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러시아산 원유 적극 수입하는 인도에게 25%의 상호관세 통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에 25%의 상호관세를 통보하며 압박에 나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인도와 러시아가 함께 자기들의 '죽은 경제'를 망가뜨리건 말건 알 바가 아니다"라며 불만을 표한 바 있죠. 3일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보좌관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폭스 뉴스에 출연,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함으로써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쟁에 자금을 대고 있다"며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를 사들이는 양이 중국과 비슷하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행동의 목적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러시아의 자금줄을 틀어막기 위함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러시아산 원유를 거의 구매하지 않았던 인도는 이후 전쟁 발발 이후 중동산 대신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대거 사들여 현재 전체 원유 수입량의 3분의 1을 러시아산 원유가 차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이 이를 문제삼으며 압박에 나서자 인도 정부는 지난주 원유 정제업체들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중단될 경우 대체 공급처 계획을 준비하라고 지시하긴 했으나 아직까진 중단 지시는 내리지 않은 상태입니다.
인도에 대한 상호 관세는 괘씸죄? 파키스탄은 인도보다 낮은 19%
결국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는데, 이는 인도에 상당히 충격적인 결정이었습니다. 인도가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필수적인 미국의 핵심적인 우방인 점과 한국, 일본, 유럽연합(EU)이 15%로 확정된 데 비하면 10%포인트나 높기 때문이죠. 심지어 인도와 끊임없이 분쟁을 벌이고 있는 파키스탄의 상호관세율은 지난 4월 발표됐던 29%에서 19%로 인하되어 인도보다 6%나 낮습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도가 5월 파키스탄과의 무력 충돌 시 중재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은 게 고율 관세를 부과받은 이유 중 하나라고 진단했습니다. 파키스탄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인도와 파키스탄간 분쟁을 중재했다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바 있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중재 역할을 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인도는 "어떤 외부의 개입도 없었다"며 이를 부인했고, 알려진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모디가 감사를 표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합니다.
모디 총리,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 조치 대신 "국산품 애용" 촉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진 않았지만, 지난 2일 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주에서 열린 한 집회에서 연설을 통해 국산 제품 구매를 촉구했습니다. 모디 총리는 "세계 경제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불안정한 분위기가 있다"며 "이제 우리가 무엇을 사든 저울은 하나뿐이어야 한다. 인도의 땀으로 만든 것들을 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농민의 이익, 소규모 산업, 젊은이들의 고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죠.
한편 란디르 자이스왈 인도 외무부 대변인은 현지시간 4일 SNS 엑스에 올린 성명에서 러시아산 석유 구입은 "우크라이나 충돌 발발 이후 인도로 오던 전통적 공급 물량이 유럽으로 가면서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기 시작했던 것"이라고 항변하면서 "미국도 원자력 산업을 위한 육불화우라늄과 전기차 산업을 위한 팔라듐, 비료와 화학물질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국익과 경제 안보를 지키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죠. 하지만 한편으론 한편 인도 최대 정유사인 국영 정유사 인도석유공사(IOC)가 최근 미국·캐나다·중동에서 입찰을 통해 9월 인도분 원유 총 700만 배럴을 사들이면서 북미·중동산 원유 수입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문가들, "양국 관계 악화 일시적일 순 있어도 지속적이진 않을 것"
인도 정부가 트럼프 정부와 무역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가운데, 전문가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갖고 있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조만간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경제규모가 확실시되는 인도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많은 양보를 할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에게 인도는 중극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에게 반드시 필요한 나라인데다가 일본·호주와 함께 미국 중심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일원이며, 미국 내 정치·경제권에서 인도계 인사들의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양국 관계가 완전히 틀어지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압박은 인도를 굴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여집니다. 인도는 '누구와도 척을 지지 않는다'는 실리주의 외교를 지속해온 것을 비롯해 러시아와는 소련 시절부터 상당히 가까운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현재 인도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러시아산 원유를 많이 수입하는 국가이자, 러시아는 인도의 최대 무기 공급국 중 하나죠. 지난해 10월 모디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한 것을 비롯해 올 연말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인도 방문을 예정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였던 2019년 미국을 방문한 모디 총리를 위해 텍사스 주에서 열린 대규모 환영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모디 총리를 향해 "백악관의 진정한 친구"라고 치켜세웠고, 이듬해 인도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인도 서부 구자라트 주 아메다바드에서 열린 환영 행사에서 친밀감을 과시했던 모디 총리. 또한 지난해 대선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모디 총리는 자신의 X에 "나의 친구 도널드, 당신의 역사적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두 사람이 포옹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2월 두 번째 임기가 시작하면서 모디 총리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위대한 협상가"라고 극찬하기도 했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