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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선거(4·10 총선) 관전 포인트,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국민의힘... 선택의 순간이 왔다

자발적한량 2024.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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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6시, 전국 254개 선거구 1만4,259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4·10 총선)의 막이 올랐습니다. 이번 선거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정권심판론'과 국민의힘의 '거대야당 견제론' 및 '이재명·조국 심판론'이 맞붙어 집권 3년차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강하게 띄고 있습니다. 새로운미래·개혁신당의 '양비론' 역시 존재하지만 사실상 두 정당 모두 '쩌리'에 가까운 수준이라 굳이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이번 4·10 총선의 사전투표율은 31.3%로 역대 총선 최고치입니다. 4년 전 제21대 총선(26.7%)보다 무려 4.6% 높은 수치. 이를 두고 야권은 정권 심판의 열망으로, 여권은 위기감을 느낀 보수 유권자의 결집으로 해석하고 있죠. 지역적으로 살펴보면 전국 17개 시·도 중 전남(41.2%)의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았고, 전북(38.5%)·광주(38%)가 뒤를 이은 반면, 반면에 대구(25.6%)는 투표율이 가장 낮았고, 경북(30.8%)·경남(30.7%)도 평균을 밑돌아 호남 유권자의 적극적 투표와 영남 유권자의 소극적 투표가 뚜렷하게 보여졌습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목표치는 과반(150석)입니다만, 이는 솔직히 엄살에 가깝고, 현재 돌아가는 양상에 비춰볼 때 이를 훨씬 웃돌 듯 합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170석을 전망하기도 한다고 하죠? 참고로 지난 제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지역구 163석과 비례 17석을 얻으며 총 180석의 의석을 확보한 바 있습니다. 

 

현재로선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을 차지할 것이라는 것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만약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박정희 대통령의 군사독재 시절 민주공화당(유신정우회와 구성한 연립여당 포함)을 제외하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한 정당이 12년간 국회 주도권을 쥐는 첫 사례가 됩니다.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승리한 민주당이 2028년까지 입법 권력의 정점에 서기 때문이죠.

 

반대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게는 그야말로 악몽이 됩니다.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이 임기 5년 내내 쭉 소수당이 되기 때문이죠.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정부 당시 여소야대에서 임기를 시작했고,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도 새정치국민회의가 패배했지만, 의원 영입 등을 통해 결국 임기 중 과반을 달성했죠.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도 지난해 초 조ㅈ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총선에서도 여당이 다수당이 돼야 공약했던 정책을 차질 없이 할 수 있고 그러지 못하면 거의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를 가정하고 의석 수 별로 어떠한 권한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어지는지 살펴보죠. 150석 과반을 획득하게 될 경우 다른 당에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고도 본회의 개회를 요구할 수 있고, 어지간한 법안들, 원칙적으론 정부 예산안까지도 당론대로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주요 공직자들에 대한 탄핵 소추도 가능하죠. 이미 21대 국회에서 장관 뿐 아니라 헌정사 최초로 현직 법관과 검사도 민주당 주도로 탄핵 심판대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자, 180석이 달성되면 어떻게 될까요? 일정 기간 뒤 법안이 무조건, 예외 없이 본회의 표결에 부쳐지는 '패스트트랙'이 가능해지구요. 상대 당이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로 최후의 저항에 나서더라도, 이마저 강제로 끝내버릴 수 있습니다. 거의 상대 당이 당해낼 도리가 없어지죠.  하지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이겨낼 순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200석. 전체 의석의 3분의 2죠. 200석이 달성되면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 즉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다시 입법을 관철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개헌, 대통령 탄핵, 국회의원 제명 등 모든 의회 권력을 장악하게 되죠. 이런 점 때문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범야 200석 혼돈·퇴행 생각해달라. 투표 안해 나라 망쳤다 후회 않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죠.

 

자, 이번엔 국민의힘 쪽을 살펴볼까요?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지난 제21대 총선에서 103석을 얻었는데요. 만약 확보하는 의석이 110석 이하에 그친다면, 그야말로 책임을 둘러싼 대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동훈 위원장은 총선 이후에도 정치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공언했지만,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된다면 2선 후퇴 혹은 정치권 퇴출 위기와 직면할 가능성이 크죠. 심지어 의원직도 없구요.

