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비명계, 이재명 일극 체제 비판 나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분수령으로 꼽혔던 5·6차 변론기일을 넘긴 가운데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져가면서 민주당 안팎에서 이재명 대표 체제를 둘러싸고 비판과 옹호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며 '수박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습니다.
먼저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1월 28일 SBS 유튜브 '정치컨설팅 스토브리그'에 출연, "당내에서 단단한 지지 기반을 통해서 끌고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지지도, 최근의 상황을 놓고 볼 적에, 또 국민들의 도덕성이나 사법리스크에 대한 정서로 봤을 적에 만약에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이 나온다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2심 선고에서 만약 당선 무효형이 나온다면 상당히 지장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또한 김동연 지사는 주 30시간제를 도입한 한 스타트업을 찾아 "과거 노동집약적으로 근로시간을 길게 해 생산성을 높이던 시대가 있었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고 말하며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 특례 도입을 검토한 이 대표를 우회적으로 꼬집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죠.
친문계 적자로 꼽히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지난 1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거의 매듭을 풀고 함께 미래로 갑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2022년 대선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와 총선 과정에서 치욕스러워하며 당에서 멀어지거나 떠나신 분들이 많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기꺼이 돌아오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 모욕·폄훼 발언 등을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성찰해야 답이 보인다"며 "이재명 후보가 부족했고 당의 전략이 부재했음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비로소 이기는 길이 보일 것"이라고 충고했죠. 또한 "진보를 주창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보이는 난점은 옳은 것과 그른 것의 차이가 결과에 그대로 반영될 거라 맹신하거나 혹은 결과의 차이가 커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인식"이라고 주장하기도 했구요.
야권의 대선 주자로 꼽히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7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은 자리에서 "민주당의 전통적 힘은 다양성과 포용성이다. 민주성이 보장될 때 힘과 국민의 신뢰가 가장 컸다"며 "우리 민주당의 폭을 넓히고 탄핵에 찬성한 여려 세력의 힘을 엮어 대한민국의 다음 에너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비명계의 비판이 거세지는 등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총구는 밖으로 향해야 한다" " 한가지 꽃이 아니라 수많은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백화제방'을 함께 꿈꿨으면 좋겠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지난 7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당에 대해 "환영한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말한 것을 비롯해 비명계로 분류되는 홍성국 전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하기도 했죠. 과거에도 이재명 대표는 수박 논쟁이 한창이었을 때 "한목소리만 나오지 않도록 오히려 다른 목소리를 권장하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비명계 향해 융단 폭격 나선 유시민 작가, 야권 대선 주자 인물평 논란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름을 부은 것은 바로 유시민 작가. 지난 5일 유튜브 '매불쇼'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는 이재명 일극체제를 비판한 비명계 대권주자들을 향해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고 직격했습니다. "(비명계가) 윤리적으로 틀렸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상황이 특수하다는 것"며 "12·3 내란 세력의 준동을 철저히, 끝까지 제압해야 하는 비상시국이다. 게임의 구조가 지난 총선 때보다도 극화된 상황에서, 훈장질하듯 '이재명 네가 못나서 대선에서 진 거야' '너 혼자 하면 잘될 거 같으냐'는 소리를 하면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죠.
또한 "만약 이 대표가 (대선에) 못 나가게 된다면, 이재명을 지지했던 유권자가 누굴 지지하겠느냐"고 물으면서 "'이재명이 사법리스크가 있어서 안 돼'라고 했던 사람이 아니라, 제일 열심히 싸웠던 사람에게 표를 줄 것"이라며 비명계 주자들이 오히려 이 대표와 내란 종식에 힘을 합쳐야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유시민 작가가 비명계 인사들에 대한 인물평을 한 것이 큰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유시민 작가는 김동연 경기지사를 향해 "이분은 그냥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서 지사된 사람이다. 단일화감도 아닌데 민주당으로 들어와 공천 받아 경지지사 된거다"라며 "이 대표 지지자들이 경기도에서 대선 패배를 분개하면서 김동연 지사를 밀어 겨우겨우 이긴 거다. 그런데 지금 사법리스크 운운하는 것은 배은망덕한 거다. 인간적으로 안되는 거다. 그거는 틀렸다"고 비판했죠.
또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 대해선 "대권 도전하는 것은 좋다고 본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다시 정치를 하고 싶다면 지금 국면에서는 착한 2등이 되는 전략을 써야 한다. 요 며칠간 그 기회를 반 넘게 상실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완전히 늦진 않았다고 본다"면서도 "지도자 행세를 하지 말라"고 조언했구요.
