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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현직 대통령으론 헌정사상 최초로 체포... 빈 관저에선 의문의 여성이 평화로이 개 산책

자발적한량 2025.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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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 체포, 역사에 남을 이날의 발자취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오전 10시 33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단)가 참여하는 공조수사본부(이하 공조본)에 체포됐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체포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 2025년을 살고 있는 국민들은 작년과 올해 21세기 최초의 계엄령 선포와 더불어 민주주의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네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있었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한달 여 만인 지난 1월 3일 공수처가 대통령 관저로 가 1차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대통령경호처에 막혀서 5시간 만에 현장에서 철수했죠. 하지만 법원이 7일 다시금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공조본과 경호처 양 공권력에서는 2차 체포영장 집행을 두고 바쁜 움직임을 보여 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은 오늘 오전 4시 10분경 체포팀이 한남동 공관 정문 인근에 도착하며 시작됐습니다. 3,200여 명의 기동대는 관저 주변 안전 관리를 맡았고, 1,100여 명의 광역수사단과 공수처 인원 40명 총 1,140명 규모로 구성된 체포팀은 인원 점검을 마친 뒤 오전 5시 10분경 대통령경호처에 체포·수색 영장을 제시했죠. 

 

윤갑근·김홍일 변호사 등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다"라며 항의했지만 경찰 역시 "영장 집행을 방해하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영장 집행을 이어나갔습니다. 오전 5시 40분, 체포팀은 윤 대통령 변호인단과 국민의힘 국회의원 30여 명, 당직자들이 만든 '인간 바리케이트'와 대치를 시작했습니다. 체포팀은 몸싸움 끝에 이들을 한 명씩 붙잡아 끌어낸 뒤 공관 구역 정문 앞의 1차 저지선에 도착합니다. 

 

5시 50분경 정문 앞 바리케이드가 제거됐고, 철제 사다리를 타고 5중 버스 차 벽을 넘고 철조망을 절단기로 잘라내가며 끝내 7시 34분 1차 저지선을 돌파합니다. 지난 1차 집행 당시 1~3차 저지선을 막아선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 소속 병력도 없었기에 체포팀은 그길로 500m 위에 위치한 관저로 향했고, 7시 48분 2차 저지선을 통과한 뒤 산길로 우회, 7시 57분 3차 방어선인 대통령 관저 정문에 도착합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미리 만들어둔 저지선 외에 대통령 경호처의 대응이 거의 없었다는 점. 김성훈 차장 등 강경파는 무력을 써서라도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경호처 내에서 호응을 얻지 못했고, 일부 간부는 부하들에게 "알아서 하라"며 저지 작전 참가 여부를 자율에 맡기기도 했다고 하죠. 결국 대다수 경호처 요원들은 대기동에 머무르거나 휴가를 쓰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결국 대통령 관저 정문은 8시 10분에 열렸습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윤갑근 변호사가 정문 초소에서 체포팀과 영장 집행 관련 사항을 협의했고, 8시 33분,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되며 체포영장 집행이 마무리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탑승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차량은 오전 10시 35분 경찰차와 사이카의 동행을 받으며 관저 정문을 출발해  오전 10시 52분 경기도 과천 공수처 청사에 도착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관저를 찾은 여당 인사들에게 "더 저항하면 경찰과 경호처, 우리 청년들끼리 무력 충돌해 유혈 사태가 우려된다. 그래서 내가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공수처 수사에) 응하기로 결심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무력 충돌이나 돌발 행동으로 인한 위급 상황은 전혀 없었다”며 “시위대와 여당 의원과 맞선 시간이 훨씬 길었다"고 말했죠. 실제로 체포팀이 친윤 시위대·여당 의원 등과 대치한 시간은 3시간 24분, 하지만 그 이후 3차 저지선 돌파까지 걸린 시간은 36분에 불과했습니다.

 

체포 직전 윤석열 "아내와 개 좀 보고 오겠다...언론 대신 유튜브 많이 보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극우 유튜브 채널 고성국TV와의 전화 통화에서 밝힌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 직전 모습은 그야말로 신파의 끝을 보여줍니다. 새벽 1시경 잠들었다가 2시 30분쯤 전화를 받고 깬 윤 대통령은 관저에서 자고 있는 변호인단을 위해 샌드위치 10개를 만들었고, 체포가 임박하자 "토리(반려견)와 아내를 보고 오겠다"며 2층 방에 올라가 10분간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체포 직전 시간을 함께 한 이들 중에서는 울면서 큰절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윤 대통령은 그의 등을 두드려줬다고 하죠. 김건희 여사는 최근 일로 충격이 커서 잘 일어나지 못했다고 하는데, 윤 대통령 체포 직후 관저 안에서 한 여성이 개를 산책시키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언제 관저의 주인이 사라졌냐는 듯 마냥 평화로운 분위기였다고 하죠.

 

여기서 주목할 점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신문이나 방송 대신 유튜브를 많이 보라"고 권하면서 "정권 재창출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는 점. 윤 대통령은 "2030세대가 요즘 관저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하는데 유튜브를 통해서 다 보고 있다"며 "연설 내용이 굉장히 똘똘하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친중 세력에 대한 반감 등이 담겨 굉장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하죠. "요즘 레거시 미디어는 너무 편향돼 있기 때문에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극우 유튜브에 세뇌되어 정신이 지배당하면서 체포되는 순간까지 무엇이 잘못됐었는지 모르는 모습에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네요.

 

진술 거부로 일관한 윤석열, 막판엔 기존 입장 바꿔 체포적부심사 청구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오전 11시부터 시작됐습니다. 전례대로라면 수사 책임자가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차를 대접하며 수사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했지만 공수처는 이를 생략했죠. 이미 윤석열 대통령을 제외한 12·3 내란사태의 핵심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진 상황인데다, 질문지 분량만 200쪽이 넘는 상황에서 48시간 안에 구속영장 청구를 위한 피의자 조사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애초 공수처는 조사에 대한 영상녹화를 위해 338호 영상녹화조사실에서 피의자 조사를 시작했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로 영상녹화없이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조사는 공수처의 2인자인 이재승 차장검사가 직접 맡았고, 윤 대통령은 윤갑근 변호사의 조력을 받았죠. 윤 대통령은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위법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진술 거부로 일관했다고 합니다.

 

조사는 10시간 40분 만인 오후 9시 40분경 종료됐습니다. 이후 윤 대통령은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독방에 구금됐습니다. 체포영장이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피의자는 구치소 내 구인 피의자 대기실에서 머무르는 방침에 따른 것인데요. 윤 대통령 측은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바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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