니다. 어휴 메이지진구역에서 겪었던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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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지하철에서 마주한 대위기, 메이지 천황의 저주?



조깅하는 사람들을 무척 많이 볼 수 있는 장소입니다. 겨울에 왔을 때도 여름에 왔을 때도 언제나요. 도쿄 중심부에 위치한데다가 풀밭도 잘 조성되어 있고...해자 등이 있어 분위기가 러닝코스로는 제격이죠.


자, 이제 본격적으로 이 곳의 이야기를 시작할텐데요. 그 전에 한가지 언급을 해두겠습니다.

일본어로는 '덴노'라 부르는 일본 천황에 관한 문제인데요. 한국에서 꽤 많은 분들이 천황이라는 호칭을 쓰지 않고 대신 '일왕'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죠. 제가 일본의 군국주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도, 친일사상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전 '천황'이라는 호칭을 중국의 '천자', 이란의  '샤', 러시아의 '차르'와 같이 하나의 고유명사로 봐야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포스팅 전반에 걸쳐 '일왕'이라는 호칭이 아닌 '천황'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겠음을 미리 고지하고자 합니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간 뒤 사진이지만 장소의 설명을 위해 먼저 보여드립니다. 이 자리가 과거 에도성이었음을 알려주는 안내판입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세운 에도 막부 당시 쇼군이 살았었고, 메이지 유신 이후 황실의 거처로 이용되고 있는데요. 바깥 외성 전체의 면적은 세계 최대라는군요. 현재 불리는 이름은 황거(皇居). 일본어로는 고쿄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고쿄라고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구글어스에 세계 랜드마크 중 하나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가치가 2,188억1,000만엔이라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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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의 이름은 '사쿠라다몬'. 이 곳 고쿄에 올 때 항상 이쪽으로 들어가곤 합니다. 1961년 국가 중요문화재에 지정되기도 한 문인데요. 문 안쪽에 작은 광장은 전쟁시 병사들의 대기장소이자 적을 끌어들여 포위, 섬멸하던 곳입니다. 이곳에서 일어났다고 알려진 역사적인 사건이 두 개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1860년 있었던 사쿠라다몬의 변(桜田門の変). 미·일 수호 통상조약을 독단적으로 처리하고 다이로인 이이 나오스케가 존왕양이파 등 자신의 반대파를 숙청한 안세이 대옥(安政の大獄) 등으로 불만을 품은 미토 번 출신의 무사들에게 사쿠라다몬 밖에서 암살을 당한 사건이입니다. 바쿠후(막부) 체제를 유지하려고 애쓰던 그의 암살 이후 에도 막부는 급속도로 붕괴해갔고, 결국 메이지유신으로 1967년 11월 9일 제15대 쇼군인 도쿠가와 요시노부가 메이지 천황에게 통치권을 반납한 타이세이호칸(대정봉환)을 통해 에도막부가 무너지게 되죠.



두 번째는 바로 1932년 1월 8일 이봉창 의사가 히로히토 천황을 겨냥해 수류탄을 던진 사건입니다. 사쿠라다몬 밖에서 기다리던 이봉창 의사는 요요기 연병장에서 열린 육군 신년 관병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천황의 행렬에 첫 번째 수류탄을 던졌으나 궁내부대신 이치키 기토쿠로 남작의 마차를 천황의 마차로 착각한 것이었습니다. 이윽고 두 번째 수류탄을 던졌지만 불발이 됐죠. 폭탄을 던진 것이 조선인인 듯 하다는 보고를 받은 히로히토가 미소를 지으며 "아마도 독립운동가일 것이다"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이야기하면 이봉창 의사의 의거는 이곳 사쿠라다몬(앵정문) 앞에서 일어난 사건은 아닙니다. 사쿠라다몬에서 대각선으로 1km 정도 떨어진 경시청 현관 앞 삼각형 정원 지점인데요. 일본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시청 앞에서 천황에 대한 암살 시도가 벌어졌다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최대한 사건을 은폐하고자 근처 사쿠라다몬을 갖다 붙인 것입니다. 현재야 이렇게 쉽게 사쿠라다몬에 접근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엔 일반인들이 이렇게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웠죠. 이봉창의사기념사업회가 이러한 내용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그래서 위에 이곳에서 일어났다고 '알려진'이라고 언급을 했죠.



해자로 둘러쌓인 고쿄. 에도 바쿠후의 본거지였던만큼 수비가 삼엄했겠죠? 바쿠후 말기에는 해자가 오물로 가득차서 해자 주변에 살고 있던 새들마저 떠나가버릴 정도였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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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다몬을 지나 드넓게 펼쳐지는 광경이 있는데요. 바로 고쿄가이엔(皇居外苑)입니다. 말그대로 황거의 바깥 정원이라는 뜻이죠. 원래 황실의 정원이었는데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국민공원으로 일반에 공개하기로 방침을 정해 1949년 개원했습니다. 넓은 잔디밭과 많은 곰솔나무가 심어져 있네요. 



이 곳의 소나무들은 '분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척이나 잘 다듬어져 있습니다. 소나무의 형태를 보면서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은 'This is Japan'. 정말 어쩌면 소나무들을 이렇게 관리해둘 수가 있을까요...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말이죠. 잔디가 푸른 사진은 여름에 찍은 사진이고, 잔디색이 바랜 사진은 겨울에 찍은 사진이네요.



