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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미 필리버스터...김용남 막말 이기고 끝내 최장기록 경신

자발적한량 2016.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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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과 찬사를 보내기에 마땅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은수미의원이 현재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테러방지법 관련 필리버스터에서 9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의사진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은수미 의원의 발언을 생중계로 지켜보며 함께 밤을 새고 있는데, 신체적 차이만으로도 50대 여성 의원이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의사진행발언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고 그저 존경스럽습니다. (상황이 다소 변하여 하단에 관련 내용을 첨부합니다)


오늘 새벽 올린 포스팅에서 설명했듯이 필리버스터란 의사진행방해를 뜻하는 단어로 소수당 혹은 1명의 의원이 다수당이 양보를 하거나 법안을 철회시키기 위해 장시간 발언, 무제한 토론 등 합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의회의 활동을 막는 것을 말합니다. 필리버스터에 대한 설명, 오늘 필리버스터가 발동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해당 포스팅을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관련 포스팅

김광진으로 시작된 필리버스터...괴물 국정원 만드는 테러방지법 막아라





단순한 수치상의 결과로만 살펴봐도 은수미 의원의 필리버스터는 그야말로 기록적입니다. 대한민국 국회의 마지막 필리버스터로는 1964년 4월 20일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5시간 19분동안 의사진행발언을 이어간 바 있는데요. 이후 47년만에 발동한 필리버스터에서 첫 번째 주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소속 김광진 의원(비례)이 23일 오후 7시 7분부터 24일 0시 39분까지 5시간 32분간의 발언을 이어가며 그 기록을 넘겼습니다. 이어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이 1시간 50분의 의사진행발언을 했고, 세 번째 주자로 더민주 은수미 의원(비례)이 2시 31분부터 이 포스팅을 작성하는 현재까지 9시간30분이 넘도록 의사진행발언 중입니다. 이대로 가면 1969년 8월 29일 박한상 신민당 의원이 3선개헌을 막기 위해 10시간 15분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기록을 갱신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은수미 의원의 건강이 염려되는 마음입니다.



은수미 의원의 건강을 염려하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은수미 의원이 바로 현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로부터의 고문 피해자이기 때문입니다. 은수미 의원은 과거 서울대 사회학과 재학시절 노동운동에 투신했다가 1992년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으로 검거되어 6년동안 복역한바 있는데, 그 당시 안기부로부터 고문을 당해 그 후유증으로 장 절제 수술을 받은 것을 비롯해 폐렴, 폐결핵, 종양, 후두염, 밀실공포증, 고소공포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다음은 작년 7월 국정원 불법 해킹사건 관련 국정원이 '직원 일동' 명의로 입장을 발표했을 당시 은수미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에 대한 맹비난을 쏟아낸 글의 전문입니다.


국정원 직원들에게 묻는다. 진정 그대들은 부끄럽지도 않은가?


20여년 전 그대들로부터 모진 고문을 당한 후 사경을 헤맬 때도 원망하지 않았다. 나와 정반대의 입장에 서서 불법적인 고문을 하지만, 고민하도 하고 부끄러움도 알며 기개도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법 해킹 들킨 것도 부끄러울 판에 버젓이 야당 탓하는 공동성명까지 발표한다? 그것이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는 정보기관원들의 태도인가? 스파이가 공동성명 발표를 하다니 언제부터 사회단체가 되었나?


나를 한 달 가까이 고문하면서 그대들이 한 말 기억하는가? "간첩 잡고 국제활동 하기도 바쁜데 어쩌다 국내사람인 어린 너를 고문하는지 더럽다", "우리도 가슴이 덜컥 할 때가 있다. 언제인줄 아나? 길을 걷다 우연히 우리에게 고문당한 사람을 봤을 때다."


나를 고문했던 3개 조 21명, 서로를 별칭으로 부르던 그대들. 지금도 기억나는 별칭인 만두, 김 과장! 재직하는지 알 수 없지만 한 번 대답해 보라. 이것이 당신들의 본모습인가?


대통령 직속 정보기관이, 더러운 해킹이 들통나면 매번 공동성명 발표하고 야당을, 국민을 위협할 것인가? 그것이 당신들의 애국인가?


그대들 같은 정보원에게 고문당한 내가 부끄럽다, 이제는.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 2015년 7월 19일 페이스북


은수미 의원은 대표적인 비정규직 문제 전문가이자 노동 권익 운동가로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현재의 더민주인 민주통합당이 노동문제를 다룰 사람으로 영입, 비례대표 3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입니다. 작년 8월 가짜 노동개혁이 아닌 진짜 재벌개혁을 하자며 자신이 대표발의한 법인세법 개정안을 소개하는 영상을 공유한 적이 있죠. 첫 번째 주자였던 김광진 의원도 그렇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들 중 한 명입니다.




은수미 의원의 의사발언 도중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이 깽판을 치는 추태를 부리기도 했습니다. 은수미 의원 앞으로 걸어나와 "현재 발언이 테러방지법에 대한 의제와 상관이 없다"고 주장을 하자 은 의원은 "이게 의제와 관련 있다고 저는 분명히 말했고 왜 김용남 의원 혼자서 의제와의 상관 여부를 판단하느냐"고 반박했고, 이에 김용남 의원은 은수미 의원에게 삿대질을 하며 "이렇게 한다고 공천을 못 받는다"는 막말을 쏟아부었죠. 은수미 의원은 사과를 요구하며 "김 의원은 공천에 따라서 행동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다"는 사이다 발언을 했습니다. 의사발언이 끝난 뒤 김용남 의원에게 사과를 받을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어짜피 사과 안하는데요"라고 말하며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관련포스팅

눈속임 노동개혁이 아닌 재벌개혁으로 청년과 중산층에게 힘을!



포스팅을 작성하는 와중에 결국 은수미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 최장 기록을 다시 썼습니다. 오전 2시 31분부터 오후 12시 48분까지. 10시간 17분의 기록입니다. 언론에서는 오전 2시 30분으로 계산해 10시간 18분이라고 하네요. 은수미 의원이 발언을 마치고 내려와 동료 의원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포옹을 하는 모습에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그야말로 작은 거인이네요. 화장실을 가고 싶어질까봐 23일 오후 6시부터 물 한모금도 마시지 않았다는 은수미 의원. 국민들이 당신에 대해 평가를 내릴 것입니다. 성남시가 여러모로 부럽습니다. 이재명 시장에 은수미 의원까지...


첫 번째 주자로 나섰던 김광진 의원은 발언을 마친 뒤 "기록 말고 반대토론 이유를 고민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 또한 깊이 고민합니다. 다만 김광진 의원, 은수미 의원 모두 국민들이 그 고민을 할 수 있도록 고생을 마다않고 보여준 투지에 감사드립니다. 간단히 오늘 첫끼 먹고 다시 필리버스터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국회방송 및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http://assembly.webcast.go.kr/) 등을 통해 함께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어떠한 억압에서도 자유로워야 합니다. 

자기의 운명을 자기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누구도 탄압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저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 2016년 2월 24일 국회 필러버스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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