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총선을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현재 저는 많은 지역구들 중에서 부산 수영구를 유독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남천동, 광안동, 수영동, 민락동, 망미동이 속한 부산 수영구는 그야말로 보수의 텃밭. 1995년 선거구 신설 이후 단 한번도 민주당 계열의 후보에게 뱃지를 달아준 적이 없는 지역구입니다. 심지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이 전국을 휩쓸었던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박형준 현 부산광역시장이 당선됐죠.
더불어민주당의 후보 유동철 후보의 이력을 살펴보면 장애인 관련 정책 분야에 힘을 보태왔고, 복지정책 확대를 위한 기반 마련에 나서 현재 부산이 복지예산 비중이 40%가 넘긴 것에 큰 기여를 한 인물로, 이번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된 이후 부산 수영구에 전략공천됐습니다. 유동철 후보가 인권운동가, 시민운동가인 점은 인정합니다만, 더불어민주당과 그 전신 정당들은 그간 부산 수영구에 소위 '무게감 있는' 후보들을 공천하지 않아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산 수영구는 보수의 성지나 다름없는 지역이었기 때문에 당선 가능성이 희박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이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유동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는 것. 최근 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유동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0.6%, 국민의힘 정연욱 후보가 29.9%, 무소속 장예찬 후보가 22.8%입니다. 유동철 후보가 1위죠. 그런데 비례정당 지지도를 보면 국민의미래가 39.5%, 조국혁신당이 24.4%, 더불어민주연합이 15.3% 등입니다. 녹색정의당, 새로운미래, 개혁신당 등이 각각 약 1~4% 사이를 기록하는 가운데, 유동철 후보가 조국혁신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을 지지하는 표를 흡수하고, 국민의미래 등을 지지하는 표가 정연욱 장예찬 후보로 양분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죠.
현재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습니다. 1위를 달리고 있는 유동철 후보는 행여나 졍연욱 후보와 장예찬 후보간 단일화가 진행될까 싶어 자신의 SNS에 "막말·재활용 공천으로 모자랐나? 단일화 경선 제안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추태에 불과하다"면서 "작금의 단일화 경선 제안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추태에 불과하다"고 비난했죠. 아마 더불어민주당 쪽에선 행여나 4일 오후 6시까지 단일화가 이루어질까봐 마음 졸이며 고사지냈을 겁니다. 이제 지금부터는 설령 단일화에 성공하더라도 사전투표용지에 사퇴라고 기입되지 않으니 투표용지 기표란에 '사퇴'라고 표기할 수 없어졌습니다.
오늘 부산 수영구에서 있었던 일화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오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수영구 광안동을 방문해 유동철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는데, 마침 그 자리에 더불어민주당 유동철 후보, 국민의힘 정연욱 후보, 무소속 장예찬 후보의 유세차가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완전한 우연은 아녔습니다. 애시당초 이재명 대표의 유세가 12시 40분에 예정되어 있었는데, 장예찬 후보가 자신의 SNS에 그보다 26분 빠른 12시 16분에 맞불 유세를 하겠다며 예고를 했던 상황.
유세차에 올라가 본격적으로 발언을 시작한 이재명 대표 "부산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부산이 참 좁은가 봅니다. 우리 저기… 7번이 장예찬 후보죠? 우리 장예찬 후보 유세차 잠깐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지금 서로 시간 조정을 좀 해서 우리 시민들을 위해서 잠깐씩 양보하는 거 어떻습니까?"라고 서로 양보하며 유세를 하자고 제안합니다. 이에 국민의힘 정연욱 후보 측은 확성기 사용을 멈췄고, 이재명 대표는 "정연욱 후보님 고맙습니다. 이게 부산시민들의 품격이죠? 민주주의의 기본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얘기를 들어주고 판단하게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화답했죠.
하지만 장예찬 후보 측은 멈추지 않고 점점 더 소리를 키워만 갔습니다. 잠시 발언을 멈췄다가 장예찬 후보가 멈추지 않을 것처럼 보이자 이재명 대표는 결국 다시 유세를 시작했죠. 이재명 대표가 자신을 무시한 채 발언을 이어나가자 장예찬 후보는 욱했는지 급기야 경기도 법카 유용 의혹을 폭로했던 제보자인 조명현 씨와 함께 유세차에서 내려와 민주당 측 선거운동원들 사이를 헤집고 이재명 대표 쪽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건널목을 사이에 두고 장예찬 후보는 "여기 와서 사과하라"며 계속해 외쳤죠.
이재명 대표는 "이런 거를 선거방해죄라고 한다. 시민 여러분, 그냥 귀엽게 봐주시라. 반응하지 마시고 저렇게라도 해야 어디 신문에 한 줄이라도 나니까 그러는 거 아니겠느냐?"라며 장예찬 후보를 긁습니다. "이 앞에 7번이 많이 왔다 갔다 하는데 결국은 정연욱 후보에 굴복해서 선거 포기할 거라고 예측한다. 지금은 저렇게 기세 드센 척하고 난리 치고 왔다 갔다 하지만 결국은 권력에 굴복해서 접을 것이다. 이렇게 예측한다"고 장예찬 후보를 도발한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 유동철 후보에게 "그렇게 해도 이길 자신 있죠?"라고 물은 뒤 "정치는 국민에게 충직한 성실하고 역량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 장예찬 후보 끝까지 잘 버텨보시기를 기대한다"고 덕담(?)을 건넸습니다.
이후 자신의 SNS에 "맞불 유세에 다녀왔다"면서 "이 대표 코앞까지 걸어가 공익제보자에게 사과하라고 말했지만 계속 비아냥으로 일관하고 비겁하게 도망쳤다"고 적은 장예찬 후보는 "지금 보수에는 장예찬 같은 파이터가 필요하다"며 자신을 부각시키려 애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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