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기념 ①] 일제 강점기 친일행위 참회한 천주교, 개신교 불교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이와 관련된 시리즈를 연재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그 시리즈의 첫 번째로 천주교의 '참회'입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오늘(20일) '3·1 운동 정신의 완성은 참평화'라는 제목으로 3·1운동 100주년 기념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담화문 서두에서 "한국 천주교회는 시대의 징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채 민족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하고 저버린 잘못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성찰하며 반성한다"고 밝힌 김희중 대주교는 조선 후기 천주교에 대한 혹독한 박해를 겪은 천주교 지도부가 교회를 보존하고 신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교분리 정책을 내세운 것을 그 이유로 들었죠. 또한 "신자들에게 일제의 침략 전쟁에 참여할 것과 신사 참배를 권고했다"며 천주교계의 과오를 덤덤히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교회 지도자들의 침묵과 제재에도, 개인의 양심과 정의에 따라 그리스도인의 이름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한 천주교인들도 기억하고자 한다"며 교단 차원의 독립운동 참여 금지에도 불구하고 독립운동에 나선 천주교인들을 언급한 뒤 이번 담화문 발표에 대해 "한국 천주교회의 지난 잘못을 덮으려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아픔과 좌절에도 쓰러지지 않고 빛과 소금의 역할을 했던 그들을 본받고 따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담화문의 말미에서는 "우리는 3·1 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서로의 다름이 차별과 배척이 아닌 대화의 출발점이 되는 세상, 전쟁의 부재를 넘어 진정한 참회와 용서로써 화해를 이루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며 "한국 천주교회는 과거를 반성하고 신앙의 선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후손이 되어, 한반도에 참평화를 이루고, 더 나아가 아시아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기도하며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죠.

3·1운동 당시 이를 주도한 것은 종교계였습니다. 하지만 천주교는 여기에 참여하지 않았죠. 민족대표 33명은 천주교를 제외한 천도교(15명), 기독교(16명), 불교(2명)으로 구성되었으니까요.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8대 교구장이었던 귀스타브 샤를 마리 뮈텔 주교와 외국인 선교사들은 교세 확장에만 몰두했으며, 교황청이 신사참배를 허용하기 이전부터 자발적으로 신사참배를 하는 등 적극적인 친일행위를 보였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친일행각에 실망한 신자들이 개신교로 많이 개종했다는 이야기와, 이 때의 과오를 반면교사 삼아 군사독재에 맞선 민주화 운동에 천주교가 가장 적극적으로 앞장섰다는 이야기도 있죠. 아, 빌렘 신부가 안중근 의사의 사촌동생 안명근으로부터 "조선인들이 데라우치 총독 암살을 꾀하고 있다"는 고해성사를 들은 뒤 이를 뮈텔 주교에게 전했는데, 뮈텔 주교는 눈길을 헤치고 일본 헌병대의 아카보 장군에게 찾아가 이를 밀고했죠. 이 일로부터 촉발된 것이 유명한 '105인 사건'입니다. 한국인 최초의 천주교 주교였던 노기남은 일찌감치 '오카모토 가네하루'라는 이름으로 창씨개명을 한 인물로, 국민총력천주교경성교구연맹 이사장을 맡아 일제에 협력했구요.

천주교의 이번 담화는 무척이나 의미있습니다. 한국의 7대 종단 중 일제 강점기 당시의 친일행위를 교단 차원에서 사과한 것은 지난 2005년 "반민특위 법정에서 '나를 광화문 네거리에서 처형해 매국의 교훈으로 삼아달라'며 민족 앞에 고백하고 속죄의 눈물을 흘렸던 최린의 심정이 오늘 천도교인의 심정이다"고 참회했던 천도교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아직 개신교와 불교는 교단 차원에서 반응이 없는 상태죠. 특히 개신교는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종교계 친일부역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그야말로 1등 친일 종교인데도 말이죠. 과오를 인정하고, 민족과 역사 앞에 참회한 천주교. 그 용기를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올해 우리는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 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각계각층에서 활동한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기리고, 독립운동을 재평가하고 그 정신을 이어가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백 년 전에 많은 종교인이 독립운동에 나선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그러나 그 역사의 현장에서 천주교회가 제구실을 다하지 못하였음을 고백합니다. 

 

조선 후기 한 세기에 걸친 혹독한 박해를 겪고서 신앙의 자유를 얻은 한국 천주교회는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런 까닭에 외국 선교사들로 이루어진 한국 천주교 지도부는 일제의 강제 병합에 따른 민족의 고통과 아픔에도, 교회를 보존하고 신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교분리 정책을 내세워 해방을 선포해야 할 사명을 외면한 채 신자들의 독립운동 참여를 금지하였습니다. 나중에는 신자들에게 일제의 침략 전쟁에 참여할 것과 신사 참배를 권고하기까지 했습니다. 

 

3·1 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며 한국 천주교회는 시대의 징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채 민족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하고 저버린 잘못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성찰하며 반성합니다. 그리고 당시 교회 지도자들의 침묵과 제재에도, 개인의 양심과 정의에 따라 그리스도인의 이름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한 천주교인들도 기억하고자 합니다. 그들의 발자취를 찾아 기억하려는 것은, 한국 천주교회의 지난 잘못을 덮으려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아픔과 좌절에도 쓰러지지 않고 빛과 소금의 역할을 했던 그들을 본받고 따르기 위함입니다.

3·1 독립 선언서는 우리 민족의 독립이 세계 평화와 인류 행복의 단계라고 했습니다. 신분과 계층, 이념과 사상, 종교가 다르더라도 우리 민족은 독립이라는 목표를 위하여 열과 성을 다하고 목숨까지 바쳤습니다. 그러나 해방 이후에 마주한 민족의 또 다른 고통, 곧 분단과 전쟁, 오랜 대립과 갈등을 겪었으며, 이제 이를 극복하고 한반도의 참평화를 이루기 위한 과제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3·1 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서로의 다름이 차별과 배척이 아닌 대화의 출발점이 되는 세상, 전쟁의 부재를 넘어 진정한 참회와 용서로써 화해를 이루는(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2000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 9항 참조)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과거를 반성하고 신앙의 선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후손이 되어, 한반도에 참평화를 이루고, 더 나아가 아시아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기도하며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2019년 3월 1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오늘의 키워드

#3·1운동 100주년 #3·1혁명 #천주교 #일제 강점기 #천주교 친일 #김희중 대주교 #노기남 대주교 #가톨릭

여러분이 눌러주시는 아래의 ♡는 글을 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