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1기 당시 못 다 이룬 한을 풀었습니다. 14일(현지시각)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는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이 열렸습니다. 오후 6시경 워싱턴의 상징인 링컨기념관에서 워싱턴 내셔널몰의 워싱턴 모뉴먼트까지 콘스티투션 애비뉴를 따라 진행된 이번 열병식에는 군인 약 6,700명, 차량 150대, 항공기 50대, 말 34마리, 노새 2마리, 개 한 마리가 참여했습니다.
미국에서 대규모 열병식이 열린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나라에서 '그건 촌스럽다'는 인식이 있었기에 그간 미국 정치 지도자나 군 장군들은 보여주기식 열병은 중국 공산당이나 러시아 정도가 하는 것이라고 폄하해왔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그가 이러한 인식을 바꾼 것은 지난 2017년 7월 14일 프랑스대혁명 기념일에 파리 상젤리제에서 거행된 프랑스군의 장대한 군사 퍼레이드에 참석한 이후입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미국에서도 이런 퍼레이드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하죠.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열병식을 개최하려고 했지만 군의 정치화를 우려한 군 지도부 및 참모들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하지만 집권 2기엔 이른바 '충성파' 위주로 인선을 하면서 열병식이 열리게 됐죠. 이렇게 1991년 이라크를 상대로 한 걸프전 승전 퍼레이드 이후 처음 미국에서 열병식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이날 마침 79번째 생일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과 함께 백악관 인근에 설치된 대형 무대에서 장병들의 퍼레이드를 내려다봤습니다. 그는 종종 일어서서 군인들의 경례에 거수경례로 답하기도 했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미국을 위협하면) 종말을 맞이할 것이며 완전하고 철저하게 몰락할 것"이라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번 열병식 역시 군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미 국방부는 열병식 비용을 최대 4,500만 달러(약 615억 원)로 추산했는데, 미 NBC·ABC방송의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 10명 중 6명이 열병식에 세금을 사용하는 것을 반대했죠. 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생일과 이번 열병식이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무대에 오르자 관객석에서 생일 축하 노래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일어난 불법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반대를 무시하고 주 방위군과 해병대를 투입한 상황에서, 열병식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이날 백악관 북쪽 라파예트 광장을 비롯해 워싱턴DC 곳곳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열병식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시위대는 "미국에는 왕이 없다"고 쓴 피켓을 들고 생일에 대규모 열병식을 가진 트럼프를 비꼬는 한편 "열병식이 열리지 말았어야 한다. 사진 촬영을 위해 군대를 이용하고 있다. 트럼프 생일 선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죠.
이번 열병식을 위해 행사 며칠 전부터 전국 각지의 군인이 장비와 함께 워싱턴 DC로 이동해 농림부 건물 및 연방총무청(GSA) 소유의 정부 창고를 임시 막사로 사용했고, 이 곳엔 7,500개의 야전 침대가 설치됐습니다. 동원된 군인들은 하루 50달러(7만 원)의 특별 수당을 받고, 하루 세 끼 식사 중 두 끼는 전투식량(MRE)으로 제공됐죠.
열병식에서는 육군의 250년 변천사를 보여주기 위해 군인들이 시대별로 사용한 군복과 무기를 착용했습니다. 영국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싸운 독립전쟁으로부터 시작해, 미국 북부와 남부가 노예제 문제 등을 두고 충돌한 남북전쟁, 서부 개척 시대, 1·2차 세계 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걸프전쟁, 테러와의 전쟁을 거쳐 현재 육군이 사용하는 군사 장비가 모습을 드러냈죠. 2차 대전에서 활약한 셔먼 탱크에 이어 지금의 주력 전차인 에이브럼스 탱크, 스트라이커 장갑차, 브래들리 보병전투차량, 팔라딘 자주포 등 최신 장비가 지나갔고, 하늘에는 블랙호크(UH-60), 아파치(AH-64), 치누크(CH-47) 등 헬리콥터가 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열병식은 불꽃놀이로 마무리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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