김부겸 전 총리에 대해 "자신의 역량을 넘어서는 자리를 이미 하셨다"며 혹평을 날린 유시민 작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자기 자신을 알아봐 주고 총리까지 기용해준 것에 대해서 정말 감사히 여기고 나라를 위해서 그 시기에 일한 것을 기쁨으로 간직하라"면서 "이제는 무심하게 바둑 두는 이창호 9단처럼 젊은이들과 바둑 두면서 '오늘 많이 배웠다' 이런 자세로 살아가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말하는 한편 " 2선에서 훈수 역할이 어울릴 것 같다. 제3지대 누구누구를 모아서 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책 많이 읽으고, 유튜브도 많이 보고 사시길 바란다"고 충고했습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향해선 "지난 총선 때 이미 민주당 당원이나 지지층한테 가위표가 났다. 그때 떨어지더라도 험지를 갔어야 했다"며 "그때 이미 다른 직업을 모색해 보는게 좋다. 정치가 잘 안 맞는 거 같다"고 일침을 날렸고, 김두관 전 장관에게는 "대권도전에 대한 대중의 평가가 끝났다"고 평가절하했죠.
반격 나선 친명계, "인자는 고마 해라~"
유시민 작가 뿐만이 아닙니다. 박홍근 의원은 "이재명과 다르다면 '흔들기'가 아닌 '넘기'를 보여달라"며 "새로운 리더가 되고 싶다면 이 대표를 공격할 게 아니라 주권자가 원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범국민적 촛불혁명의 정신을 개혁적 성과로 만들어냈는지 검찰총장 윤석열이 내란의 우두머리가 된 결과적 패착까지 돌아봐야 한다"고 문재인 정부를 정조준하기도 했죠.
최민희 의원은 임종석 전 질상을 겨냥해 "자당(自黨) 흔들기로 언론을 타는 것은 정치인이 망하기 시작하는 첫걸음"이라고 비판했고, 이연희 의원은 "크게 하나가 되자면서 내 책임은 빼고 남의 책임만 언급하는 것은 진정성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으며, 양문석 의원은 "너그~노무현팔이 문재인팔이 마이 해무따 아이가~인자는~고마 해라~"라고 비난했습니다.
유시민 작가의 발언 알려지자 쏟아져 나온 비명계의 발언
유시민 작가가 이재명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나서자 당 내 비명계는 그야말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습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를 비판하는 비이재명계 인사들을 두고 유 작가가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망하는 길로 가는 민주당의 모습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고민정 의원은 "지난 몇 년 동안 국회에서 가장 큰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이 대표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데 때로 풍자할 수도 있고 비판할 수도 있어야 하는 게 민주주의 사회의 당연한 순서"라며 "지난 몇 년 동안 비판의 말을 하기만 하면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강성 당원들이 비이재명계를 일컫는 멸칭)이라는 멸시와 조롱을 하는 현상들이 끊이지 않고 벌어졌고, 그때 유 작가께서 어떤 역할을 하셨는지를 오히려 묻고 싶다"고 반문했죠.
"오히려 이 대표는 많은 것들을 포용하고 통합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렇게 주변 사람들이 명비어천가를 부르고, 반대 목소리를 다 잘라버리고 손가락질한다면 어떻게 비판을 할 수 있겠냐"고 되물은 고 의원은 "김경수 지사, 임종석 실장 등의 SNS에 달린 댓글을 봤는데 초등학생 아이가 보기 어려운 지경이더라. 앞으로 자신의 의견을 숨기고 대세는 거스르지 말고 폭력에 눈 감고 손가락질당하지 않으려면 손가락질하는 쪽에 서라고 아이들에게 학습하는 것"이라며 상황을 짚었습니다.
또한 "내란을 종식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만 동시에 증오와 혐오의 사회를 어떻게 종식할 것인가에 대해 머리를 싸매고 토론하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유 전 이사장은 증오와 혐오의 사회로 치닫고 있는 것을 막으려고 어떠한 노력을 했느냐"며 거듭 유시민 작가를 비판했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김경수, 김동연, 김부겸 모두 나서달라고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인격적 공격을 하는 건 아니다"며 "(이재명) 대표 옆에서 아첨하는 사람들이 한 표도 더 벌어오지 못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지난 대선 때도 빨간불이 깜박이는 데 앞만 보고 갔다"며 "언론과 여론조사가 지속해서 경고음을 보냈지만 무시했다. 당내 역량을 통합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밀어내기 바빴다"고 말했고, "저는 서울시당과 광주시당으로부터 지원 유세를 요청받았고 흔쾌히 동의했으나 대선 캠프에서 '필요 없다' 하여 현장에 나서지 못했다"고 덧붙이며 당시 대선 캠프가 통합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주장했죠.
