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불법 정치자금 '윤핵관' 권성동 의원 구속, '증거인멸 우려'
사이비종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통일교) 측으로부터 억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구속 수감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권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4시간30여분 동안 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영장 발부 이유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 특별검사 수사 역사상 현역 국회의원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입니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5일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로부터 통일교 행사 청탁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원 명목으로 현금 1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특검은 이 돈이 '통일교가 주최하는 한반도 평화서밋 행사에 윤 후보가 참석하도록 도와달라', '윤 후보가 당선되면 통일교 정책을 국가정책으로 추진하고, 정부 예산 등을 통해 통일교의 대규모 프로젝트와 행사를 도와달라' 등 통일교가 권 의원에 전한 청탁의 대가로 의심하고 있죠.
영장 심사에 특검 측은 130쪽이 넘는 파워포인트 자료를 띄우며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앞서 160여쪽에 이르는 의견서도 재판부에 냈죠. 특검은 윤씨의 진술과 다이어리 기재 내용, 윤씨가 권 의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등을 볼 때 권 의원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혐의가 중대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의 부인인 이 모씨(전 통일교 재정국장)의 휴대전화에 있던 1억원 상당의 한국은행 관봉권 사진을 확보해 주요 증거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특검팀이 정황증거로 제시한 '큰 거 1장 support', '권성동 오찬'이라는 메모가 적힌 윤 전 본부장의 다이어리와 '오늘 드린 것은 후보님을 위해 요긴하게 써달라'는 문자 메시지 등도 특검의 의심을 뒷받침하는데 주된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특검은 5선 중진 국회의원인 권 의원이 자신의 비서관을 통해 특검팀이 수사 중인 공범에게 몰래 접촉해 수사상황을 공유받으려 시도하고, 차명폰으로 수사관계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점을 강조하며 증거인멸 우려가 커 구속 필요성이 크다고도 했죠.
권성동 의원은 영장 심사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에게 "참담한 심정이고 저는 결백하다"며 "탄압이고 무리한 수사"라고 주장했습니다. 권 의원은 영장 심사 최후 진술에서 2018년 7월 강원랜드 채용청탁 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뒤 불구속 기소됐지만 2022년 2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사실을 거론하며, 자신에 대한 수사가 "정의실현이 아닌 정치권력의 이해가 얽혀 있다"고 주장했죠. 영장 발부 직후 권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구속은 (정치탄압의) 첫 번째 신호탄"이라면서 자당에 "이제 민주당은 피 냄새를 맡은 상어 떼처럼 국민의힘을 향해 몰려들 것이다. 우리 당은 단합과 결기로 잘 이겨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하는 한편 재판부를 겨냥해선 "영장을 인용한 재판부 역시 민주당에게 굴복했다"며 "집요하고 우악스러운 사법부 길들이기 앞에 나약한 풀잎처럼 누웠다. 그야말로 풍동(風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신천지에 이어 통일교와 각종 연관 의혹 받는 통일교 정조준한 특검
권성동 의원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은 아직 해소하지 못한 의혹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권 의원은 2022년 2~3월 통일교 천정궁에서 한학자 총재를 만나 당시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원 대가로 현금이 든 쇼핑백을 받았다는 의혹, 2022년 10월 한 총재 등 통일교 임원의 미국 원정도박 경찰 수사 정보를 통일교 측에 제공해 증거인멸 등 수사에 대비하도록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는 상황.
권 의원의 구속은 통일교 측이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전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라고 일컬어지는 현역의원들을 통해 정치권에 개입한 정황을 수사하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검은 권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정치권력과 종교단체가 결탁해 대한민국의 국정을 농단하고, 선거에 개입하며 사법 질서를 교란한 사건의 모든 발단은 국회의원으로서 청렴의무를 위배한 피의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서부터였다)"고 적은 바 있습니다. 현재 특검의 칼날은 곧바로 통일교의 수장인 한 총재로 향하고 있습니다. 한 총재는 윤씨가 권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하는데 최종 결재자로 지목된 인물로, 한 총재는 특검의 소환조사 통보에 세차례 불응하다가 17일 자진 출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권 의원이 연루된 '통일교 교인들의 국민의힘 집단 입당 가입 의혹' 수사도 속도를 낼지 주목됩니다. 특검은 2022년 11월 초 김건희 여사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윤영호씨에게 '2023년 3월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통일교 교인을 집단 가입시켜 권 의원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권 의원이 당대표 후보 출마를 포기하면서 통일교 측은 김기현 의원으로 대상을 바꿔 당선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죠. 특검은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통일교 서울본부와 천주평화연합(UPF)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교인들의 입당원서 등을 확보했습니다. 이 의혹과 관련해선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을 다시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
이와 함께 통일교 측의 대선 불법 정치자금 수사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대 대선 전 국민의힘에 돈줄을 대주고 통일교 측이 추진하는 과제를 실현시키려 했다는 의혹입니다. 특검은 통일교 자금 총 2억1000만원이 국민의힘 광역시도당 등에 흘러갔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검은 최장 20일의 구속기간에 권 의원을 추가로 조사한 뒤 재판에 넘길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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