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국과 마주 앉을 일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하지 않을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며 남북관계에 확실히 선을 긋고 나섰습니다. 지난 20~2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중요연설 내용이 22일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알려진 것인데요. 1만9000자 분량의 연설문 중 절반 가까이가 한국과 미국 관계 내용이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기회에 한국과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보다 분명히 하고자 한다"며 "일절 상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와 대한민국은 지난 몇십 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두 개 국가로 존재해 왔다"며 "조선 반도(한반도)에 지구상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 전쟁 중인 있는 두 교전국이 첨예하게 대치되어 온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한 김 위원장은 "우리가 한국을 타국으로,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제한 사실이 어제, 오늘 갑작스레 내린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며 "가장 적대국이라고 하는 것은 그들이 가장 적대적인 반공화국 적대행위의 역사를 걸어왔기 때문"이라며 남북 관계 악화의 원인을 한국으로 돌리기도 했습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어느 하나가 없어지지 않으면 안 될 통일을 우리가 왜 하겠습니까"라며 "국익의 견지에서 볼 때 우리는 정치, 국방을 외세에 맡긴 나라와 통일할 생각이 전혀 없다, 철저히 이질화되었을 뿐 아니라 완전히 상극인 두 실체의 통일이란 결국 하나가 없어지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죠.
한편 김 위원장은 "우리는 명백히 우리와 한국이 국경을 사이에 둔 이질적이며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개 국가임을 국법으로 고착시킬 것"이라면서 지난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처음 정의하고 "헌법에 영토·영해·영공 조항을 신설해 주권 행사 영역을 규정하고, 통일과 관련한 표현을 모두 삭제"하는 내용의 개헌을 지시한 것이 아직 이행되지 않았음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이재명 정부가 이전 정권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우리에 대해 그 무슨 '관계 개선'이요 '평화'요 하면서 '융화 노선'을 제창하고 있는데 본질상 달라진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흡수통일' 야망에 있어서는 오히려 반공화국 정책을 국시로 정하였던 이전의 악질' 보수' 정권들을 무색게 할 정도"라고 비판했습니다. '핵 선제타격을 노린 핵 작전 연습', '합동군사연습' 등을 거론하면서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으로 의결한 내년 예산안에는 군사비가 8.2%가 증강했다, 반공화국 대결 광신으로 악명 떨친 윤석열 정권을 훨씬 능가"했다고 강조했죠.
김 위원장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며 비핵화 의지가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핵을 포기시키고 무장해제시킨 다음 미국이 무슨 일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세상이 이미 잘 알고 있다"며 "우리는 절대로 핵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뗐습니다. 이어 "제재 풀기에 집착하여 적수국들과 그 무엇을 맞바꾸는 것과 같은 협상 따위는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죠.
그러면서 "미국을 위시한 서방 패권 세력이 아직도 핵을 보유하고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전략적 패배를 안기고 이길 수 있다는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제재나 힘의 시위로써 우리를 압박하고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의 전쟁 억제력은 지금 행사되고 있으며 나는 이 억제력의 제1사명이 상실되지 않기를 바란다. 만일 상실될 때에는 억제력의 제2의 사명이 가동되게 된다"며 "한국과 주변지역 그의 동맹국들의 군사조직 및 하부구조는 삽시에 붕괴될 것이며 이는 곧 괴멸을 의미한다”고 위협성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김정은 "나는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 가지고 있어"
이에 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선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죠. 앞서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고 언급한 적은 있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돼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작전 중인 북한군과 사망한 군인의 유가족에게 전 사회적인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그들을 돌보는 것은 전적으로 당과 국가의 책임"이라며, 기부 당사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고 사의를 표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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