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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가격 하락, 소비자들에게는 왜 와닿지 않을까?

자발적한량 2012.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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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겹살의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연신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먼나라 이야기 같네요. 과연 누구의 잘못이며, 무엇을 고쳐야 하는 걸까요?

 

 최근 돼지고기 도매가가 1kg에 2,7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는 6,000원에 가까웠던 올초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가격이죠. 또한 구제역으로 인해 생산량이 급감했던 지난해 6월 8,200원에 비해 1/3 수준으로 떨어진 금액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생산량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돼지 사육 마릿수가 993만 7,000마리입니다. 이는 사상 최대 수준입니다. 지난해 구제역 발병 당시 703만 6,000마리에 비하면 300만 마리 가까이 늘어난 수치인데요. 공급량은 이렇게 사상 최대인데 비해 수요가 공급을 따라주지 않는 것이 계속되는 가격 하락의 핵심입니다.



 자, 그렇다면 왜 수요가 공급을 따라주지 못하느냐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겠죠?

잠시 삼겹살의 소매가격을 살펴보겠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kg당 1만 6,468원으로 10% 정도 떨어지는 데 그쳤다고 합니다. 한달 새 30% 이상 떨어진 도매가격에 비하면 큰 차이가 나죠. 시중 음식점의 삼겹살 가격이 대부분 150~200g 1인분에 7,000~12,000원인데, 이런 가격 하락이 반영되는 음식점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그럼 30% 이상 떨어졌다는 도매가격은? 네, 그렇습니다. 가격 폭락의 충격을 농가가 그대로 흡수하고 있는 것입니다.



  구제역 등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도매가격이 상승하고, 이를 음식점이 반영하여 가격을 올립니다. 하지만 공급이 원활하게 되서 도매가격이 다시 떨어지게 되도 음식점의 가격은 예전가격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서 음식점들은 이렇게 항변합니다. 

'상추값이 금값이라...', '조미료 가격이 올라서...'

이렇게 음식점에서 이루어지는 고기 값의 비합리적 탄력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정작 야채값마저 떨어진다고 해도 이를 가격에 반영하는 음식점은 많지 않습니다.(만약 이러한 점을 반영하는 삼겹살집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찾아가서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가격상승요인이 생기면 짜기라도 한 것처럼 앞다투어 가격을 올리고, 가격하락요인에 대해서는 이전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기회로 삼는다던지, 다른 재료의 가격을 빌미로 무시하는 일종의 '관행'이 문제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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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관행 때문에 이러한 관행 때문에 전체적으로 봤을 때 소비자들의 지갑은 점점 열리지 않게 됩니다.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위축이죠. 삼겹살이 1년 중 제일 많이 팔린다는 여름휴가철에도 매출은 겨우 0.7% 증가했다고 합니다. 말 다했죠. 가정에서의 소비, 외식이 함께 줄어드는 상황에서 도매가격이 반영되지 않는 소매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일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도매가격의 하락이 소매가격에 제대로 반영이 됐다면 어떨까요? 가격이 비쌀수록 수요가 줄고,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진데, 자기 살을 파먹는 관행으로 하여금 악순환을 자초하는 이들이 무척이나 안타깝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삼겹살 무척이나 좋아하는 데, 1인분에 8천원 주고는 못먹겠더군요. 요새 삼겹살 먹는 곳은 노량진에 있는 착한가격 지정 마크가 붙은 고깃집이 유일합니다. 거긴 4,500원에 먹을 수 있거든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부의 대처가 정말 가관입니다.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가격안정책이 뭔지 아세요? 어미와 새끼 돼지를 자율 도태시켜 생산량을 줄이는 겁니다. 이미 8월말부터 자율도태 등으로 10월까지 모돈 8만마리, 자돈 10만마리 감축을 추진하고 있고, 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데요. 복잡하게 유통구조, 음식점들의 관행에 대해 고치기 귀찮고 싫으니까, 만만한 생산량 조절을 택하는 거죠. 음식점들에게 소비자가 봉이라면, 정부에게는 축산농민들이 봉입니다. 또 구제역 같은 상황되면 키우라고 등떠밀테고, 머릿 속에서 나오는 게 미봉책 뿐이니 환장합니다.



 생산량 줄여서 이 순간 모면하는 것보다(장난질이라고 해두겠습니다), 그 생산량에 맞춰 소비를 늘릴 방법을 구상하는 것이 발전적인 방향 아닌가요? 케익 먹을 사람 4명 밖에 없다고 너네 넷이서 반만 먹어라 하는 것보다 4명에게 주는 량을 늘리던지, 친구들 4명 더 데려오라고 하던지 해야지. 전체적인 파이를 키워서 축산농민은 많이 키우면서 많이 팔게 하고, 소비자에겐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 촉진시키고. 이게 내수 활성화 아닌가요? 시장을 키울 생각은커녕 기존의 틀 안에서만 놀아보려고 하는 작태가 참으로 한심합니다. 조금씩 조금씩 수입산 삼겹살이 그 자리를 넓혀가는 걸 도와주시는 것 같아요.



 8천원에 1인분 팔던 집에서, 5천원으로 할인한다고 현수막 하나 붙여보세요. 장사가 어떻게 되나. 그 놈의 상추값 변명하느니, 차라리 상추값 폭등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추가로 야채 줄 땐 500원씩, 1,000원씩 깔끔하게 받아온 가격대로 주겠다고 양심선언하던지. 삼겹살 집에서 상추 팔아서 장사합니까? 

결국은 고기 많이 팔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소비자들 호구 아닙니다. 진정한 돼지고기 가격 하락 문제 해결 방안이 무엇인지, 소비 촉진 방안이 무엇인지, 내수 활성화 방안이 무엇인지... 놀이터에서만 놀지 말고 운동장에서 놀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경기장도 뛰어보죠. 맘 편히 아무렇지도 않게, "오늘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할까?" 하던 때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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