소나무 관리하는 분 여기 있네요...능력자셔...



1961년 아키히토 천황의 결혼을 기념하여 조성된 와다쿠라 분수공원을 포함해 도쿄 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편안한 휴식처인 고쿄 가이엔. 입장료는 따로 없구요. 24시간 개방입니다.  



고쿄 가이엔 외에도 고쿄의 동쪽에 고쿄 히가시교엔이 있습니다. 1968년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됐는데, 일본식 정원과 황실관련 시설, 에도 성의 건물 등이 남아있죠. 입장료는 무료인데, 정원이 정해져 있어 입장을 막는 경우가 있구요. 플라스틱으로 된 입장권을 받아서 들어갔다가 나올 때 반납하면 됩니다. 공휴일을 제외한 월요일과 금요일엔 열지 않습니다. 아침 9시에 개원하여 하절기엔 오후 4시 45분, 동절기엔 3시 45분, 간절기엔 오후 4시 15분에 폐원합니다. 고쿄 가이엔은 소나무와 잔디밭 뿐이지만, 히가시교엔은 좀 더 볼거리들이 많으니 노려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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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곳 황거를 상징하는 스팟으로 이동합니다. 도쿄에 방문해서 꼭 사진을 찍어야 하는 대표적인 곳 중 하나죠. 



우선 여기 보이는 다리는 메가네바시. 많은 블로그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는데요. 무조건 요거 보고 니주바시라고 부르는데, 틀렸습니다. 이 다리의 이름은 메가네바시. 아치형의 석조가 둘로 나란히 된 다리라는 뜻입니다. 물에 비치면 그 모습이 메가네(안경)처럼 보이죠. 사진을 그렇게 찍진 않았습니다만... 



이게 바로 니주바시입니다. 메가네바시 뒤쪽에 있는 다리지요. 다리 위에 다리가 설치된 이중교 형태여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자리에서도 역사적인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요. 1924년 1월 4일 의열단원인 김지섭 의사가 관동대지진 당시 자행됐던 조선인 학살에 분개해 이 다리에 폭탄을 던지는 의거를 행한 곳입니다. 제 블로그 글을 보신 분들은 메가네바시와 니주바시를 꼭 구분해 주시길...!



고쿄의 대표적인 망루인 후시미야구라(伏見櫓). 교토의 후시미성에서부터 이축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처음에는 무슨 디게 그럴싸한 건물인 줄 알았는데 그냥 망루였어...또 다른 망루로 후지미야구라도 있습니다. 지, 시 한 글자 차이니 혼동하지 마셔요.



여하튼 메가네바시와 니주바시, 후시미야구라가 바라보이는 풍경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일본 도심 한복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차분함과 푸른 정원에 둘러쌓인 이 곳. 도쿄에 오면 꼭 들러볼 만한 관광명소임에 틀림없습니다.



일단 한국 관광객은 100% 아니고, 예상컨대 일본 관광객이 아닐까 합니다. 뭔가 중국관광객 특유의 느낌이 안나요...차분해...메가네바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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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네바시 자체를 건너지 못하게 막혀 있는데요. 정초인 1월 2일과 천황의 생일인 12월 23일 두 차례 일반인에게 전면개방을 하여 고쿄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위에는 단 두 차례라고 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단 두 차례는 아니구요. 투어신청을 해서 내부관람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습니다. 궁내청 사무소로 전화를 하거나 우편·인터넷 예약을 할 수 있는데요. 관람 희망일 1개월 전 1일부터 7일까지 예약을 받는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전화 03-3213-1111

인터넷예약 http://sankan.kunaicho.go.jp/




고쿄가이엔을 벗어나 발걸음을 동남쪽으로 향합니다. 뭐 굳이 동남쪽이라고 할 것 없이 황거를 뒤에 두고 걸으면 땡이지만요. 길을 가던 중 또 요렇게 자그마한 정원이 있네요.



그런데 알고 봤더니 미츠비시 이치고칸 뮤지엄에 딸려있는 정원이었습니다..ㅎㅎ 미술관은 좀 더 예술적 소양을 기른 후에 오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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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도쿄역에 도착했습니다. 1914년 완성된 역인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도쿄 대공습 과정에서 소실됐다가 복구됐죠. 수많은 기차와 지하철 노선이 지나는 곳입니다. 뭔가 눈에 익숙하지 않으세요? 문화역서울 284로 쓰이고 있는 옛 서울역사랑 닮았죠. 옛서울역사 건물을 설계한 도쿄대학 건축과 교수인 쓰카모토 야스시의 스승이 바로 도쿄역을 설계한 '메이지 건축의 대부' 다쓰노 긴고라는 사실. 스승인 다쓰노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중앙역의 네오 로마네스크 양식을 본따 세운 도쿄역을 참고하여 서울역(당시의 경성역)을 설계했습니다. 경성역이 지어졌을 당시 도쿄역이 동양 전체의 기차역 건물 규모로 1위, 경성역이 2위였죠.



도쿄역의 서쪽을 마루노우치구치(丸の内口), 동쪽을 야에스구치(八重洲口), 북쪽을 니혼바시구치(日本橋口)라고 부릅니다.

그럼 다음 장소로 이동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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