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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선거(4·10 총선) 종합 분석, 이재명·조국·이준석·한동훈에서 윤석열까지

자발적한량 2024.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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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과반 확보' 더불어민주당... 제22대 국회 고삐 잡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의석까지 합해 175석을 확보하면서 단독과반을 달성했습니다. 지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이어 압도적 승리로 국민의힘에게 치명상을 입힌 더불어민주당. 특히 당시엔 여당이었지만 이젠 야당으로 입장이 바뀌었기 때문에,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야당이 집권 여당을 이렇게 큰 격차로 승리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천 과정에서 '비명횡사' '친명횡재' 등의 단어가 나올 만큼 비명계 상당수가 경선에서 배제되거나 공천에서 탈락하며 '이재명 사당화' 등 이재명 대표 체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고, 선거 운동 과정에서는 조국혁신당이 급부상하면서 '지민비조'까지 등장, 지지층 분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을 꺾고 당선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친명계 상당수가 원내에 입성하면서 이재명 대표의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고, 심지어 차기 전당대회 재등판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명실상부한 유력 대선주자의 입지를 한층 굳히기도 했죠.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향후 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선거 승리 후 인터뷰에서도 "당의 승리나 당선의 기쁨을 즐길 정도로 현재 상황이 녹록지가 않다. 선거 이후에도 늘 낮고 겸손한 자세로 주권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한껏 자세를 낮췄죠.

 

한편 민주당은 21대 임기 종료 전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특검법' 처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진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상태죠. 또한 22대 국회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양곡관리법 등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자동 폐기된 법안과 민생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까스로 개헌·탄핵 저지선 사수한 국민의힘, 친윤은 끝났다

국민의힘은 그야말로 3연속 참패를 당했습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 합산 의석은 108석. 개헌 및 탄핵을 저지할 수 있는 100석을 겨우겨우 사수했습니다. 이마저도 어찌 보면 다행일 겁니다. 출구조사 결과로는 최저 85석이었거든요. 만약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 결과가 동일했다면 정말... 아쉽습니..

 

투표 종료 직후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의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 그 자체였습니다. 출구조사 결과 발표 1분 전인 오후 5시 59분 입장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옅은 미소는 방송이 시작된 지 10초 뒤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순식간에 완전한 적막에 휩싸인 상황실엔 카메라 셔터 소리만 가득 찼죠. 9분 뒤 TV소리를 꺼버렸다고 하죠? 10분 만에 머아쿠룰 잡은 한동훈 위원장은 "우리 국민의힘은 민심의 뜻을 따르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출구조사 결과가 실망스럽다"며 "끝까지 국민의 선택을 지켜보면서 개표 결과를 보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습니다. 결국 국민의힘 투표상황실은 투표 종료 5시간 뒤 문을 닫았습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정신차리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11일 오전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며 단 56자의 입장을 밝혔는데요. 이 메시지 직후 '질의응답부터는 사진과 영상은 비공개로 진행하겠다'며 여전히 불통을 고수했죠.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마찬가지입니다. 11일 오전 한 위원장은 총선 참패에 따른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했는데요. 기자회견에서 "민심은 언제나 옳다. 국민의 선택을 받기에 부족했던 우리 당을 대표해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국민의 뜻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저부터 깊이 반성한다"고 말한 한 위원장은 "어떻게 해야 국민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는지 고민하겠다. 쉽지 않은 길이 되겠지만 국민만 바라보면 그 길이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총선 패배에 대통령실과 공동 책임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제 책임"이라며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고, 그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말했는데요. 그 와중에도 '패배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냐'는 질문에는 "원인은 여러분이 분석하시는 것이고"라며 그야말로 싹퉁 바가지없는 모습을 보였죠.


일각에서는 윤석열-한동훈 갈등이 새로운 양상으로 본격화될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당권을 쥐고 가려면 윤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그 여론을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고, 한 위원장의 측근은 "두 사람은 이미 김건희 여사 디올 백 수수 의혹 문제 등을 다루면서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사이"라며 "검찰 선후배로 다졌던 끈끈한 관계가 틀어질 대로 틀어졌다"고 했다고 합니다. 또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총선 막판 이슈가 용산에서 다 나온 것 아니냐"며 대통령 측의 책임이 크다고 봤죠.

