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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대학교 졸업식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이유는 독립운동가 故 유일한 박사?

자발적한량 2019.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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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경기도 소재 전문대학 유한대학교 졸업식 참석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유한대학교의 오늘(21일) 졸업식에는 정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 지난해에 울산과학기술원(UNIST) 졸업식을 찾았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졸업식에 참석하여 축사를 했습니다. 축사의 전문은 아래.




현직 대통령이 졸업식에 참석하는 경우는 대부분 서울대, 사관학교, 경찰대 등 국립대였습니다. 사립대 졸업식에 참석한 것은 이승만 대통령(인하공과대학), 김영삼 대통령(이화여대·숙명여대), 김대중 대통령(충청대)이 전부죠. 게다가 종합대학이 아닌 전문대 졸업식을 찾은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충청대 졸업식 참석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사례입니다. 18년 만이죠. 


정치인들은 대중들에게 보여지는 행동 하나하나에 아무리 작더라도 의미를 담아내기 마련입니다. 당장 2018 남북정상회담 당시 만찬 메뉴만 해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일조한 사람들의 고향에서 가져온 재료를 사용해 만들어 정상회담 이후 나아갈 평화의 길에 대한 염원을 담아냈었죠. 유한대 졸업식에 참석 이유 첫 번째는 바로 국공립 대학도 아닌, 서울 내 대학도 아닌, 종합대학도 아닌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4년제 대학이 아니다라는 보도들이 엄청 많이 쏟아졌는데, 유한대학교는 2~4년제 과정이 모두 존재합니다) 기존의 틀에 갇히지 않는 도전정신이라는 메시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죠.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를 살펴보면 "기성세대가 만든 높은 장벽에 좌절해 도전을 포기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누구나 평등한 기회 속에서 공정하게 경쟁하고 노력하는 만큼 자신의 꿈을 성취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등 청년 세대가 4년제 중심·서울 중심·국공립 중심의 기존 대학 서열에 의해 차별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회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지가 읽혀집니다. 지난해 UNIST 졸업식에서의 축사를 통해 졸업생들이 적극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달라는 취지를 담아낸 것과 마찬가지로요. 사실 문재인 대통령 뿐 아니라 졸업식 현장에 있었던 졸업생들 모두의 소망이기도 하겠지만 말입니다. 


유한대학교 설립자는 독립운동가이자 사회공헌 기업가 '故 유일한 박사'




그리고 유한대학교 졸업식에 참석하게 된 이유 두 번째는 바로 유학대학교의 설립자가 독립운동가이자 기업인, 교육자로 국가와 사회 공헌에 힘쓴 유일한 박사이기 때문입니다. 유일한 박사는 존경하는 대한민국 기업인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항상 상위권에 선정되는 등 설명이 필요할까 싶은 정도의 위인이죠. 미국 감리회에서 유학생에 선발되어 미국에서 유학을 한 유일한 박사는 독립군 양성 학교였던 헤이스팅스 소년병 학교에 입학한 것을 비롯해 재미교포 항일집회에 참여해 연설을 했고, 재미교포로 이루어진 한인국방경비대 창설을 주도하고, 1945년 50세의 나이로 OSS의 냅코작전에 참가하는 등 항일활동을 벌였습니다. 이 때문에 귀국 후 일본 경찰에게 연행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죠. 원래 이름은 유일형이었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던 신문 보급소 직원이 제멋대로 '일한'이라고 부르자, 한국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아예 이름을 바꿔버린 일화는 무척이나 유명합니다.


1926년 귀국하여 유한양행을 설립한 유일한 박사. 원래 유일한 박사는 미국에서 숙주나물 통조림을 제조하는 라초이 식품회사를 설립했었는데, 민족의 미래를 위해 유일한 박사를 유학보냈던 아버지가 "내가 겨우 숙주나물 장사나 하라고 너를 미국 보낸 줄 아냐? 큰 공부를 했으면 큰 일을 해라"며 꾸짖었고, 유일한 박사는 유한양행을 설립해 결핵약 등 한국인들의 건강 유지를 위해 필요한 약들을 미국에서 수입해왔죠. 그리고 1933년부터는 직접 개발한 진통소염제 안티푸라민과 혈청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소아과 의사였던 그의 부인 호미리 여사도 유한양행 2층에 소아과를 개업해 저렴한 가격에 환자들을 치료했죠.



