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9일 윤일,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윤년... 아일랜드 전통의 총각의 날까지

2월 29일. 윤일(閏日, leap day)이라고도 부르는 오늘은 윤년에만 존재하는 2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4년에 한 번만 돌아오는 정말 스페셜한 날이죠. 북반구에선 겨울철의 마지막 날이며, 남반구에선 여름철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죠. 음력에서는 그저 무조건 있는 보통의 날이긴 하지만요.

전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역법체계는 '그레고리력'입니다. 우리가 양력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1년의 길이를 365.2425일로 정하는 시스템이죠. 이전에 사용되던 율리우스력부터 역법상 365일을 주기로 하는 1년과 실제 지구의 공전주기에 따른 태양 위치 변화 사이의 오차를 보정하기 위해 4년마다 월의 마지막에 윤일을 두었고, 윤일이 있는 해를 윤년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 율리우스력은 325년의 춘분인 3월 21일을 기준으로 하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실제 태양회귀년보다 열흘 가까이 늦어지는 상황이 발생하자, 공의회가 교황에게 역법 개정의 권한을 부여했고, 당시 교황이었던 그레고리오 13세가 1582년 10월 4일 목요일, 다음 열흘을 삭제하는 긴급명령을 통해 다음날을 1582년 10월 5일 금요일이 아니라 1582년 10월 15일 금요일로 만들어 버립니다. 

 

뿐만 아니라 윤년을 삽입하는 방식에 수정을 가합니다. 기존 율리우스력은 무조건 4년에 한 번씩 윤년을 두었지만, 그레고리력에는 연도의 숫자가 100의 배수인 해(1900년, 2100년 등)는 예외적으로 평년으로 할 것, 단 그 가운데 400의 배수인 해(1600년, 2000년 등)는 윤년으로 할 것 등 두 가지 조건을 추가했죠. 율리우스력이 약 128년에 하루씩 늦어지기 때문에 128년 주기로 윤년을 평년으로 돌리면 깔끔하겠지만, 128의 배수는 기계로 계산하지 않으면 눈에 바로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암산하기 편하도록 100의 배수로 윤년에서 빼고, 400의 배수로는 그대로 윤년을 두기로 한 것. 이렇게 해서 1년의 길이가 평균 365.2425일로 지구 공전 365.2422일과 근접하게 나오고, 실제 태양회귀년과의 차이가  365.2425일 − 365.24219일 = 0.00031일 = 26.784초로 줄어들어 3226년에 하루 오차가 생기게 된 것.  즉 윤년의 조건은 '(4의 배수인 해 AND 100의 배수가 아닌 해) OR 400의 배수인 해'입니다. 

 

그리고 이 날이 생일인 사람은 4년에 한번 생일이 돌아오게 됩니다. 심지어 100의 배수이지만 400의 배수가 아닌 해는 평년이기 때문에 이 경우엔 생일이 8년 뒤에 찾아오는 슬픈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죠. 뭐 어쨌든 이런저런 방법을 총동원해 생일을 기념하긴 하지만, 아닌 건 아닌 것..ㅋㅋ 그래서 어지간하면 부모들이 신경을 써서 2월 29일 생일이 안되게 하는 경우가 많죠. 배우 손수현, 강정우, 이화선, 래퍼 비지, 야구선수 최주환(호적상으론 2월 28일), 거슬러 올라가면 시라소니까지...

 

몇 가지 재밌는 점들을 살펴보면요. 군 복무기간에 윤일이 들어가는 경우 군생활이 하루 더 늘어나는 셈이 됩니다. 군 복무 기간은 복무일수가 아니라 복무개월수로 계산하고, 기간의 계산은 민법의 규정에 따르기 때문이죠. 이는 징역이나 금고형을 선고받은 수감자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대해선 헌법소원이 올라오기도 했는데, 형기는 연월 단위로 계산하며, 2월이 끼어 있을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하루 덜 복역한다"는 이유로 기각됐습니다. 직장인도 역시 마찬가지구요. 다만 시급제나 일당제 노동자는 관계없는 얘기. 

 

FIFA 19에서 선수 모드 플레이를 하면 이 날짜로 생일을 정할 수 없었습니다.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도 마찬가지. 보물섬의 저자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친구의 집에서 지낼 때 그 집 소녀와 친해졌는데, 그 소녀가 자기는 생일이 2월 29일이라 지금까지 두 번밖에 없었다고 말하자, 증서를 써서 자신의 생일인 11월 13일을 소녀에게 양도해 주었다고 합니다. 아일랜드에서는 2월 29일을 '총각의 날(Bachelor's Day)'로 정해 이 날에 여성이 남성에게 프로포즈하면 무조건 승낙해야 한다는 풍습이 있다고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