김부겸 전 총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쇼츠에 유시민 작가의 영상을 보는 모습을 담으며 "유시민 선생, 충고 고맙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부겸 전 총리는 "책 많이 읽으라는 충고 받아들인다. 요새 이런 책을 많이 나온다"며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를 펼쳐보였죠.
이 책은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의 저서로,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큰 극단주의 포퓰리스트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즉, 유시민 작가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죠. 김 전 총리는 "제대로 읽어보겠다. 유 작가 여러 가지 충고 고맙고, 또 제 스스로도 정말로 열심히 살겠다는 약속 드릴게요"라며 영상을 끝맺었습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최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드루킹 사건 관련해서도 말씀을 주셨던데 저는 그 부분은 유시민 작가의 충고가 맞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대한 충고는 고맙게 받아들이고, 착한 2등 전략은 아까 말씀드렸던 대로 출마를 전제로 한 조언인데 제가 진짜로 캠프를 차리게 되면 그때 가서 조언을 구해야 되는 거 아닌가 싶다"라면서 "탄핵에 힘을 모으고 설사 미래를 준비한다 하더라도 민주당에 힘을 모으고 그걸 해 나가야 되는 거 아니냐는 취지로 아마 하신 말씀인 것 같은데 그런 취지라면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얘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한편 민주당 내 소신파인 박용진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쓴 글을 통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정권은 정부정책 실패와 인사정책 실패를 반성하는 것이 당연하고,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에게 우선 책임을 묻는 것 또한 당연하다"며 "왜 우리는 그 둘 다를 인정하지 못하고 남에게 책임 떠넘기기 말싸움만 하고 있나" "지금 민주당이 친문·친명 나뉘어 싸울 때인가"라고 지적했습니다.
박 전 의원은 "대북정책, 인사정책, 부동산정책에 실망해서 돌아선 국민들을 이재명 한 명에게 책임을 묻고 몰아세우는 것으로 민주당 지지로 돌려세울 수 없다"며 친문계에 대한 쓴소리를 함과 동시에 "수위가 매우 낮은 당내 이견 표출에도 발끈해 독한 말 내뱉고 조롱하는 대응으로는 이재명의 대선 승리는 불가능하다. 오히려 이런 대응으로 선거 시작도 전에 수십만 표를 잃고 시작하고 있다"고 친명계를 꼬집기도 했습니다.
또한 박 전 의원은 "친문·친명의 눈이 아니라 계엄·내란 추종세력의 기세등등에 불안해하는 국민의 눈으로 세상을 보아야 한다"며 "다른 생각 다 쳐내는 '윤석열 식 리더십'과는 다른 리더십이 민주당에는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국민들이 민주당을 믿을 것이다. 국민의 선봉에 서서 민주당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죠.
박지원 의원 역시 "최근 갑자기 민주당을 친명(친이재명)과 비명(비이재명)으로 갈라치기 한다"며 "총구를 앞으로 향해서 옆으로 총질하면 안 된다"는 말로 야권의 단일대오를 강조했습니다.
'내가 밟고 있는 땅 >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명박 만난 김문수 노동부 장관, 조기 대선 염두해두고 물밑 대권 행보 들어가나 (0) | 2025.02.10 |
---|---|
트럼프 대통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문제 논의 나설 예정... '희토류로 갚아라" 청구서 들이미려는 미국 (0) | 2025.02.09 |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가자지구 접수할 것"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에 이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까지 군침 흘려 (0) | 2025.02.06 |
헌법재판소의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미임명 위헌 결정 연기, 그리고 최상목 권한대행의 헌재 결정 불복 시사 논란 (0) | 2025.02.04 |
'관세전쟁' 트럼프 미국 관세 무기화 정책, 캐나다·멕시코 제품에 25% 관세 부과에 보복 관세 맞대응... 떨고 있는 한국 (0) | 2025.02.02 |
홍준표 "박정희 10월 유신은 내란" 발언에 보수층 비판 쏟아져... 홍준표 "그게 내란인 걸 모르면 멍청이" 반박 (0) | 2025.02.01 |
검찰, 윤석열 대통령 구속 기소 결정... 구속 연장 불허가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공수처 갈라치기 전략 무너뜨렸다 (0) | 2025.01.25 |
트럼프 2기 행정부 불법 이민자 추방·차단 시작, '마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우경화 나선 미국 (0) | 2025.01.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