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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틀막' 선관위 사전투표 투표소 대파 소지 금지, 대파 키링과 대파 발렛파킹을 탄생시키다.. 괜히 대통령 동창이 아니네

자발적한량 2024.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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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코미디가 따로 없습니다. 5일부터 시작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가 이틀째를 맞은 오늘(6일), 정치권은 난데없는 대파로 시끌시끌합니다. 이른바 '파틀막' 논란입니다. 일부 유권자들이 물가 폭등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대파를 들고 투표소를 방문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파를 '정치적 표현물'로 판단해 반입을 금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아참, 서두에서 미리 말하자면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기인 김용빈 전 사법연수원장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사무총장입니다.

 

현재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대파 인증샷'을 놓고 선관위 관계자와 실랑이를 벌인 일화를 비롯해 현 세태를 풍자하는 내용의 글들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야권에선 "대파 금지령을 철폐하라"고 나서며 이를 선거 막판 화두로 활용, 논란이 기름을 부었죠. 

 

'대파 한 단 875원', 그 전설의 시작 

이른바 '대파 논란'의 시작은 지난 3월 중순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대파 한 단의 도매 시세는 3,300원, 대형마트 권장 판매가는 4,250원이었습니다. 그런데 3월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농협 하나로 마트 양재점을 찾았는데, 대파 한 단의 가격이 875원이었고, 윤 대통령은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인 것 같다"고 말하면서 그야말로 한국 전체가 발칵 뒤집힙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는 "대파 한 단이 아니라 한 줄기 가격 아니냐" "100g당 875원을 한 단이라고 잘못 본 거 아니냐" "어디서 뭘 봤길래 한 단에 875원이라고 했을까" "마트에서 장을 본 적이 없나. 물가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우리 동네 대파는 4000원이 넘는데 이상하다" 등 비판이 쏟아졌죠. 18일 기준 대파 한단의 평균 소매가격이 3,018원이었기에 평소 시세보다 70%나 저렴해 말들이 많았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본 대파 가격 875원이 되기까지 총 세 가지 할인 지원이 적용됐다고 합니다. 대파 한 단의 권장 소비자가 4,250원에 농식품부의 도매상 납품 단가 지원 2,000원, 하나로마트 자체 할인 1,000원, 정부 농산물 30% 할인 쿠폰을 적용해 875원이 된 것이죠. 하지만 이는 하나로 마트의 일부 지점에서 한시 판매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문 날짜에 맞춰서 할인이 들어간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었는데, 3월 7일부터 일주일 간은 2,760원에 팔았고, 14일부턴 1,000원으로 더 가격을 낮췄고, 방문 당일에는 875원으로 또 다시 가격을 낮춘 것으로 확인됐었습니다. 하나로 마트 관계자에 의하면 농식품부로부터 18일부터 정부 농산물 30% 할인 쿠폰을 적용하라고 윤석열 대통령 방문 전 주인 15일에 공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후 이재명 대표가 인천 지역 유세 현장에서 대파 한 단을 들고 나와 "정부가 국민의 삶에 관심이 없다"고 비판한 것을 시작으로 많은 민주당 후보들이 각 지역 마트를 돌며 대파 가격을 찍어 올리는 이른바 '대파 챌린지'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물가의 상징에 '묻고 따블로' 국민들의 고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현실과는 동떨어진 인식을 갖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상징이 되어버린 대파. 

 

이에 국민의힘은 "억지 비판을 멈추고 물가 안정을 위한 노력에 동참하라"고 비판했죠. '그것이 알고싶다 범죄 심리학자'로 유명한 이수정 국민의힘 경기 수원시정 후보가 "대파 한단이 아닌 한뿌리"라며 옹호했다가 "민생을 모른다는 저들의 지적이 부당하다는 생각에 잠시 이성을 잃고 실수의 말을 했던 것에 대해 사죄드린다"며 꼬리를 내린 일도 있었죠.

 

선관위 '파틀막'... 투표소에 "대파 가져올 수 없다"  

5일부터 이틀간 사전 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선관위에 '대파를 들고 투표하러 갈 수 있느냐는 내용의 질문이 접수됐고, 중앙선관위 측은 전국 구·시·군 선관위에 '투표소 항의성 민원 예상사례별 안내사항'이라는 문건을 통해  '대파를 소지한 선거인에게는 사전투표소 밖 적당한 장소에 대파를 보관한 뒤 사전투표소에 출입하도록 안내하라' 등 투표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민원 상황 대처법을 직원들에게 안내했습니다. 

 

조동진 중앙선관위 대변인은 5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표현의 자유를 중요시할지 공정성을 중요시할지 항상 고민한다"며 "아무래도 투표소 안은 평온과 질서 유지를 위해 공정성을 더 중요시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힙니다. 이어 "구체적으로 대파를 소지한 사람의 출입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게 아니다"라며 "최초 민원의 질의 자체가 '정부에 항의하는 정치적 목적으로 대파를 가지고 투표소에 가는 게 가능하느냐'였다"고 강조했죠. 

