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만에 따끈따끈한 두산 베어스의 소식입니다. 두산 베어스는 18일 "내야수 박찬호와 4년 최대 80억 원(계약금 50억원, 연봉 총 28억원, 인센티브 2억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달 9일 KBO 프로야구 FA 시장이 문을 연 이후 9일 만에 나온 2026년 FA 1호 계약입니다.

두산은 FA 시장에서 육성과 내부 FA 잔류에 주력하기로 유명한 구단입니다. 2025년 현재까지 두산 역사상 사실상 유일한 외부 FA 영입은 2015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이적한 투수 장원준 뿐이죠. 홍성흔과 양의지도 있지만, 이 두 사람 모두 두산에서 데뷔해 10년 넘게 활약하게 FA로 이적한 것을 2차 FA 때 다시 데려온 것이니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그간 두산 모그룹의 재정이 상당히 좋지 않은 것이 컸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모그룹인 두산이 역대급 호조를 보이면서 재정 위기를 극복한 것. 두산의 주가는 연일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의지와 자금력이 모두 충족된 상황. 게다가 올해 이승엽 전 감독이 자진 사퇴한 데 이어 최종 순위 9위라는 충격적인 성적을 받아든 두산으로서는 큰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제12대 김원형 감독이 취임한 이후 전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확실히 다진 두산 프런트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한화 이글스 김승연 구단주와 마찬가지로 야구에 진심인 박정원 구단주가 전폭적인 투자 의지를 표명하면서 이번 FA 시장의 최대어로 떠오른 유격수 박찬호 영입전에 뛰어든 것이죠.두산 내부에서는 '국대 유격수' 김재호 은퇴 이후 유격수 발굴에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내부 육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프런트는 박정원 구단주의 재가가 떨어지자마자 FA 시장 개장과 동시에 박찬호 측과 접선을 했다고 합니다.

박찬호는 장충고를 나와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IA 2차 5라운드 50순위로 프로 무대에 섰습니다. 현역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한 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름 석 자를 알린 그는 그해 도루왕을 거머쥐며 전성기의 시작을 알렸고, 2022년 도루왕, 2023년 유격수 부문 수비상 수상에 이어 2024년 134경기 타율 3할7리 158안타 5홈런 61타점 86득점 커리어하이와 함께 생애 첫 유격수 골든글러브, 한국시리즈 우승, 올스타, 유격수 수비상을 동시 석권했죠. 박찬호의 1군 통산 성적은 1088경기 타율 2할6푼6리 951안타 23홈런 353타점 514득점 187도루 장타율 .332 출루율 .328.

박찬호는 원소속팀인 KIA 타이거즈를 비롯해 두산 베어스, KT 위즈 등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습니다. 영입전 막판 두산과 KT 2파전으로 좁혀진 상황에서 박찬호의 최종 선택은 두산이었는데요. 첫 미팅 당시 '박찬호 V7'이 새겨진 유니폼 6벌을 들고 간 두산 관계자는 "박찬호 부모님과 아내, 아이들에게 줄 유니폼을 미리 준비했다. 성인용 4벌, 유아용 2벌을 선물했다. 박찬호 이름과 함께 등번호 자리에 V7를 새겼다"고 뒷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죠. 아마도 이러한 세심함을 비롯해 박찬호 측과 수차례 만남을 가진 두산의 정성이 박찬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두산은 공식 발표에서 "박찬호는 통산 1088경기 중 994경기(91.4%)에 유격수로 출장한 '전문 유격수'다. 최근 5시즌간 유격수 이닝 1위(5481이닝)로 기량과 내구성 모두 검증됐다.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며 내야의 중심을 잡았고, KBO리그 도루왕 2차례(2019·2022년), 수비상 유격수 부문 2차례(2023~2024년),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 1차례(2024년) 수상한 바 있다"고 박찬호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또한 두산 관계자는 "박찬호는 리그 최고 수비력을 갖춘 유격수로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 내야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자원이다. 리드오프로서 역할은 물론 공격적인 주루 능력까지 갖춰 팀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죠.

반대로 말하면 KIA는 수비, 주루, 내구성까지 모두 인정받은 '완성형 유격수'를 기아가 온전히 잃었다는 의미. 기아 관계자는 "구단은 최선을 다했다. 선수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하며 FA 시장에서 몸값 싸움에 완패했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이는 시장이 매긴 박찬호의 가격표를 인정한 대목이죠.

박찬호는 영입 발표 직후 "어린 시절 두산 베어스 야구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 그 팀의 유니폼을 입게 돼 영광스럽고 벅차다"며 "좋은 계약을 해주신 두산 베어스 박정원 구단주님께 감사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내 야구의 모토는 '허슬'이었다. 지금까지 해온 플레이가 두산 베어스의 상징인 '허슬두'와 어울릴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린다"고 덧붙인 박찬호는 또 "12년 간 응원해주신 KIA 타이거즈, 또 광주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그 사랑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죠.
'아픈 손가락' 정조준한 두산 베어스, FA 시장 '큰 손'

그런데 두산은 박찬호로 FA 시장을 떠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올해 FA 자격을 재취득한 LG 트윈스의 김현수와의 접촉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 두산에서 데뷔한 뒤 2016~2017년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김현수에게 두산은 별다른 제안을 하지 않았고, 김현수는 '한 지붕 두 식구' 잠실 라이벌인 LG 트윈스의 유니폼을 입었었죠. 위에서 말했듯 그간 두산 모그룹의 재정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았던 문제도 있었고, 당시 두산 베어스의 외야는 박건우, 김재환, 정수빈, 민병헌을 필두로 그야말로 자원이 넘치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FA 시장에서 두산은 '아픈 손가락'인 김현수를 다시 데려와 과거 프랜차이즈 스타를 다시 데려온다는 상징성은 물론, 선수단이 젊어진 상황에서 팀을 뭉치게 해줄 리더십을 선수단에 더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과연 김현수는 두산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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