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옹호하는 권고안 통과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10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이 강행 처리되어 다음 주 최종 결정문을 헌법재판소에 보낼 예정인 가운데 사실상 국가인권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방탄에 나섰다는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번 권고안은 국가인권위원회 내외적으로 '내란 비호'라는 비판을 받으며 두 번이나 상정이 무산됐었습니다. 하지만 10일 전원위원회에서는 안창호 위원장을 비롯해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 한석훈·이한별·강정혜 비상임위원 등 6명이 찬성하며 통과됐죠.
김용원 상임위원이 주도해 발의한 권고안은 한석훈·이한별·김종민·강정혜 비상임위원이 함께 제출했는데, ▲헌법재판소 등 사법부와 수사기관에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방어권을 보장할 것 ▲윤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할 것 ▲비상계엄 선포는 고도의 통치행위에 속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문제가 됐었습니다.
안건을 주도한 김용원 상임위원은 이날 전원위원회에서 ▲계엄의 짧은 지속시간(약 2시간 30분) ▲총기 발사가 없었던 점 ▲큰 상해를 입거나 체포, 구금된 사람이 없었던 점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수괴)로 단정 짓는 상황 ▲체포 및 구속영장 발부 과정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 등을 기번 권고안의 근거로 들었죠.
권고안을 들여다보면 그냥 대놓고 '탄핵을 기각하라'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대통령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고도의 정치적 군사적 성격 지니는 통치행위에 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계엄이 단시간 동안 지속되는 데 그쳤고, 다른 국가기관의 권한행사를 불가능하게 만든 것은 전혀 없다"고 단정하는 등 윤석열 대통령 측이 헌재에서 쏟아낸 주장이 옮겨 적혀 있었죠.
이후 현재 김종민 위원은 인권위원직을 사임한 상태고, 강정혜 위원은 "이 안건의 많은 부분의 제 생각과 다르다"며 안건을 철회했었습니다. 하지만 안창호 위원장이 "강 위원이 이 사안의 '키'를 가지고 있다"며 여러 차례 강정혜 위원에게 입장을 재촉했고, 안창호 위원장이 3시간의 논의 끝에 찬성 의견을 밝힌 후 찬반 표결을 진행하자 강정혜 의원은 "안건의 내용 중 정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을 모두 삭제한다는 전제로 주문에 찬성하겠다"는 의견을 내며 권고안은 통과됐습니다.
인권위 직원들 "대신 사과", 안건 통과 반발 위원들 "안창호 위원장 사퇴하라"
이날 4시간이 넘도록 전원위를 방청했던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은 인권위 사망의 날"이라면서 "인권위의 존재 이유는 인권 탄압이 있는 곳에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번 안건 (의결)은 대통령으로부터 엄청난 인권 침해를 받는 국민이 아니라, 오히려 인권 탄압을 자행하고 있는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인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11일 50여 명의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고새 숙여 사과했습니다. 직원들은 "안창호, 김용원, 강정혜, 이충상, 이한별, 한석훈 위원은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인권위를 망치러 온 파괴자들"이라며 "이제 인권위 직원들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인권위가 지향해왔던 인권의 가치를 지켜내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강조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인권위 본연의 일을 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전원위에서 안건 통과를 강력하게 반발했던 남규선 상임위원, 소라미·원민경 비상임위원 역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적인 비상계엄으로 인해 초래된 인권침해의 문제는 외면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의 인권 보장에 앞장섬으로서 국가적인 혼란을 야기하고 인권위의 신뢰를 실추시킨 이번 의결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한다"며 "이번 의결을 주도한 인권위원장은 인권위 설립 목적과 사명을 망각하고 반인권적인 결정에 참여함으로써 인권위원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으므로 위원장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13일 공익·인권변호사 140명은 공동성명을 내고 "권력자의 비호를 위해 인권을 모욕한 안창호, 강정혜, 김용원, 이충상, 이한별, 한석훈의 사퇴를 촉구하며 이들은 대한민국 역사의 죄인으로서 기록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익과 인권을 위한 변론을 전업으로 해온 이들 변호사는 인권위 결정 직후 이를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준비했고, 20시간 만에 140명의 변호사가 연명했다고 하죠.
권고안 주도한 김용원 상임위원 "탄핵 인용되면 헌재를 부숴 버려야"
이번 권고안을 주도한 김용원 상임위원은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헌재는 야당으로부터 대통령 탄핵 용역을 하청 받은 싸구려 정치 용역 업체가 돼 재판이라는 이름의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며 "헌재가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거슬러 대통령을 탄핵한다면 국민은 헌재를 두들겨 부수어 흔적도 남김없이 없애버려야 한다"고 주장해 인권위원 자격 논란까지 불거진 바 있습니다. 하지만 안창호 상임위원은 본인이 헌법재판관 출신임에도 이러한 극단적 주장을 사실상 방관해 왔죠.
이렇게 인권위가 독립성과 전문성을 잃고, 정치적 분위기에 휩쓸리고 있는 배경은 윤석열 정부 내내 편향적인 인권위원 임명을 통해 진행된 '인권위 흔들기' 때문입니다. 이번 안건에 찬성한 인권위원들 6명 가운데 3명이 윤 대통령 지명, 2명이 여당 추천, 1명이 대법원장 지명을 받았죠.
권고안을 대표 발의한 김용원 위원(대통령 지명)은 한나라당과 더불어민주당 등 당적을 옮겨가며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력이 있구요. 자신이 인권위원장 후보 공모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자, 후보 추천위원회에 대해 "듣도 보도 못한 잡스런 수준이고 너무나 엽기적"이라며 "즉각 해체돼야 한다"고 비판을 쏟아낸 바 있습니다. 이충상 위원(여당 추천)은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의 사법개혁위원장으로 활동한 바 있습니다. 한석훈 위원(여당 추천)은 노란봉투법과 이태원특별법 제정 의견 제시에 반대했고, 지난해 9월 취임한 안창호 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소수자·여성 혐오적 인식과 극단적인 종교관을 거침없이 드러냈죠.
국가인권위원회는 한국 사회 인권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하지만 과연 현재 인권위원회 위원들에게 어떠한 인권 감수성이 있는지, 우리는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의 현실을 되짚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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