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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종교 축제 '쿰브 멜라'의 모든 것, 강가강(갠지스강)에서 목욕하며 확장되가는 힌두 민족주의

자발적한량 2025.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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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종교 집회 '쿰브 멜라', 강가강(갠지스강)에서 진행중

힌두교 최대 순례 축제이자 세계 최대의 종교 축제인 '쿰브 멜라(Kumbh Mela)'가 지난 13일 시작해 45일간의 대장정에 들어갔습니다. 힌두력의 팍샤 푸르니마(Pausha Purnima)에 시작해 마하 시바라트리(Maha Shivaratri)에 끝나는 쿰브 멜라는 그간 '세계 최대의 종교 집회', '8시간 동안 최다 인원 핸드 프린팅 참여' '세계 최대 인원 비닥 청소' '세계 최대 버스 행렬' '세계 최대 군중 관리' 등의 기록을 세운 행사로, 2017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바 있습니다. 

 

힌두교인들은 강을 숭배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숭배하는 강이 우리가 갠지스 강이라고 부르는 강가강과 야무나강입니다. 힌두교인들은 강물에 몸을 담그면 과거의 죄가 씻겨 나가고 환생 과정이 끝난다고 믿죠. 특히 쿰브 멜라 기간에는 더더욱 그렇구요. 이 기간동안 '사두(Sadhus)'라고 불리는 힌두교 사제들을 비롯해 많은 순례자들은 축제가 열리는 지역에 머물면서 고행을 하고, 자선을 베풀고, 매일 해가 뜨는 시간에 목욕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인도 정부는 쿰브 멜라 기간에 최소 4억 명이 행사가 열리는 도시인 프라야그라즈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미국 인구보다도 많은 수이며 2024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카와 메디나에 도착한 200만 명 순례자의 약 200배에 해당하죠. 축제 절정에는 하루에만 스페인 인구를 뛰어넘는 5천만 명이 축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구요. 인도 철도 당국은 일반 열차 외에도 90대 이상의 특별 열차를 배치에 약 3,300회 운행을 편성했습니다.

 

정부 측은 질서유지를 위해 경찰 5만여 명을 배치했고, 보안용 감시카메라 400개 설치 및 AI로 구동되는 2,500대 이상의 카메라가 군중 이동 및 밀도 정보를 4개의 중앙 제어실로 전송해 비상 대응을 할 수 있게 했죠. 강물 입수 때 안전을 위해 수중 드론도 배치됐구요.

 

 행사를 위해 여의도 면적의 약 9배 규모인 40㎢에 25개 구역으로 나누어 조성한 텐트 도시에는 총 15만 개의 텐트, 3천 개 이상의 주방시설, 11개의 병원을 비롯해 도로, 전기 및 수도, 통신 타워 시설을 갖춰두었습니다. 10개의 변기마다 청소부 한 명을 배치했고, 위생 관리를 위해 1만 명 이상의 청소부를 고용했죠. 변기 위생 수준을 추적하기 위해 QR코드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도 갖췄다고 하구요.

 

쿰브 멜라의 유래는 '데바와 아수라의 전쟁'? 사실은..

쿰브(Kumbh)는 산스크리트어 'kumbha'에서 유래했는데, 항아리, 냄비를 뜻합니다. 또한 힌두 신화에서 자궁을 상징해 다산, 인간의 생식력과 생계를 나타내는데, 강가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죠.  힌두 점성술에서 물병자리를 의미하기도 하구요. 멜라(mela)는 산스크리트어로 모임(gathering), 만남(to meet), 박람회(fair)dmf 뜻합니다. 즉, 사전적 의미로는 쿰브 멜라는 '항아리 축제'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힌두교 신화 중에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인 '사무드라 만타나(우유 바다 휘젓기)'를 잠시 살펴보죠. 신족인 '데바'와 악신인 '아수라'가 싸우던 중 불멸의 약 '암리타'를 얻기 위해 잠시 힘을 합쳐 무려 천 년 동안 우유 바다를 휘저었는데, 동맹이 깨진 뒤 암리타가 아수라에게 넘어가자 주신 비슈누가 고혹적인 여성화신 모히니로 모습을 바꿔 아수라에게 접근, 쿰바에 담긴 암리타를 건네받고 달아났죠. 결국 이 암리타를 마신 데바들은 아수라와의 기나긴 전쟁에서 승리하게 됐죠. 리그베다 등에 소개된 것은 여기까지가 끝.

