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대한항공 회장 회장 별세, 갑질·횡령도 죽음 앞에선 부질없었다

Posted by 자발적한량
2019.04.08 20:18 내가 밟고 있는 땅/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오늘 별세했습니다.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이 한국시각으로 8일 새벽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병원에서 숙환인 폐질환으로 별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향년 70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3남매와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조양호 회장의 임종을 지켰다고 합니다. 현지 소식통에 의하면 대한항공 임원들이 LA에 도착하는 대로 운구 절차를 협의할 예정이며, LA국제공항의 대한항공 화물 전용 터미널을 통해 운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운구는 최소 4일에서 일주일 가량 걸릴 것으로 보이구요.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그룹의 창업주 故 조중훈 회장의 장남으로 1949년 인천에서 출생했습니다. 인하대 공업경영학과, 미국 남가주대 경영대학원를 거쳐 인하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조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정석기업 사장, 한진정보통신 사장 등을 거쳐 1992년 대한항공 사장에 취임한 이후 한진그룹 부회장, 대한항공 회장, 한진그룹 회장 등을 역임하며 그룹 경영을 세습했습니다. 

또한 조 회장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집행위원회 위원 및 전략정책위원회 이ㅜ원을 맞아 국제항공업계에서 한국의 국적항공사 이해를 대변한 것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한·불 최고경영자 클럽 회장, 한·사우디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아 민간 외교에 공헌했고, 대한탁구협회 회장, 대한체육회 부회장, 아시아탁구연합(ATTU) 부회장 이사 등을 맡아 스포츠 지원 활동을 펼쳤습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올림픽 유치를 성사시켰기도 하죠. 이후 평찰올림픽 조직위원장도 역임하였으나 2016년 3월 교체되었는데, 배경에는 최순실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죠. 한진그룹이 K스포츠재단 출범 시 기부금을 전혀 내지 않았기 때문에...

조양호 회장은 1997년 IMF 외환 위기 당시 자사 소유 항공기의 매각 후 재임차 등을 통해 유동성을 극복했으며, 외환 위기가 정점일 때는 유리한 조건으로 주력 기종인 보잉737 항공기 27대를, 세계 항공산업이 침체에 빠졌을 때는 A380 항공기를 들여온 것을 비롯해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를 창립하는 등 대한항공을 순탄하게 경영해왔습니다. 세계 2위의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창설을 주도해 아시아나항공이 멤버로 있는 '스타 얼라이언스'에 맞서기도 했죠. 

 

1969년 조중훈 회장이 대한항공을 출범시켰을 당시 8대 뿐이던 항공기는 창립 50주년을 맞은 올해 166대로 증가했으며, 일본 3개 도시 만을 취항하던 국제선 노선은 43개국 111개 도시로 확대됐습니다. 국제선 여객 운항 횟수는 154배로 늘었으며, 연간 수송 여객 수는 38배, 화물 수송량은 538배로 성장했죠. 매출액과 자산은 각각 3,500배, 4,280배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2014년 '땅콩회항'이라고 불리는 대한항공 086편 회항 사건이 터지면서부터 조양호 회장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는 그나마 '딸을 잘못 키운 부덕한 아버지' 정도로 넘어가나 싶었지만, 2018년 차녀인 에밀리 리 조(한국명 조현민)의 갑질 사건이 또 다시 터지면서 조원태·조현아·조현민을 비롯해 조양호·이명희 부부까지, 일가족 전체가 위계에 의한 폭력, 폭언, 밀수, 검역법 위반 등을 저질러 왔다는 제보가 폭포처럼 쏟아졌죠.

조양호 회장은 2014년 땅콩회항 당시 "기계가 다 도와 주니 조종사들은 실제 하는 일이 없다, 엄살부리지 말라"며 대한항공 소속 부기장의 페이스북에 조종사를 비하하는 뉘앙스의 댓글을 달았으며. 제주도에서 돌아오던 조종사에게 자신의 개인 물품을 챙기라는 교신을 30분동안 공용 주파수를 통해 이어갔다고 합니다. 또한 조현민의 갑질 사건이 터지자 자신의 집무실에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방음공사를 한 사실도 밝혀졌죠. 약사 면허를 대여받아 인하대병원 인근에 위치한 약국을 불법 운영해 18년 동안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1,000억 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으며, 회삿돈을 횡령·배임해 자녀들에게 위법하게 증여한 정황 및 프랑스 파리에 부동산을 차명으로 은닉해 비자금을 형성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습니다.

 

 

 

그러던 차에 지난달 27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는 고위급 임원들을 동원해 직원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강요해 검찰에 고발된 것을 비롯해 개미 투자자들의 집까지 찾아가 위임장을 요구했다는 제보가 쏟아지기도 했죠. 조양호 회장 측이 이렇게 무리수를 둔 이유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건이 안건으로 상정되었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임 건은 사전 집계 결과 찬성 64.1%, 반대 35.9%로 참석 주주의 3분의 2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부결되어 경영권이 박탈되었습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생사의 기로에 달린 상태에서 경영권을 지키려고 발버둥을 친 것이 이해되지 않네요.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권이 조양호 회장을 죽였다' 같은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들어낸 지난해 10월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문희상 국회의장 초청 한미재계회의 30주년 기념 오찬 간담회'에서 한국 측 위원장으로 참석했을 당시에도 활발한 모습으로 회의 석상을 누볐기 때문이죠. 하지만 조 회장이 영장실질심사 당시 폐가 섬유화되는 병을 앓고 있다고 밝힌 점과 이후 출국금지를 풀어주고 미국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준 점 등에 미뤄볼 때 당시 악화된 여론 속에서 질병을 핑계거리 삼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숨겼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조양호 회장과 그 일가는 엄연히 갖가지 불법을 저질러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를 받은 것이며, 엄밀히 따지면 그 일가가 저지른 죄에 대한 화병으로 죽었다고 하는 편이 차라리 맞겠죠.

 


조양호 회장이 사망함에 따라 그가 받던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와 조세포탈 혐의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불기소 및 공소기각 처분으로 종결될 예정이며, 내일(9일)로 예정되어 있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첫 재판은 5월 2일로 연기되었습니다.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은 이후 조원태 사장이 경영을 승계해 3세 세습 체제를 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원태 사장이 소유한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이 2.34%에 불과해 조 회장이 보유한 17.84% 등을 상속받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1,625억 원 가량의 상속세를 내야 해 납부 가능 여부가 경영권 승계 관건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조양호 회장의 사망 소식을 접하면서 처음 들은 생각이 '덧없다'였습니다. 사업가의 아들로 태어나 그 사업을 물려받고 회사를 키워낸 공을 세웠지만, 그 인품은 한없이 떨어진데다 자식교육까지 망친 덕에 말년이 더러웠던 조양호. 그가 조금만 갑질을 덜 부렸더라면, 직원들과 가사도우미를 존중해줬더라면 얼마든지 후세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었을텐데... 죽어서 무엇을 갖고 떠나겠다고 그리도 욕심을 부렸을까요. 그의 부인과 자녀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합니다. 그저 세상이 원망스럽고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생각만 할까요? 이제는 달라졌으면 하는데... 삼가 조양호 회장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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