 

이번 총선의 가장 큰 돌풍은 뭐니뭐니해도 조국혁신당이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창당해 비례대표에 '몰빵'하는 전략을 선택한 조국혁신당은 '3년은 너무 길다'라는 슬로건으로 더불어민주당보다 더욱 강한 자세로 정권심판론에 불을 지폈습니다.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아무래도 중도층 표심을 의식해 할 수 없는 포지션을 잡았죠. 창당 8일 만에 당원이 10만 명을 돌파했고, 선거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50억 원을 목표 금액으로 '파란불꽃 펀드'를 출시했는데, 54분 만에 200억 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조국 대표가 국민의힘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향해 "느그들 쫄았제?"라고 말했을 정도.

 

조국혁신당은 목표 의석수를 '10석'로 두고 있다가 얼마 전부턴 ' 10석+α'로 수정했고, 일각에서는 15석 혹은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을 확보할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만약 민주당이 제1당 자리를 차지하고도 단독 과반에 실패하면 조국혁신당이 '캐스팅보터'로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게 되겠죠. 이번 총선에서 가장 유명한 구호는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이었습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조국혁신당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민주몰빵'(지역구 비례대표 모두 민주당)이라는 구호를 외쳤으나 힘이 없었고, 심지어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 동작구 을 후보가 '지국비조'(지역구는 국민의힘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를 언급했을 정도니 말 다했죠.

 

현재 판세대로면 조국혁신당은 무난하게 원내 3당의 지위를 갖게 됩니다.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특검법' '한동훈 특별법' '윤석열 관건선거 진상규명 국정조사' 등을 내걸고 있는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조국혁신당의 약진이 너무나도 눈엣가시같은 존재가 되겠죠. 조국 대표 스스로 "나는 대통령 선거에 나갈 자격이 없다"며 임박한 총선에 집중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지만,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조국 대표는 유력한 대선 후보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입니다. 윤석열·이재명·한동훈·이낙연·이준석·조국 등 유력한 정치인들 중에서 조국 대표가 이번 총선의 가장 큰 정치적 승리자로 평가되고 있죠.

 

마지막으로 이번 총선을 통해 정치적 숨통이 사실상 끊어질 두 사람이 있으니 바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이미 이준석 대표는 본인과 이낙연 대표의 운명을 예언한 바 있습니다. 2018년 그는 '썰전'에서 "국민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제3지대론이에요!"라고 말했죠.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경기 화성을의 경우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0%,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31%였는데요. "죽기보다 낙선이 더 싫다"는 이준석 대표는 '48시간 무박유세'를 진행하며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냈고, 이준석 대표 대신 기자회견을 연 천하람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저희 예상으로는 오늘 이미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 현상)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김칫국을 한사발 들이켰죠.

 

'마삼중'을 넘어 '마사중'이 유력한 '0선 중진' 이준석 대표. 이준석 대표는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가장 싫어할 정권 심판 세력은 개혁신당이며, 윤 대통령이 가장 뒷목을 잡을 당선자는 이준석"이라고 복어마냥 보인의 체급을 한껏 부풀려서 말했지만, 그 예전에 '후까시 잡는다'고 표현하던 것 있죠? 본인이 정권 심판 세력이라고 말했지만, 결국 이준석 후보는 윤석열 정권 창출의 1등공신일 뿐이며, 청년 정치의 탈을 쓴 구태 정치일 뿐이죠. 

 

이준석 대표의 진면목을 다행히도 국민들이 알아봤기 때문에 이준석 대표는 본인이 이번 총선에서 갖고 싶었던 역할을 조국 대표에게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개혁신당은 개혁의 화두도, 정권심판의 화두도, 그 어느 것도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낙선하면 어떻게 되겠냐'는 질문에 유시민 작가가 "이준석 같은 정치건달들 여의도에 많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낸 바 있죠.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는 광주 광산을에서 마지막 여론조사가 15%입니다. 정당 지지율은 1% 언저리... 제 생각엔 자유통일당보다도 지지율이 낮을 것으로 생각되서 언급도 굳이 할 필요 없을 것 같구요. 제2의 손학규가 되어 가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작별의 시간이 다가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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