 

그런데 중세 힌두 철학에서 뒤늦게 아수라들이 알아채 쫓고 쫓기는 과정에서 암리타 네 방울이 떨어지게 됐다는 내용으로 확장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이 암리타가 떨어진 4개의 지역이 프라야그라지(Prayagraj, 구 알라하바드)의 트리베니 상감, 하리드와르의 강가강(Ganga), 우자인의 시프라강(Shipra), 나시크의 고다바리강(Godavari) 인근인데, 이 네 지역이 바로 쿰브 멜라의 개최지가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기징 중요하게 여겨지는 곳이 프라야그라지. 왜냐하면 인도인들에게 신성한 강으로 인식되는 북쪽의 강가강과 남쪽의 야무나강이 만나 전설의 사라스바티강으로 흐른다는 Y자 합류지점인 '트리베니 상감(Triveni Sangam)'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19세기 이전엔 쿰브 멜라에 관한 역사적 문헌 증거는 없습니다. 인도의 많은 지역에서 이와 비슷하게 힌두력의 11번째 달이자 그레고리력의 1~2월에 해당하는 마가(Magha)달에 행해지는 '마그 멜라(Magh mela)'라는 이름의 비스무레한 순례 행사가 있었긴 한데, 믾은 학자들은 마그 멜라가 현대로 오며 쿰브 멜라로 재브랜딩됐다는 견해를 많이 보이죠.

 

쿰브 멜라의 네 가지 등급, 아니 세 가지 등급과 힌두 민족주의

목성의 공전 주기가 약 12년인데, 12간지와 맞아 떨어지면서 중국의 점성학에서 중요한 천체로 여겨졌고,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이어서 서양에서도 오래전부터 '신들의 왕'인 제우스의 로마식 이름 '주피터'로 불렸죠. 힌두 점성술에서는 신들의 스승인 '브리하스파티'가 목성의 신인데, 행사의 개최 시기는 목성과 태양, 달의 상대적 위치를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자, 쿰브 멜라의 네 가지 등급을 살펴보죠. 쿰브 멜라는 3년 주기로 개최되는 쿰브 멜라(Kumbh Mela), 6년 주기로 개최되는 아르드 쿰브 멜라(Ardh Kumbh Mela), 12년을 주기로 개최되는 푸르나 쿰브 멜라(Purna Kumbh Mela), 그리고 144년 주기로 개최되는 마하 쿰브 멜라(Maha Jumbh Mela)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쿰브 멜라(Kumbh Mela)는 3년에 한번씩 프라야그라지, 하리드와르, 우자인, 나시크에서 순환 진행됩니다. 그리고 아르드 쿰브 멜라(Ardh Kumbh Mela)는 프라야그라지, 하리드와르에서만 열리죠. 여기서 Ardh는 절반을 뜻하는 힌디어인데요. 암리타가 나타난 뒤 이를 차지하기 위해 12일간 전투가 지속됐는데, 이는 인간의 12년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절반인 6년에 한번씩 진행되는 것을 '아르드 쿰브 멜라'라고 부르는 것이죠. 프라야그라지, 하리드와르에서만 열리는 이유는 바로 강가강이 흐르기 때문.

