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i Hai!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거리가 음악 소리로 시끌벅적합니다. 바로 인도 3대 축제 중 하나인 홀리(Holi)이기 때문입니다. 말이 3대 축제지, 시각적으로 보기엔, 그리고 액티브한 측면으로 보기엔 가장 역동적이고 화려한 축제입니다.
홀리는 인도를 비롯해 네팔 등 힌두교인들이 많은 국가에서 기념되고 있는 축제입니다. 홀리는 기원전 4세기 경부터 힌두교도들이 기념해온 행사입니다. 시초는 결혼한 여성들이 새로운 가족에게 평화, 번영, 친선을 전파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됐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의미가 확장되어 악을 이기는 선의 힘과 모두의 단결을 다지는 행사로 발전했죠. 홀리의 핵심 주제는 화합. 비록 힌두교의 축제긴 하지만 종교나 문화적 신념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홀리 축제는 축제 당일 하루 전 큰 모닥불을 피우는 '홀리카 다한(Holika Dahanan)'으로 시작됩니다. 이 모닥불은 지난 한 해동안 있었던 모든 나쁜 일을 태워버리고 개인과 가족에게 행복과 평안, 기회를 염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악마와 부정한 것, 불운을 태운다는 의미로 나뭇가지나 마른 나뭇잎을 모닥불에 던져넣죠.
홀리는 '색채의 축제'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다양한 색상의 가루 염료 혹은 가루 염료를 녹인 물을 뿌리며 축제를 즐기기 때문입니다. 거리가 온통 알록달록해지죠. 흡사 태국의 송끄란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입니다. 이렇게 뿌려지는 다채로운 색상의 염료는 여러가지 뜻을 갖고 있습니다.
공중에 던져지는 가루 염료는 개인의 억눌림이 풀리는 것을 상징하기도 하고, 잔뜩 묻은 색을 씻어냄으로써 겨울의 묵은 때를 씻어내고 새롭게 시작하는 봄을 맞이한다는 의미, 과거의 죄나 악행을 씻어내는 의미도 있습니다. 또한 모든 개인이 크고 다채로운 하나의 집단이 된다는 단결감을 주기도 하죠.
가루 염료를 뿌리는 대다수의 일반인들은 깊게 생각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각 색은 조금씩 다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빨강은 사랑과 다산을, 초록은 새로운 시작, 파랑은 힌두교의 신이자 홀리의 기원 중 하나로 언급될 크리슈나를, 노랑은 행복과 평화 그리고 강력한 자연 치료제로 여겨지는 강황을 상징하죠. 분홍은 건강과 장난기를, 주황은 용기와 희생을 상징합니다. 다만, 홀리 기간동안 흰색과 검은색은 사용되지 않는데, 이는 두 색이 장례식에 사용되는 경향이 있어 홀리의 주제와 상징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색채의 축제' 홀리, 하지만 성희롱 및 불편이 숨어있다
어떠한 행사나 그렇듯 문제점은 갖고 있습니다. 홀리 축제의 문제는 바로 홀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가루염료를 통한 홀리 축하 세레머니. 개인 성향에 따라 이러한 세레머니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당장 저만 해도 홀리 기간에도 피아노 수업을 위해 각 가정을 돌아다녀야 하는데, 타겟이 되어 물세례를 맞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기도 하구요. 홀리 당일은 정말 그야말로 거리 곳곳에서, 골목마다 가루 염료와 염료를 녹인 물이 난무합니다.
건물 옥상에는 스나이퍼마냥 물총을 쏘고 있는 아이들이나, 좀 더 짖궂은 경우엔 양동이에 물을 가득 담아 냅다 투척하곤 합니다. 대로변에서야 그런 일이 드물지만, 주택가 등으로 들어가면 여지없이 난리가 나죠. 인도에서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이날 외부 출입을 자제하는 편입니다(...) 다만 주재원들 대다수가 거주하는 고급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홀리 기념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소프트하게(?) 홀리의 맛을 보죠. 로컬은 맵습니다.
특히나 홀리 기간에는 문화적 규범이 때때로 무시되는 경향도 존재하기 때문에, 많은 상점들은 아예 문을 닫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명절 연휴다보니 직원들 휴무 차원에서 문을 닫는 경우도 있지만, 장난을 빙자한 '과도한 영업 방해'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메트로(전철) 역시 안전 관리 및 원활한 운행을 위해 오후 2시반(델리 메트로 기준)까지 운행을 중단할 정도입니다. 오늘 돌아다니는데, 메트로 출입구도 모두 닫혀 있는 상태고, 스타벅스부터 어지간한 매장들은 여지없이 셔터를 내린 상태였습니다.
