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LG 트윈스가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2:8 완승을 거뒀습니다.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한화 이글스는 체력적 열세를 여실히 보여줬고, 한화가 믿었던 LG 트윈스의 무뎌진 실전 감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LG 타선은 폭발했습니다.

한화의 선발 투수는 플레이오프 MVP였던 문동주였고, LG의 선발 투수는 외국인 선발 톨허스트였습니다. 한화는 1회 초부터 톨허스트를 압박했지만, 그간 한화전에 특히 강한 모습을 보였던 LG의 주장 박해민이 추정 비거리 126미터의 타구를 환상적인 캐치로 잡아내며 톨허스트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었죠.

닷새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문동주 역시 1회 2실점을 하며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2회와 3회를 연속으로 3자범퇴로 처리하며 안정을 되찾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5회 박해민에게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허용하며 또 다시 실점을 허용했고, 끝내 4⅓이닝 동안 4피안타 3볼넷 4실점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습니다.

한화는 6회 노시환의 적시타와 하주석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만회했으나, 곧바로 LG가 신민재의 중전 안타에 이어 연쇄 적시타를 터뜨리며 격차가 다시 벌어졌죠. 톨허스트는 직구 39구, 커터 20구, 포크 15구, 커브 8구로 변칙적 구성을 활용했으며 최고 구속 152km/h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 6이닝 82구 무사사구 투구로 안정성을 유지했고, 7회 송승기의 삼자범퇴, 8회 김진성의 무실점 투구, 9회 유영찬의 깔끔한 마무리까지 이어졌습니다. 결국 이렇게 승리의 여신은 LG에게 손을 내밀었죠.

LG는 지난 1일 정규시즌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했지만, 그 모양새가 영 좋지 못했습니다. 시즌 막판을 3연패로 마무리했을 뿐 아니라 우승 역시 자신들의 손으로 한 게 아니라 SSG가 지난 1일 한화 마무리 김서현을 상대로 2-5로 뒤지다 9회 2사 이후 투런포 두 방을 터뜨려 승리해준 덕에 가능했기에 '우승당했다'는 말이 나왔죠. 어찌됐든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쥔 LG는 3주 이상을 쉬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만 LG에게 불안요소가 있었으니 이는 바로 무뎌진 실전 감각이었습니다. 아무리 청백전으로 실전 감각을 채우려 해도 청백전은 청백전, 실전과는 비교할 수 없기에 한화는 LG 선수단의 실전 감각이 최대한 늦게 올라오기를 바라고 있었죠. 한화의 김경문 감독이 "상대의 경기 감각이 떨어져있는 1차전은 우리에게 기회"라고 말했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한화가 한국시리즈에 올라오기까지 LG 타자들은 피칭 머신의 스피드를 160km로 맞춰놓고 빠른 공 대처 능력을 키웠다고 합니다. 한화 선발진에 코디 폰세를 비롯해 라이언 와이스, 문동주 등 150km 중후반대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다는 것을 노린 포석이었죠. 이 훈련은 기가 막히게 먹혔습니다. LG 타자들은 1차전 한화 선발 문동주의 빠른 공에 전혀 주눅들지 않았죠.

LG 선수단에서 타격 능력으로는 아래쪽에 위치할 박해민도 홈런을 때려낼 정도로 LG 타자들은 준비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삼성 왕조 시절부터 숱하게 가을야구를 해온 박해민이 때려낸 포스트시즌 첫 홈런으로, 정규시즌 홈런이 딱 3개에 불과한 박해민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홈런을 때려낸 건, 되는 집의 전형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화는 자못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를 보여주기까지 했습니다. 0-2로 끌려가던 5회초 선두타자 최인호가 좌중간 2루타를 치고 나간 이후 최재훈이 희생번트를 대며 최인호를 안전하게 3루까지 보냈습니다. 설령 1점만 내더라도 공격이 4이닝이나 남았기 때문에 LG를 2점으로 묶어둔다면 추격이 가능한 상황이었죠. 1사 3루 상황에서 LG 내야진은 전진수비를 펼쳤지만, 타석에 오른 이도윤이 외야플라이 혹은 내야 땅볼이라도 빠른 정면 타구가 아니라면 홈을 노릴 만 상황. 이도윤은 1루와 2루 사이로 땅볼을 굴렸고, 타구 스피드도 느렸고 타구는 우측으로 치우쳤습니다. LG 2루수 신민재가 미끄러지면서 잡아야 했을 정도였죠. 하지만 3루에 있던 최인호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2사 3루에서 손아섭이 삼진을 당하면서 한화의 공격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죠.

하지만 공교롭게도 5회말 LG가 같은 상황을 마주했을 때 LG는 한화와 전혀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1사 후 신민재가 3루타를 친 뒤 오스틴이 3루 땅볼을 친 것. 이는 이도윤의 타구와 달리 정면에 속도도 빨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민재는 홈으로 뛰어 득점에 성공했죠. 결국 같은 상황에서 더욱 과감했던 건 이기고 있던 LG였습니다.

2차전 선발로 내정된 류현진이 달궈진 LG 타선을 식혀내야만 1999년 이후 26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게 된 한화. 하지만 역대 41번의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을 승리한 팀이 30번은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바 있기 때문에 LG는 우승을 향한 73.2%의 확률을 손에 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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