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군 제77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 전 정부 대비 대폭 축소돼 진행
건군 제77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이 3군(軍) 지휘부가 위치한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국군의 날 기념행사는 최근 2년 서울 도심에서 시가행진을 진행했던 윤석열 정부 때와 달리 참가 병력과 장비 규모, 투입 예산 등 모든 면에서 작년보다 확연히 간소화된 모습이었습니다. 국군의 날 기념행사는 정부의 안보관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행사로 평가되는데, 군사력을 강조했던 지난 정부와 차별화하고 남북 간 긴장완화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추진하는 현 정부의 국정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죠.
'국민과 함께하는 선진강국'이란 슬로건 아래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5천여명의 병력이 참여했던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의 5분의 1 규모인 998명의 병력이 참여했고, 장비 규모도 83종 340여대에서 약 40종 100여대로 대폭 줄었습니다. 예산도 지난해(72억원)의 3분의 1 수준인 27억 원. 행사기획단 관계자는 "올해 국군의 날은 병력과 장비, 예산 등 분야에서 예년보다 줄여서 진행했다. 콤팩트(간결)하게 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습니다.
취임 후 처음 맞은 국군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은 검은 양복에 회색과 녹색이 섞인 넥타이를 맨 이 대통령은 6·25 전쟁에 간호장교로 참전한 95세 이종선 씨와 해군 UDT 하사로 전역한 산악인 엄홍길 씨, 곽기호 국방인공지능기술연구원장, 11명의 군 복무자를 배출해 병역 명문가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이상문 씨, 아들 3명을 육·해·공군 장교로 키운 박범진·나선림 부부, 항일의병 임병찬 선생의 후손인 19세 차세연 씨 등 국민대표 7명과 동반 입장했죠. 이 대통령은 흰색 군복을 입은 고령의 이종선 씨 손을 잡고 그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걸어 들어온 뒤 이씨를 단상 위 자신의 옆자리에 안내하며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군의날 기념식에 국민대표들과 함께한 것은 군 통수권자로서 12·3 계엄 사태를 극복하고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국민대표는 유공 여부와 사회 기여 등을 고려해 내부 심의를 통해 선정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는데요.
이재명 대통령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함께 열병 차량에 올라 연병장을 한 바퀴 돌며 도열한 군을 사열헸습니다. 순서는 국군 통합군악대, 육군, 해군, 육군·공군 의장대, 통합기수단, 해군·해병대 의장대, 공군, 해병대, 통합미래제대, 장비부대 순. 부대별로 사열할 때마다 이 대통령은 장병들에게 거수경례로 화답했고, 통합기수단을 사열할 때는 왼쪽 가슴에 손을 얹기도 했습니다. '한국형 3축 체계' 핵심 전력기술이 적용된 무기 체계, 유·무인 복합 무기체계 등을 둘러보기도 했죠.
사열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은 해병대 '채상병 사건' 당시 상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수사를 이어온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보국훈장 삼일장을 수여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훈장증을 건네고 가슴에 훈장을 달아주자 박 단장은 거수경례하며 "충성을 다하겠다"고 말했죠.
이 대통령 "작년 12월 3일, 일부 군 지휘관들 국민을 향해 총부리 겨눠"
기념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 12월 3일, 일부 군 지휘관들은 군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최고 권력자의 편에 서서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눴다"면서 "대다수의 군 장병이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부당한 명령에 저항하는 용기를 낸 덕분에 더 큰 비극과 불행을 막아낼 수 있었다"고 지난 12·3 불법계엄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군 통수권자로서, 대한민국 국민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불법 계엄의 잔재를 말끔히 청산하고, 헌법과 국민을 수호하는 군대로 재건하기 위해 민주적, 제도적 기반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죠.
"우리 군이 민주공화국의 군이자 국민의 군대로 새롭게 태어나는 길에 적극 동참해달라"며 "나라를 지키는 일은 곧 국민을 지키는 것이고, 군인 최고의 덕목이자 가치인 명예도 바로 국민 신뢰에서 나온다"고 말한 이 대통령은 "신뢰받는 진정한 국군으로 거듭나도록, 명예로운 군인의 길을 자랑스럽게 걸어갈 수 있도록 우리 함께 노력하자" 국민과 함께하는 군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뜻을 거듭 피력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프롬프터를 쓰지 않고 흰색 A4 용지에 적힌 원고를 넘기며 연설하는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연설 직전까지 원고를 직접 수정하는 편이고, 현장 상황에 따라 글자가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어 프롬프터보다는 종이 원고를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죠.
전 세계에 수출되는 K9 자주포와 K2 등장, 현무-5도 다시 선보여
이날 행사는 주요 부대 열병식을 비롯해 회전익·고정익 편대비행,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고난도 기동 비행을 선보였고, 지상에선 K9 자주포와 K2 전차 등 국군 주요 무기체계가 전시됐습니다. 감시정찰과 공격, 전자전 임무까지 수행하는 저피탐 무인편대기와 적 위협을 선제 타격하는 중소형 자폭 무인기, 은밀하게 침투해 정찰부터 정밀 타격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첨단 스텔스 무인기 등이 공개됐죠.
또 폭발물을 탐지·제거하며 지뢰도 찾아내는 폭발물탐지제거로봇과 지하시설 등 통신이 불가능한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자율탐사로봇, 다중로봇 협동자율 시스템 등 국군의 미래 전력도 이날 첫 선을 보였습니다. 이 밖에도 다족보행로봇, 소형사격드론, 수중자율기뢰탐색체, 무인수색차량, 대형급 무인잠수정 등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방산 수출을 담당하는 무기체계도 대중에 공개됐습니다. 다연장로켓 천무와 국산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로 항공기와 탄도탄 요격이 가능한 천궁Ⅱ, 고도 40㎞ 이상에서 적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 전 세계에 수출되는 K9 자주포와 K2 전차 등이 등장했고, 아울러 지난해 국군의 날 시가 행진 당시 처음 공개된 현무-5도 등장했습니다. 현무-5는 탄두 중량이 8t에 달하는 현무-5는 적 지휘부가 은신한 지하 벙커를 파괴하는 미사일로, '한국형 3축 체계' 중 하나인 대량응징보복(KMPR) 수단입니다. 공중 분열에선 국산 소형 무장 헬기와 아파치 헬기,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등이 등장했습니다. 한국형 전투기 KF-21와 F-35A, F-15K 등 공군의 주요 전력도 비행에 나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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