하지만 동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한 위원장이 요구했던 이종섭 주호주 대사 사퇴, 의료개혁 대화 등을 모두 수용한 만큼 한 위원장의 책임이 크다는 기류라고 합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1일 대구시청 기자실을 찾아 "이번 선거는 시작부터 잘못된 선거였다"면서 "정권의 운명을 가름하는 선거인데 초짜 당 대표에 선거를 총괄하는 사람이 또 보선으로 들어온 장동혁이었고 거기에 공관위원장이란 사람은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홍 시장은 이어 "그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중차대한 선거를 맡겼는지, 출발부터 안 된다고 봤다"면서 "총선 기간 여당 선거 운동 중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 있었느냐. (비대위원장이) 동원된 당원들 앞에서 셀카 찍던 것뿐이었다"며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직격했죠.

 

4·10 총선 '정권심판론' 돌풍의 주역, 조국혁신당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승리자는 뭐니뭐니해도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입니다. 창당 불과 한 달여 만에 비례대표 만으로 12석을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올라선 조국혁신당. '3년은 너무 길다'는 슬로건을 앞세워 비이재명, 빈윤석열, 중도층을 공략한 하는데 성공한 조국혁신당은 정권심판의 불을 지피며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에 이르렀습니다.

 

조국 대표는 총선 출구조사 발표 직후 기자들에게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 법안 내용이 준비돼 있다"고 밝힌 바 있고, "국민께서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라고 조국혁신당의 약진을 평가했습니다.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언급한 조국 대표는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한 총선 이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첫 기자회견을 갖고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업무방해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대표 항소 사건을 3부에 배당하고 주심을 엄상필 대법관으로 정했죠. 엄상필 대법관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 정 전 교수의 입시, 사모펀드 비리 사건 2심 재판장을 맡아 건의 핵심 쟁점이던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정 전 교수의 입시 비리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한 인물.

 

'마삼중'이라고 놀리지 말아요~ 이젠 1선 중진, 이준석 원내 입성!

'박근혜 키즈' '마삼중(마이너스 3선 중진)' '윤석열 정부 탄생의 1등공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4수 끝에 국회에 입성했습니다. 개혁신당 출범 이후 서울 노원 에서 출마한다, 대구에 출마한다, 말이 많다가 결국 경기 화성 을에 출마했는데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지지율이 뒤지고 있었고, 출구조사 역시 2위로 나타났지만, 끝내 42.41%를 득표하며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고 금뱃지를 달고야 말았습니다. 사실 공영운 후보가 군에 있는 아들에게 30억 원대 서울 성수동 땅과 건물을 증여한 것을 비롯해 딸도 같은 지역 재개발구역 부동산을 보유한 사실이 알려져 '아빠 찬스' 논란으로 자멸한 덕을 봤죠. 

 

이준석 대표는 마지막 유세에서 "누가 당선돼야 윤석열 대통령께서 좋아하는 약주 술맛이 제일 떨어질까 물어봐 달라"고 말한 것을 비롯해 당선 소감에선 "바로 직전 전국 단위 선거에서 대승을 이끌었던 당의 대표였던 사람이 왜 당을 옮겨 출마할 수밖에 없었는지 한번 곱씹어 봤으면 한다"고 말했고, 1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다음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과정에서 "다음 대선이 3년 남았다"고 말하자 "확실합니까?"라고 말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계속해 도발했습니다.

 

"윤석열정부가 무식하게 막무가내로 나서면서 대한민국 국정을 마음대로 하는 것의 절반은 윤 대통령의 정치에 대한 몰이해, 나머지 절반은 더불어민주당의 무능력"이라며 윤석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모두를 비판해 온 이준석 대표는 "개혁신당이 비록 의석수는 다소 적을지 모르겠지만 정말 차원이 다른 의정활동으로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지점을 지적하는 그런 정치를 하겠다"고 국회 입성 포부를 밝혔는데요. 사실 개혁신당의 3개 의석으로 이준석 대표가 할 수 있는 것엔 한계가 클 수 밖에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어디 한 번 지켜보죠. 뭔가 뭉클하네요. 느낌상으로는 국회의장 도전해도 될 것 같은데..

