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가 종국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과 조기 대선을 염두해두고 플랜 B를 가동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범보수 대선주자 적합도 1위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첫 번째로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현재 김문수 장관은 최근 범보수 대선주자 적합도에서 22.3%를 얻으며 2위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15.1%)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비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양자대결 예상에서는 14.2%P(포인트) 차를 보이며 크게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이지만요.
김문수 장관은 19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최한 '노동개혁 대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권영세·나경원·추경호·김기현 의원 등 친윤(친윤석열)계 중진을 비롯한 여당 의원 56명이 참석했는데요. 특히 친윤계 의원들이 대거 자리하면서 친윤 세력이 '보수 적통'을 내세우는 김문수 장관에게 힘을 싣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토론회 서두에 나경원 의원이 "너무 많은 의원들이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 토론 주제가 중요해서 와주신 것 맞죠" "1등이신 분이 오셔서 그런 것 같다. 1등이셔서 (의원들이) 오셨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며 김문수 장관을 띄우기도 했죠.
김문수 장관은 이날 토론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 결과가 나오면 출마를 고심하고 있나. 확장성이 적다는 점은 어떻게 보나'라는 질문에 "저는 대한민국 가장 밑바닥 청계천에 바느질 보조로 출발했다. 공장을 7년 다녔고, 민주화 과정에서 감옥만 2번 이상 다녀왔다. 가장 어렵다는 부천 소사에서 국회의원을 3번 했고, 경기지사도 2번 했다. 사회 가장 밑바닥에서 남들이 하고 싶은 반열에 (오르는) 과정에서 약자를 보살피는 게 공직자의 첫 번째 직분이라는 점을 잊지 않고 살았다"며 중도 확장성 부족에 대한 비판을 반박했습니다.
'범보수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이유'에 대해선 "제가 정책을 발표했다던가, 다른 뜻을 밝힌 적이 없지 않느냐. 그럼에도 (지지율이) 나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너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대한민국을 매우 불행하게 할 수 있다는 걱정과 우려가 반영된 것 같다. 저는 무겁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 김문수 장관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내 헌법재판소 공정성에 대한 비판을 두고도 "헌재가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을 쉬운 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이것을 박근혜 전 대통령 때 봤는데 정말 잘못됐다 생각한다"며 "박 전 대통령이 무슨 큰 잘못을 했느냐. 헌재가 국민들의 직접민주주의 열망, 직선제를 통해 뽑은 대통령에 대한 사랑과 충성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죠.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박근혜 전 대통령 인간적으로 풀고 싶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범보수 대선주자 적합도 2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인터뷰에서 "내게 출마 여부를 묻는 것은 필요 없는 질문"이라며 "나는 늘 대선에 도전할 꿈을 갖고 있던 사람이고 버리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언급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출마하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밝힌 바 있는데요. 2월에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문수 장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한동훈 전 대표 등에 대해 회의론을 비치며 자신이 이재명 대표의 대항마로 가장 경쟁력 있는 사람이라고 자평한 바 있습니다.
또한 지난 설 연휴 기간 이회장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총재를 예방해 현 정국에 대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의 제안으로 정계에 입문한 바 있는데요. 이회창 전 총재는 과거 유승민 전 의원이 바른정당 대선 후보였던 2017년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을 탈당하면서까지 지원 사격에 나선 바 있으며, 대선 출정식에도 참석해 "유승민 의원과 같은 실력과 내공을 갖춘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면서 "다음 대통령은 유승민이 돼야 한다는 게 저의 신념"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자리가 이회창 총재의 마지막 공식 석상 모습이었죠.
이와 함께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13일 대구 수성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영락회 포럼에서 1시간 30분 가량 특강을 하는 등 연이은 TK 방문을 했고, 18일 한 방송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다 읽어봤다면서 "선거나 무슨 정치 스케줄을 떠나서 박 전 대통령하고 저 사이에 오해가 쌓인 게 되게 많은 것 같다"며 "그걸 언젠가 진짜 인간적으로 풀고 싶다는 그런 마음은 늘 가지고 있었다"고 말해 한동훈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씌워진 '배신자' 프레임을 희석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범여권 대선후보 중 유일한 현역 의원은 바로 나"
다음으로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안철수 의원은 1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 하야설에 대해 "당내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고 법적으로도 가능한 방법이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저는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 전 대통령 스스로 '언제 하야하겠다', '다음 대선은 언제 치르겠다'고 밝히면서 질서 있는 퇴진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본인이 하야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며 하야는 이미 물 건너간 일이라고 말했죠.
또한 조기 대선 준비 여부에 대해선 "큰 단체일수록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서 항상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 정당도, 정치도 마찬가지로 그건 일종의 의무다"며 "만약 조기 대선이 열린다면 대선후보군 중에서 제가 유일한 현역의원이기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인공지능특별위· 외교통일위) 등을 통해 플랜B를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다"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죠.
