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Queen died peacefully at Balmoral this afternoon. The King and The Queen Consort will remain at Balmoral this evening and will return to London tomorrow. Thursday, 8 September 2022 |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9월 8일 오후 6시 30분(현지시각 기준) 스코틀렌드 에버딘셔 지역에 위치한 영국 왕실의 여름 별장 발보랄 성에서 사망했습니다. 영국 왕실은 상단의 성명문을 전통에 따라 버킹엄 궁 정문에 종이로 게시하였고, 여왕의 스코틀랜드 체류 중 사망 시나리오를 상정한 장례 프로토콜인 유니콘 작전(Operation Unicorn)이 실행되었습니다. 언급된 장례 프로토콜인 유니콘 작전(Operation Unicorn)을 말씀드리자면, 신속한 연락과 정보 전달, 지체 없는 장례 수행을 위한 자원 확보, 국가원수의 유고에 따른 공공 질서 유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토콜입니다. 잉글랜드 런던에서 사망할 경우 발동될 예정이었던 오퍼레이션 런던 브리지(Operation London Bridge)의 자매 계획이죠. 영국은 12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가질 것이라고 하며, 모든 왕실 직원들은 왼쪽 팔에 검은색 완장을 착용하고, 10~12일차에는 국가애도일로 지정되어 금융 시장을 비롯해 관공서, 은행 등이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여왕의 사망 직후인 33분 경 영국의 공영방송 BBC를 비롯한 AP통신 등 주요 언론 속보가 나왔고, 특히 BBC는 여왕의 존영과 함께 'God Save the Queen'의 1절까지의 반주를 재생하였으며, 이어 앵커가 고인의 일생과 업적을 기리는 멘트를 하기도 했습니다. 트위터 등 SNS에는 언론 및 개인 계정으로 #Londonbridge, #Londonbridgeisdown 등의 해시태그가 게시되었구요. BBC 공식 유튜브 배너가 추모 화면으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영국 프리미어 리그와 EFL의 돌아오는 주말 경기는 연기가 유력하다고 하네요. 이미 진행중이던 UEFA 유로파 리그 FC 취리히와 아스날 FC 경기, UEFA 유로파 컨퍼런스 리그 하트 오브 미들로시언 FC와 이스탄불 바샥셰히르 FK의 경기에서는 하프타임 이후 후반전이 시작되기전 추모 시간을 가지고 검은 완장을 착용하였으며, 9월 중 영국의 전국철도해운운수노조(RMT)에서 철도와 우편 파업 계획이 있었으나,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를 기리는 의미에서 취소되었다네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윈저 왕조의 제4대 여왕입니다. 1926년 4월 21일 오전 2시 40분, 런던에 위치한 외가 메이페어에서 조지 5세의 둘째 아들 요크 공작 앨버트 왕자(후의 조지 6세)와 요크 공작부인 엘리자베스의 2녀 중 맏이이자 장녀로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났죠. 아버지가 왕위 계승서열 3위였긴 하지만 그녀는 방계 공주였던데다, 아버지 앨버트 왕자의 나이가 젊어 그녀가 여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녀의 애칭은 '릴리벳(Lilibet)'. 학교를 다니지 않고 어머니와 가정교사 메리언 크로포트에게 교육을 받았구요.
1936년 당시 영국의 국왕이었던 조지 5세가 사망하고 에드워드 왕세자가 즉위하였는데, 그해 말 월리스 심프슨과 결혼하기 위해 남동생 앨버트 왕자에게 선위를 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엘리자베스 2세는 별안간 왕위 계승 서열 1위가 되어버립니다. 전쟁기간이던 1940년에는 안전을 위해 윈저 성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1945년 18세의 나이로 아버지 조지 6세의 허락을 받아 영국군 여군 부대인 ATS에 중위로 입대해 대위로 진급하였습니다. 임무는 보급차량 운행이었는데, 얼마 안가 종전이 되었긴 해도 3주 간 세계 대전에 참전한 경력을 갖게 됐죠.
1934년 숙부인 켄트 공작 조지 왕자의 결혼식에서 숙모 마리나 공주의 사촌 동생인 그리스와 덴마크의 필리포스 왕자를 처음 만났는데, 1939년 왕립 해군사관학교를 시찰하던 중 13세이던 엘리자베스 공주는 당시 18세였던 필리포스 왕자에게 반해 편지 왕래를 하게 됐습니다. 필리포스는 조지 6세에게 엘리자베스와의 결혼을 허락받으러 갔다가 공주가 21세 생일을 맞을 때까지 기다리는 조건으로 비밀리에 약혼했고, 1947년 7월 9일 약혼을 공식적으로 발표했죠. 필리포스는 그리스 왕국과 덴마크의 왕자 직위 및 계승권을 포기한 뒤 이름 역시 영어식인 필립으로 개명하면서 끝내 1947년 11월 20일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슬하엔 찰스 필립 아서 조지, 앤드루, 에드워드 왕자를 비롯해 앤 공주가 있구요. 남편인 필립 공은 작년 4월 9일 99세의 나이로 사망했죠.
아버지 조시 6세의 건강이 나빠진 상황에서 섭정으로서 1952년 1월 영연방 순방을 떠났는데, 케냐를 방문 중이던 1952년 2월 6일 조지 6세가 암투병 도중 사망하면서 왕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대관식은 1953년 6월 2일 14개월에 걸친 준비 끝에 거행되었는데, 유럽왕실 최초로 TV로 중계가 되었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수 많은 가정집이 이를 보기 위해 TV를 구입했는데, 전 세계 시청자가 2억 7,700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하네요. 후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대관식 때 썼던 2.2kg의 영국의 공식 왕관 '성 에드워드 왕관'이 너무 무거워서 "목뼈가 부러지는 줄 알았다"고 회상하기도 했습니다.
여왕에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있는데요. 2019년 9월,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영국 왕실의 여름 별장인 발모랄 성에서 휴가를 보내던 도중, 성을 방문한 미국인 관광객들이 여왕을 몰라보고 "이곳에 사시냐"고 묻자 "인근에 집이 있다"고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여왕을 만나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아직 만나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 옆에 있던 수행원을 가리키며 "저 사람은 여왕을 만나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고 하네요. 결국 관광객들은 끝까지 여왕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헤어졌다고.
여왕과 한국과의 인연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죠. 1999년 4월 19일 김대중 대통령의 초청으로 3박 4일간 방한을 했었는데요. 마침 73회 생일인 4월 21일이 끼어 이어서 한식 전통 생일상까지 받았었습니다. 안동소주 기능보유자인 인간문화재 조옥화가 상차림을 맡았는데, 한국의 사과, 배 맛에 감탄한 뒤 영국에서 매년 한국산 사과와 배를 공수해간다고. 당시 여왕은 경북 안동을 방문해 봉정사, 하회마을 등을 갔는데, 여왕이 한옥에 들어가기 위해 신발을 벗자 외신 기자들이 미친 듯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었습니다. 서양에서는 발을 밖에서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것을 금기시했기 때문. 이 당시 여왕이 이용했던 의전 차량은 쌍용 체어맨(당시엔 대우)이었는데, 현대 에쿠스가 시판되기 4일 전이어서 딱히 선택권이 없었던 탓. 남편인 필립 공은 현대 다이너스티 리무진을 탔구요. 안동시는 하회마을에 분향소 대신 여왕이 들러 기념 식수를 했던 하회마을 충효당 앞 구상나무 인근에 추모를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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