해방 후 대한상공회의소 초대회장을 지낸 그는 철저하게 법인세를 내며 모범납세 법인으로 선정, 동탑산업훈장을 받았습니다. 이 에피소드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인데요. 박정희 정권에선 부정부패 단속을 명목으로 기업인들에게 정치자금을 받는 것이 관행처럼 행해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일한 박사는 이를 거절했고, 국세청으로부터 엄청난 강도의 세무조사를 받았지만 조사원들은 "아무리 털어도 먼지가 안 나는 경우가 있구나"라며 놀라워 했다고 합니다. 탈세 내역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굳이 내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세금까지 자진해서 내고 있었기 때문이죠. 유한양행에서 제조한 약품들도 마찬가지. 약의 효능은 물론이고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재료의 손실을 대비해 원재료를 손실분만큼 더 넣어 정량 제조를 하는 수준 임이 밝혀지자 박정희 대통령은 상을 주라고 지시했다고 하죠. 참고로 이런 세무조사는 이승만 정권 시기에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유한양행은 1939년(!) 대한민국 최초로 종업원 지주제를 실시했고, 1969년 노환으로 경영에서 은퇴하며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인계했습니다. 이 역시 사실상 최초죠. 그리고 1971년 3월 11일, 자신의 모든 재산을 사회에 기부라하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는데, 그 전에 일가 친척들을 모두 유한양행에서 해고하고 주식을 처분해 유한양행 경영에 어떠한 간섭도 할 수 없게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래서 유한양행의 전문경영인 제도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고, 게다가 모두 내부승진으로 행해지고 있죠. 여기서 놀라운 점 하나는, 아들인 유일선과 동생인 유특한이 유일한 박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는데, '받은 퇴직금이 너무 많다고 판단되어 회사에 전액 반환하겠다'는 퇴직금 반환 소송을 건 것.. 소송을 맡은 판사가 "세상에 이런 집안이 있나?"라며 경악했다고 하죠.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 준 사회에 환원하여야 한다"는 것이 유일한 박사의 지론이었고, 유한양행의 약이 필요할 때마다 일일이 자기 돈을 내고 사먹었다고 하죠. "사장님이라 그냥 가져가셔도 된다"는 종업원을 혼냈다는 일화도 있구요. 유일한 박사는 고려공과기술학교, 유한공업고등학교, 유한대학교를 설립한 교육자이기도 했으며, 연세대병원에 '의학과 연구 교육을 위한 활동'에만 사용할 것을 조건으로 주식 12,000주를 기부했습니다. 이것이 현재의 세브란스 병원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죠.


문재인 대통령은 축사 속에서 "여러분의 가슴에는 사회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유일한 선생의 '인류 평화와 봉사, 그리고 자유 정신'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달라"며 역사인식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유일한 박사가 학교 설립 취지로 내세운 철학과 문재인 정부의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가 맥이 닿아있기 때문이었죠. 게다가 독립운동가인 유일한 박사가 세운 학교라는 점이 3·1운동 100주년인 올해와 시기가 잘 맞아떨어진 점도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졸업식 참석 전 유일한 박사의 묘역을 참배하기도 했죠.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대학은 친일파와 연관되어 있는 학교들이 많습니다. 보성전문학교를 인수하여 고려대를 창립한 친일파 김성수, 이화여대 초대 총장을 지낸 친일파 김활란, 연세대의 전신인 연희대학교 초대 총장을 지낸 친일파 백낙준, 성신여대를 설립한 친일파 이숙종, 서울여대를 설립한 친일파 고황경, 상명대를 설립한 친일파 배상명 등. 반대로 독립운동가들과 연관되어 있는 학교들도 많습니다. 독립운동가 유석창이 설립한 건국대, 독립운동가 김구·조소앙·신익희 등이 설립한 국민대, 독립운동가 장형·조희재가 설립한 단국대, 신흥무관학교의 후신인 경희대, 독립운동가 임영신이 세운 중앙대, 독립운동가 김창숙이 설립한 성균관대, 독립운동가 신익희가 설립한 경남대 등등. 설립자가, 초대 총장이, 인수자가 친일파라고 해서 현재의 그 대학을 흉볼 수는 없겠죠. 대학은 한 개인의 자산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한대학교가 빛나보이는 이유는, 국가 발전을 위해 설립되고 사회로 환원되어 현재까지 설립자의 이념을 지켜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유한대학교를 졸업한 모든 졸업생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오늘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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