 

투표소에선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항의할 경우 다른 선거인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비밀 투표 원칙이 깨질 수 있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에 따라 정치 행위를 할 수 없는데, 이 대파를 '정치 행위'로 판단한 것. 다만, 투표를 마친 뒤 사전투표소 밖에서 대파를 들고 투표 '인증샷'을 찍는 경우는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중앙선관위의 입장은 '행위 자체의 정치적 목적 여부는 국민들의 상식으로 판단이 가능하다'였는데, 이 지점에서 많은 유권자들의 생각과 부딪힌 것입니다. 

 

대파를 들고 투표소에 들어가는 건 안되고, 대파를 가져와서 입구에 뒀다가 투표를 마친 후 다시 대파를 들고 사진을 찍는 것은 괜찮다는 '눈 가리고 아웅'이 웃기다는 것. 전반적인 여론은 '중앙선관위가 뭔데 이게 정치적 비판 목적인지 아닌지 판단하냐' '파란색 옷 입고 가면 정치적 목적이라고 투표장 못 들어가게 할거냐' 등이었죠. 급기야는 '장보러 갔다가 대파 사오는 길에 투표소 들르면 못 들어가게 막을거냐'와 같이 어디 한번 밑바닥까지 가보자는 수준에 이르렀죠. 

 

정치권에선 이를 대대적으로 이슈화 시켰습니다. 자신의 엑스 계정에 선관위의 입장을 전한 기사를 공유하며 "기가 찬다"고 어이없어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충남 공주에서 같은 당 박수현 공주·부여·청양 후보 지지 유세 중, "대파가 투표소에 못 들어가면 디올백도 못 들어가는 것 아닌가"라며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을 겨냥해 날을 세웠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실파, 쪽파는 들고 가도 되느냐. 대파를 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정치적인 결정"이라며 선관위의 결정을 비난했습니다. 또한 조국혁신당은 또 '사전투표 시 주의점'이라는 안내문을 통해 "투표에 참여할 때는 반드시 대파를 밖에 두고 와야 제지받지 않는다" "'외국 회사의 작은 파우치'는 소지해도 투표 가능하다" "쪽파와 양파 등 기타 농산물 지참 가능 여부는 별도 문의가 필요하다"고 적었죠. 이에 멈추지 않고 조국혁신당은 한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투표소로 가는 대파 행렬 그림을 올리면서 "투표소에 파를 들고 갈 수 있는 나라, 조국혁신당이 만들겠다"고 적기도 했습니다.

 

풍자와 해학의 민족을 건드린 죄, '대파 키링'으로 응징한다

온라인에서 네티즌들의 비아냥은 더욱 유쾌합니다. 투표소 입구에 대파를 세워놓고 찍은 사진을 두고 '대파 발렛파킹'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을 비롯해 "대파가 그려진 가방도 맡겨야 하느냐" "투표소 앞에 대파 밭이 있다면 다 뽑아야 하느냐" "이제 장보고 투표소 가면 정치적 행위다" 등 선관위의 '파틀막'을 성토하는 글들이 이어졌죠.

 

그리고는 세계를 휩쓰는 K-컬쳐의 민족답게 각양각색의 아이디어들이 터져나왔습니다. 가방에 대파를 직접 그려 넣거나 대파가 인쇄된 종이를 들고 투표소로 가거나, 대파 인형을 들고 가기도 했고, 심지어 대파 키링을 가방에 달고 가기도 했습니다. 투명 가방 안에 자른 대파를 들고 간 사람도 있었구요. 가방끈에 대파가 달린 가방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격해지자 선관위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특정 물품의 투표소 반입 자체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대파는 안된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물러난 입장을 밝혔습니다. "투표소 내에서 특정 물품을 본래 용도를 벗어나 정치적 의사 표현의 도구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매우 크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도 "정치적 의사의 표현을 위한 것인지 여부는 선거인이 내심을 드러내지 않는 한 정확히 알 수 없고, 투표관리관이 물품 소지 목적을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다"면서 사실상 현실적으로 대파의 정치적 목적성에 대한 구분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죠.

 

"선관위는 선거인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물품을 소지하고 출입하려는 경우 해당 물품을 투표소 밖에 두고 투표소에 출입하도록 안내한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의 깊은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사태 수습을 시도하는 선관위. 아무래도 선관위의 결정이 정치적 목적을 띈 선거개입이라는 논란을 야기시키지 않으려고 재빨리 논란을 마무리 짓고 싶은 것일 테지요. 사람들이 이렇게 온갖 대파 비스무레 한 것들을 들고 나올 거라고 예상도 못했을 거고. 현장에선 정말 얼마나 곤혹스러웠겠습니까.

 

한편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일제 샴푸를 들고 투표장에 가도 되겠나. 민주당이 대파를 흔들며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주장했죠. 게다가 국민의힘 크린선거본부는 선관위 측에 투표소 입장 시 일제 샴푸, 초밥 도시락, 법인카드, 형수 욕설 녹음기, 위조된 표창장 등을 지참할 수 있느냐"고 질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 조국 대표의 등판 이후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목소리는 더이상 뻗어나가질 않습니다. 뭐 물론 아예 찍소리도 못 내면서 지역구에서조차 밀리며 '9회말투아웃만루홈런'이라는 희망고문을 받고 있는 이준석 대표보단 낫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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