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도 불발, 하지만 경찰과 군은 윤석열에게 등을 돌렸다

뚫으려는 자, 막으려는 자...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싼 두 공권력의 대치

공조수사본부(이하 공조본)이 오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시도했지만, 5시간 30분 만에 결국 영장 집행을 포기하고 철수했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와 경찰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으로 구성된 공조본은 3일 오전 6시 14분 과천 공수처를 출발, 7시 21분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대통령 관저앞 대로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여기 투입된 공수처 수사관 20여 명, 경찰 120여 명은 "대통령 경호처 등의 집행 저지로 현장 인원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오후 1시 30분경 끝내 집행을 중지했습니다.

 

애초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은 대통령 관저 외곽 경비를 맡고 있는 경찰 202경비단과 관저 정문 및 울타리 방어를 맡고 이쓴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에 공수처 체포팀 진입 저지를 위해 인력 지원을 요청했지만 두 곳 모두 이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55경비단이 오전 8시 2분 관저 정문을 열어주자 대통령 최근접 경호를 맡고 있는 대통령 경호처는 오전 9시 9분 입구 철문 안쪽에 대형버스와 소형버스, ‘소형전술차량’ 배치했고,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우리는 경호법 따라 경호할 뿐이고 영장은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죠. 

 

9시 46분 체포팀은 이를 통과해 500m 가량 떨어진 관저로 향했는데, 대통령 경호처의 인원 및 군부대 병력 등 200여 명은 관저 200m 앞에서 스크럼을 짜고 버스·승용차 10대로 바리케이드를 쳐 3차 저지선 구축한 상태로 체포팀의 진입을 막았습니다. 오전 10시 14분 공수처 검사 3명만이 관저 앞으로 이동, 박종준 경호처장에게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제시했지만, 박종준 처장은 '대통령경호법상 경호구역을 이유로 수색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경호처, 하지만 경찰과 군은 등을 돌렸다

대치 과정에서 경찰은 영장 집행을 막는 박종준 경호처장에 대한 체포를 고려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공수처 측에서 이를 거부했죠. 이에 대해 공수처는 "대치 상황, 현장 인원 등을 감안해 내린 조치"라며 "현장의 불상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방침이었다"고 해명했는데,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경호처를 향해 "방해하면 입건하겠다"고 엄포를 놨던 것과 달리 실제 집행 과정에서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처음부터 강한 물리력을 동원하면 여론이 악화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소위 '명분 쌓기'에 만족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죠.

 

공조본은 "법에 의한 절차에 응하지 않은 피의자의 태도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히며 박종준 경호처장과 김성훈 경호처 차장을 입건하고 출석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관저 현장에 나갔던 인력이 복귀하자 긴급회의를 열어 추후 절차에 대한 논의를 했죠. 

 

한편 데통령 경호처가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서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경호처는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윤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상황에서 사실상 경호처에 지시를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권한이 최 권한대행에게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공수처가 최 대행에게 윤석열 대통령 체포 협조공문을 보냈음에도 최 대행 측은 "협조할 수 있는 내용이 없어 회신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공수처 등 관계기관이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하길 바란다"면서 뒷짐을 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종준 경호처장 역시 최상목 권한대행이 태도를 바꿀 경우를 대비해 윤 대통령이 탄핵 소추로 권한이 정지된 상태지만 여전히 경호처 경호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경호처 지휘·감독자는 여전히 윤 대통령"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체포영장 집행 시도 과정에서 수방사 예하 55경비단과 경찰 202경비단이 박종준 경호처장의 추가 인력 요청을 거부한 것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공권력에 대한 지휘·통제권을 상실하고 고립됐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경호법 15조는 경호처장은 국가기관장 등에게 공무원 파견 등 협조를 요청할 수 있고, 이를 근거로 55·202경비단은 경호 업무와 관련해서 통상 경호처장의 지휘·통제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날 군과 경찰은 '협조 요청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란 논리로 경호처장의 요청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죠.

 

외신들 일제히 체포영장 집행 시도 보도 나서... 추후 예상되는 전개는?

주요 외신들은 이번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나섰습니다. 뉴욕타임스, BBC, 가디언, NHK, 아사히, 신화통신 등은 이번 체포영장 집행 과정의 대치 상황을 속보로 전했는데요. 뉴욕타임스는 윤 대통령의 체포 시도가 실패해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한국이 1980년대 후반 민주화된 이래 가장 큰 헌법적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했죠. BBC는 '드라마 같은 극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제목으로 "합법적 체포영장 집행을 병력이 막는 것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유효기간은 1월 6일 23시 59분입니다. 공수처가 체포영장과 함께 대통령 관저 등 복수의 장소에 대해 발부받은 수색영장에는 일출 전과 일몰 후, 즉 야간에도 영장을 집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에 야간 집행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고, 기간 내 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경우 법원에 체포영장을 재청구할 수도 있는 상황. 체포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긴 하지만, 이는 확률이 낮은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