 

이상민·김영주 등 배신자들의 말로와 제3지대의 처참한 실패

총선을 앞두고 옷을 갈아입은 이들은 거의 모두가 패배를 하며 민의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개혁신당으로 당적을 옮긴 양향자(경기 용인 갑), 금태섭(서울 종로), 이원욱(경기 화성 정), 조응천(경기 남양주 갑)이 모두 낙선했구요. 더불어민주당을 떠나 개혁신당과 합당했다가 다시 떨어져 나온 이낙연(광주 광산 을), 설훈(경기 부천 을), 홍영표(인천 부평 을), 이석현(서울 강북 을), 유승희(서울 성북 갑), 조일현(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 갑), 전병헌(동작구 갑) 등이 모두 낙선했습니다. 사실 세종시에서 출마한 김종민 원내대표도 더불어민주당이 후보를 냈다면 당선하기 쉽지 않았겠죠?

 

이들은 그렇다고 치고,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옷을 갈아입은 두 배신자, 이상민(대전 유성 을)과 김영주(서울 영등포 갑)는 모두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했습니다. 서울 강북 을 당내 경선에서 컷오프된 박용진 의원도 SBS 라디오에 나와 "민주당에서 탈당하겠다고 하는 분이 생기니까 '이게 웬 떡이냐' 하고 달려드는 한동훈 위원장도 그렇고, '때는 이때다' 하고 바로 손잡아버리는 모습을 보이는 이상민 의원이나 김영주 의원이나 눈살 찌푸리게 한다"고 비판한 바 있죠. 이제 집에서 편히 쉬시면 되겠습니다.

 

 

'돌아온 올드보이' 박지원·정동영·추미, '아아 옛날이여' 최경환·정진석

이번 총선에서 화려하게 복귀한 '올드보이'들이 있으니, 바로 민주당의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입니다. 두 사람 모두 2016년 더불어민주당 분당 사태 당시 국민의당 소속으로 나란히 4선 고지에 오릅니다. 하지만 2020년 총선 당시 함께 민생당 후보로 각각 목포와 전주병에 출마했다가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하고 여의도에서 짐을 쌌죠.

 

이후 정동영 전 장관은 정계 은퇴를 선언했고, 박지원 전 원장은 방송 등에서 패널로 활동을 이어갔죠. 그리고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과거 탈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사면' 당시 복당하며 여의도 귀환을 노리다가 이번 총선에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그리곤 당내 경선에서 현역 의원인 윤재갑·김성주 의원을 각각 제치고 공천을 받았죠.

 

박지원 당선자의 나이는 81세로 헌정 사상 최고령입니다. 게다가 전국 최고 득표율 기록(92.35%)까지 세우며 2개의 기록과 함께 여의도로 복귀하게 됐네요. 박지원 당선자의 경우 전국을 돌면서 타 지역 민주당 후보들을 지원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호남에서 민주당 공천이 어떤 의미인지 되새기게 해주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뒤에 다시 언급하도록 하죠.

 

아, 민주당에 금뱃지를 달고 '금의환향'한 또 한 명의 올드보이가 있죠. 바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입니다. 격전지 경기 하남 갑에서 불과 1,199표 차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추미애 당선인은 6선 고지에 오르며 당내 최다선으로 조정식 의원과 함께 차기 국회의장 1순위 물망에 올랐습니다. 만약 추미애 당선인이 국회의장에 선출되면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회의장이 탄생합니다.