"만약 조기 대선이 열린다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못 만든다. 바로 (대선) 다음 날부터 일을 시작해야 한다"며 "저는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하면서 모든 부처로부터 국정 전반에 대해 보고받고 인수보고서를 작성한 사람, 후보 중 그 일을 해 본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 안철수 의원. 여하튼 어떻게든 자기 띄워보려는 시도 하나는 알아줘야 합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저서 출간으로 정치 복귀 시동 걸어
다음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19일 한동훈 전 대표는 오는 26일 출간될 예정인 '한동훈의 선택-국민이 먼저입니다'의 예약판매를 시작하면서 정치 복귀를 향한 기지개를 켰습니다. 앞서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 16일 자신의 SNS에 "지난 두 달 동안 많은 분들의 말씀을 경청하고,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며 저서를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죠. 이 책에는 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당대표를 지내며 느낀 소회와 정치 비전이 담긴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12·3 비상계엄을 막아선 과정,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하게 된 배경을 차분하게 설명할 매개체로 책을 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성 보수층에서 '배신자'라고 공격을 받고 있는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견제가 상당히 거셉니다. 안철수 의원은 "국민들이 연이어서 검사 출신 대통령을 선택하기는 어렵다"고 견제구를 던졌고,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장수는 물러날 때와 나아갈 때를 잘 판단해야 한다"며 "진격해야 할 때와 후퇴할 때를 제대로 판단 못하는 장수는 자신 뿐 아니라 많은 분들에게 해악을 끼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죠.
또한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독가스 다 풀어놓고 스멀스멀 도망갔다가 다시 스멀스멀 들어오는 한동훈 대표 행태에 대해 분노한다"고 비난했습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국민들이 윤석열 검사한테 이렇게 데었는데 (대선 때) 한동훈 검사를 찍어주겠나"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런 시선 때문인지 한동훈 전 대표는 작가 이력에 검사 시절을 누락시켜 눈길을 끌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헌재 결정 후 출마 결정해도 늦지 않아"
마지막으로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시장은 지난 1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를 주최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국민의힘 의원 절반가량인 48명이 참석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눈도장'을 찍은 바 있는데요. 비록 19일 나경원 의원실의 토론회에 참석한 김문수 장관에게 세가 밀리긴 했지만, 이날 역시 정치권 안팎에선 사실상의 조기대선 출정식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이번 개헌 토론이 대선행보와 연계돼 해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조기대선 출마를 결심한다면 시기가 언제일지 묻는 질문에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결정이 나온 후 그 문제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하며 출마 의지를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은 현재 정치 브로커 명태균에 얽힌 의혹이 불거져 나오면서 대권행보의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어 추후 행보가 주목됩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장이 섰는데 장돌뱅이가 장에 안 가겠냐"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해 12월 26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조기 대선, 정상적인 2년 뒤 대선, 임기 단축 대선 등 모든 경우를 상정해 두고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만약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될 경우 출마하겠냐는 질문에 대해 "나간다. 장이 섰는데 장돌뱅이(여러 장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장수)가 장에 안 가겠냐"며 답한 바 있습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마찬가지로 계엄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윤 대통령이 비상 대권을 행사한 것이고, 정권 찬탈의 목적이 없어 내란죄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줄곧 주장하고 있는 홍준표 시장은 19일 SBS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홍 시장의 아들이 브로커 명태균과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다는 보도에 대해 "억울한 게 아니라 내가 피해자다"고 주장하는 한편 자신은 늘 대선 후보였다면서 "지금 하는 것도 대수 시정과 차기 대선 준비"라고 밝혔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대선 출마 기자회견 통해 일찌감치 출마 공식화
마지막으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이준석 의원은 지난 2일 서울 홍대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대권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인물입니다. 자신이 22대 총선에서 승리한 것을 '동탄의 기적'이라고 언급한 이준석 의원은 "36세에 거대 정당의 당대표 당선이라는 기적을 누구도 믿지 않았다. 그리고 누구도 이기지 못할 것이라던 동탄의 기적 위에 우리가 쌓고 싶은 다음 기적은 바로 세대 교체의 기적"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죠.
지난 14일에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한 난임 트레이닝 센터를 찾아 난임 치료 지원 강화를 약속하며 "국가적으로 굉장히 우선 순위에 있는 과제이고, 이곳을 처음 방문한 것도 당연히 그런 의미(첫 번째 공약)가 있다. 세대적으로 민감도가 떨어지는 사람들이 이것에 대해 결정권을 행사하면 우선적인 투자가 일어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강조하는 등 거침 없는 기세를 보였습니다.
지난 7일 서울남부지법이 허은아 전 대표가 낸 최고위원회의 의결사항·당원소환투표 효력 정지와 당대표 직무대행 직무 정지에 관한 가처분을 기각하면서 허은아 전 대표가 당대표직을 상실함에 따라 이준석 의원의 당권 탈환까지 마쳤습니다. 지난 13일 천하람 원내대표 겸 대표권한대행이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후보에게 당무 전반의 우선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당헌·당규를 정비해 의결했기 때문.
그런데 얼마 전 '차기 대통령감으로 절대 지지하지 않는 정치인'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비호감도 1위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치고 이준석 의원이 1위에 오르면서 고민에 빠졌습니다. 브로커 명태균과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 것을 비롯해 허은아 전 대표와의 내홍으로 비호감도가 치솟은 탓.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준석 하면 떠오르는게 세대포위론·세대교체 등인데 좋게 해석하면 선거 전략이지만 나쁘게 보면 포함되지 않는 이들을 갈라치기 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죠.
일각에서는 결국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과 연대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준석 의원이 직접 대선 출마 기자회견 당시 "나는 간다면 끝까지 간다. 가다가 기름 떨어지면 (단일화하지 않고) 뛰어서라도 가겠다"라고 말했음에도, 결국 후보 단일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시각들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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