 

푸르나 쿰브 멜라(Purna Kumbh Mela)는 프라야그라지에서만 열립니다. 여기서 푸르나(Purna)는 '완전한'을 뜻하는 힌디어 및 산스크리트어. 특히 이 푸르나 쿰브 멜라는 행성의 배열에 따라 날짜가 결정되기 때문에 상당히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마하 쿰브 멜라(Maha Jumbh Mela)는 12년에 한번 돌아오는 푸르나 쿰브 멜라가 12번 주기로 열리는 것이기 때문에 144년에 한 번인 것이죠.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올해 쿰브 멜라의 공식 명칭은 분명 2025 마하 쿰브 멜라(2025 Prayag Maha Kumbh Mela). 144년 만에 돌아온 마하 콤브 멜라면 평생 한 번 경험하거나, 심지어 경험하지 못할 엄청난 이벤트이자 성스러운 해인 것이잖아요? 하지만 21세기에 '마하 쿰브 멜라'는 이미 2001년과 2013년 두 차례 열렸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그 원인은 바로 힌두교 최대 성지인 바라나시를 비롯해 쿰브 멜라의 핵심 지역인 프라야그라지에 속해있는 우타르 프라데시 주 총리인 요기 아디티야나트(Yogi Adityanath). 힌두교 사제 출신이기도 한 그는 쿰브 멜라가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자 "(사나탄(힌두교의 절대적 의무나 관행) 힌두 문화에 절반은 없다"면서 6년마다 열리는 아르드 쿰브를 '쿰브'로, 12년마다 열리는 푸르나 쿰브를 '마하 쿰브'라고 부르겠다고 발표했죠.

 

인도의 현 총리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요기 아디티야나트 우타르 프라데시 주총리, 그리고 집권당인 인도인민당(BJP)은 힌두 민족주의를 끊임없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힌두교 비율이 인도 인구 중 80% 이상이다보니 이들을 사로잡으면 끝이라는 정말 단순하면서도 종교를 정치에 활용하려는 판단에서죠. 지난 2023년 G20 뉴델리 정상회담 당시 국명을 India가 아니라 힌두교인들이 자국을 지칭할 때 애용하는 또 다른 국명 'Bharat'를 사용한다든지, 우타르 프라데시의 도시 아요디아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람 만디르(람 사원)을 짓고 대대적인 봉헌식을 거행한 것이 대표적인 예.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총선에서 단독 과반에 실패하며 사실상 패배해 연정을 통해 겨우 재집권하게 된 나렌드리 모디 총리와, 그의 후계자라고 불리는 요기 UP 주총리에 이 쿰브 멜라는 그들을 위한 최고의 이벤트입니다. UP주는 이번 행사에 무려 7억6500만 달러(1조1044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죠. 

 

이미 모디 정부와 UP주는 2018년 쿰브 멜라와 선거를 앞두고 본래의 이름으로 되돌리겠다는 명목 하에 무굴 제국 악바르 1세가 지은 이슬람식 이름인 알라하바드를 버리고 프라야그라지로 도시명을 바꾼 바 있습니다. 또한 2021년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도 힌두교계의 반발을 두려워해 하리드와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쿰브 멜라 취소를 거부했죠.

 

이미 30명 이상 사망자 발생한 2025 쿰브 멜라, 이후는?

현재까지 발생한 사고는 두 번입니다. 1월 19일 가스통 폭발로 인해 행사장의 텐트 18개 이상이 파괴되는 첫번째 사고가 있었구요. 두번째로 29일 목욕 의식을 참여하기 위해 서두르던 사람들끼리 짓밟고 짓밟히면서 최소 30명의 사망자 등 총 2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주요 병원들이 봉쇄되어 있고 기자의 출입이 금지된 상태여서 정확한 사상자 수는 파악되지 않고 있는 상황. 모디 총리는 사망자 수를 인정하고 자신의 X에 "매우 슬픈 일"이라며 애도를 표했지만, 여전히 사상자 수는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차분한 명상과 절대자를 향한 열정, 은둔자의 경건함과 집단의 광기, 사랑의 나눔과 각 종파 간의 알력, 신비주의와 근본주의, 저급한 다신교와 고차원적인 신앙, 물질적인 가난과 부귀가 얽혀있는 쿰브 멜라. 역사적 배경과 정치적 배경이 어찌됐든 쿰브 멜라는 인도 사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도의 거대 이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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