또한 홀리를 축하하는 '놀이'를 빌미로 끌어안는 등 신체접촉을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해서 특히 여성들 중에선 홀리날 외부에 나가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2023년엔 '여행자의 거리'라고 불리는 뉴델리의 파하르간즈(빠하르간지)에서 일본인 여성 여행객이 현지 남성들에게 집단 성추행을 당해 논란이 되고 3명의 용의자가 체포된 적도 있었죠. 그래서인지 매년 홀리 시즌이 되면 이러한 문제와 관련된 인도 여성들의 칼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경찰 당국에서는 상대방의 동의없이 물풍선이나 가루를 투척하는 것을 비롯해 신체 접촉 및 해를 끼치거나 불편을 줄 경우 법에 따라 처벌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2024년 7월 이전에는 최대 3개월의 징역 혹은 최대 500루피의 벌금 또는 두 가지 처벌이 다 이루어졌었는데, 2024년 7월 1일 새로운 관련 조항이 신설되면서 최대 3개월의 징역 혹은 최대 1000루피의 벌금 또는 두 가지 처벌이 모두 가능한 것으로 개정됐죠. 실제로 2024년 우타르프라데시 주 비즈노르(Bijnor)라는 도시에서 강제로 가족에게 색을 칠해 괴롭혀 체포된 사례가 있습니다.
홀리의 힌두교적 기원 이야기 2가지
홀리의 기원에 깊이 연관되어 있는 이야기가 몇 개 있는데요. 하나는 자신을 신으로 숭배할 것을 요구한 고대 왕 히란야카시푸(Hiranyakashipu)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자신이 불멸의 존재이며 신들만큼 강력하고 영향력 있는 존재라고 주장했는데, 그의 아들인 프랄라드는 인류를 구원한다는 보존의 신 비슈누(힌두교 3대 주신)를 숭배하는 데 더 열심이었죠. 이에 분노한 히란야카시푸는 보복으로 아들을 죽일 계획을 세웠지만, 그의 오만함을 응징하기 위해 나선 비슈누가 히란야카시푸를 죽임으로써 선이 악을 이기고 승리한 것을 기념하게 된 것이죠.
홀리의 컬러 세레머니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이야기는, 라다(Radha)와 크리슈나(Kirshna)의 이야기입니다. 크리슈나는 비슈누의 여덜 번째 화신이자 인도의 모든 신들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존경받는 신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크리슈나는 어린 시절 마신 독한 음료로 인해 피부가 푸르스름했다고 하는데요. 그런 크리슈나가 사랑 연민, 헌신의 여신인 라다를 만나 사랑에 빠졌는데, 크리슈나는 자신의 피부색 때문에 라다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까 두려워하자, 라다는 크리슈나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고 크리슈나가 자신의 피부를 염색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고 하죠. 그래서 혹자들은 이 둘의 일화를 기리기 위한 방법으로 홀리 축제가 탄생되었다고 보기도 합니다.
홀리에 먹는 음식들은?
이날 인도인들은 카다멈, 말린 과일, 장미꽃잎, 사프란, 설탕, 우유 등으로 만든 전통 음료인 탄다이(thandai)를 비롯해 대마초를 갈아 우유, 기이, 향신료 등을 추가해 만든 방(bhang)을 넣은 '방 라씨' 등을 마십니다. 아, 탄다이 종류 중에는 방을 넣은 '방 탄다이'도 있네요.
우리나라에서 들으면 기겁을 할 수도 있겠지만, 힌두교 문화에서 방은 힌두교 3대 주신 중 파괴의 신인 시바(Shiva)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기에 상당히 유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방은 인도의 마약류 관리법인 'NDPS' 법에 포함되어 있지 않죠. 다만 방의 제조에 사용되는 대마 잎은 야생 대마에서만 가능하며, 야생 대마는 정부 허가없이 재배하는 것이 불법입니다. 방 판매점 역시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구요.
홀리 때 인기있는 음식으로는 구지아(gujia)라는 디저트가 있는데, 마치 만두처럼 생긴 이 것은 안에는 코코넛과 구워낸 견과류를 갈아넣고, 우유를 끓여 만든 코아 등을 넣은 뒤 튀겨낸 페이스트리입니다. 그 외에도 힌디어로 '미타이', 영어로 '스위트'라고 부르는 다양한 디저트를 서로에게 선물하거나 함께 먹죠. 쉽게 생각하면 일본 화과자나 우리나라의 한과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건 뭐 무언가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인도에서 너무 보편적인 거라 꼭 홀리가 아니어도 자주 접하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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