 

추미애 당선인은 1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미 "의회의 혁신적 과제에 대한 흔들림 없는 역할을 기대하신다면 주저하지는 않겠다"라며 국회의장 도전 의사를 밝힌 바 있구요. '국회의장은 탈당도 하고 중립적인 위치가 요구되는 자리'라는 질문에 대해 "지난 국회를 보면 절충점을 찾으라는 이유로 의장 손에 의해 좌초되는 안 좋은 일이 있었다. 국회가 대의기구로서의 혁신과제를 어떻게 받드느냐의 문제이지 야당 말을 들어주느냐 여당 손을 들어주느냐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답변했죠. 즉 '국회의장이 중립은 아니다' '중립이라면서 그냥 가만히 있다든가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죠. 

 

잠시 지나가는 얘기로 짚고 넘어가자면, 위에서 언급했듯 박지원 후보의 득표율은 무려 92.35%로, 전국 최고 득표율 기록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록이 좋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전국 득표율 상위 4명(문금주, 주철현, 정진욱)이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고 광주·전남 지역이기 때문이죠. 아직도 우리나라의 지역감정은 갈길이 멀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나마 국민의힘은 2008년 이후 16년 만에 광주·전남 전체 지역구에 후보를 냈지만 전패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대구‧경북 지역 일부 지역구에 후보조차 내지 못했죠.

 

반면 여당의 올드보이들은 쓸쓸히 짐을 싸거나 무대에 오르지조차 못했습니다. 과거 '옥새런' '노룩패스'로 유명했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부산 중·영도에서 출사표를 던지며 7선 도전에 나섰다가 스스로 공천 신청을 거둬들였고, 이인제(76) 전 의원도 충남 논산·계룡·금산에서 출마를 선언했다가 경선에서 컷오프 됐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애시당초 불출마를 선언했죠.

 

경북 경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친박 핵심 중 하나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의 신인 국민의힘 조지연 후보에게 접전 끝에 패배하며 여의도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친일 발언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정진석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역시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 있었던 리턴매치에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 패배했죠.

 

6411 노회찬의 진심을 잃은 녹색정의당, 자유통일당에도 뒤지는 수모

진지하게 해산을 추천하고 싶은 정당이 있습니다. 바로 녹색정의당. 일부에서는 이미 녹색정의당에 사형 선고가 내려졌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요. 제21대 국회에서 6명의 국회의원을 갖고 있던 녹색정의당은 이번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지난 지방선거 때 녹색당과 정의당이 얻은 표의 합인 967,370표의 고작 2/3인 609,313표를 득표했습니다. 가까스로 2%를 넘겨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는 있지만, 창당 후 처음으로 원외로 추락한 데다가 심지어 '빤스 목사' 전광훈과 '불교를 믿는 나라는 다 가난하다' '불신자는 애 낳지 마라. 전부 지옥 갈 것인데 뭣하러 낳는가?' '북한 주민들을 각자 1명씩 다 죽이면 된다' 등의 막말로 논란을 빚은 장경동이 이끄는 자유통일당에게도 득표율이 밀렸습니다.

 

녹색정의당의 유일한 지역구 의원이었던 심상정 녹색정의당 원내대표는 11일 "저는 21대 국회의원 남은 임기를 마지막으로 25년간 숙명으로 여기며 받들어온 진보정치의 소임을 내려 놓으려 한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 갑에서 5선에 도전했다가 3위에 그쳐 낙선한 심상정 원내대표는 "오랫동안 진보정당의 중심에 서왔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그간 척박한 제3의길에 동행해주시고 독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국민 여러분께 통절한 맘으로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과거 노동자들의 대변인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정의당이 기후 환경 그리고 페미니즘으로 당의 정체성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되려 정체성이 모호해졌습니다. 게다가 페미니스트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던 류호정 전 의원이 '이대남'의 우상인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에 합류한 것도 코미디었죠. 정의당의 현역 의원들이 21대 국회에서 제대로 활약을 하지 못한 가운데, 뚜렷한 진보정당으로서의 의견 없이 그저 민주당 2중대로 민주당에 편승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조국혁신당은 녹색정의당이 주도했을 주요 어젠다를 죄다 가져갔고, 그만큼 더 선명한 정당이 됐습니다. 노회찬 의원이 그리울 따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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