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민주당은 앞으로 중도보수를 맡아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노선에 대해 "민주당이 앞으로 중도보수를 맡아야 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18일 친민주당 성향 유튜브 방송 '새날'에 출연, '책임 있는 자리에 올라가면 설거지(뒷수습)을 하느라고 정신없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원래 역사적으로 보면 민주정권은 예외적으로 집권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소위 기득권자들이 스피커와 조직과 돈으로 집권하고, 막 해먹다가 세상을 망친다"며 "그러다 우리 국민들이 '이건 아니다'며 뭉쳐서 기득권을 넘는데, 다시 복구해 놓으면 다시 기득권으로 돌아가서 돈과 조직과 스피커를 또 장악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민주당은 앞으로 중도보수를 맡아야 한다.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며 "국민의힘은 헌정 질서 파괴에 동조한다. 상식이 없고 야당을 발목 잡는 것이 일이다"고 말하며 "우리는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갖고 있고, 진보 진영은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며 "(그전처럼) 예외적으로 집권하는 것이 아니라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고, 그래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안정적으로 발전한다"고 강조했죠.
이재명 대표는 "우리는 우클릭을 하지 않았고, 원래 우리 자리에 있는데 민주정권이 언제 경제를 경시했나"라며 "우리 경제는 전두환 시절 3저 호황 때문에 우연적으로 성장했고, 박정희의 산업화 성과도 있겠지만 그 뒤의 경제 운영 과정을 보면 민주정권이 있을 때 주가도 오르고 경제도 발전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민주당은 경제 성장을 위해 노력했다. 언제 분배만을 위해 노력했나"라며 "저들(기득권층)의 비중에서 워낙 분배와 공정이라는 가치를 버리니까, '이것도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크게 보였던 것"라며 보수 세력을 비판했죠.
"보수정당이라고 불렸던 정당들은 국방비에 투자하지 않고, 오히려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격화시켜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며 "평화가 최고의 안보 아닌가. 민주정권이 훨씬 더 안보에 유능했다"며 최근 '우클릭' 논란을 프레임으로 규정한 이재명 대표는 반도체특별법의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에 대해서도 "이게 일종의 제가 우클릭하는 증거, 깃발이 됐다"며 "왼쪽에서는 진보의 가치를 버린 핵심 사례로 의심하고, 오른쪽에서는 '이재명이 오른쪽으로 온다고 말은 했는데 가짜'라는 공격을 쌍방으로 받고 있다"며 "이런 주장도 사실은 들여다보면 차이가 거의 없어서 우리 사회에 토론이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정동영 의원은 19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럽식 기준으로 보면 민주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 정말 중도보수 정도의 정당이다"라며 "독일의 사민당(사회민주당)은 확실한 진보정당이지만 기민당(기독민주당)은 우리 기준으로 보면 거기도 굉장한 진보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한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고, 당 정책위의장인 진성준 의원 역시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정치적인 이념성향을 구태여 규정하자고 하면, 진보적인 지향을 갖고 있으나 중도보수적인 스탠스가 맞다"고 거들었습니다.
비명계 "당의 비민주성과 사당화 현상 보여주는 것"
하지만 비명계의 비판 역시 매섭습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엄중한 시기에 왜 진보-보수 논쟁을 끌어들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며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입니다. 70년 자랑스러운 전통을 가진 정당"이라고 이재명 대표를 질타했죠.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며 "우리 민주당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중도개혁정당이라고 했다. 우리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유능한 민주개혁 정당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탄핵 이후 민주당이 만들어 나갈 대한민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당내외의 폭넓은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한 번의 선언으로 민주당의 정체성을 바꿀 수는 없다"고 비판했죠.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도 19일 입장문을 통해 "당대표가 당내의 민주적 토론과 숙의 과정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민주당을 중도보수정당이라고 말했다는 게 참 놀랍다"며 "이재명의 민주당이 중도보수이면 유승민이나 안철수하고 통합하면 딱 맞겠다"고 밝혔습니다.
초일회는 "진보진영은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는 말이 진보세력은 나가라는 말인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지금까지는 민주당은 온건진보와 리버럴을 중심으로 중도보수까지 포괄하는 정당이었다. 당의 정체성은 시대정신과 지도자에 따라 약간의 변화를 수반하면서도 큰 흐름은 오랜 정당의 역사를 거쳐 정립돼 왔다"고 언급하며 "중도층을 확보하겠다고 중도보수를 이념으로 바꾸겠다는 것은 어떤 토론도 없이 정체성을 바꾸는 당의 비민주성과 사당화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고 정당의 전통과 역사, 규범을 무시하는 몰역사성을 뜻한다"고 이재명 대표를 비판했죠.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재명 대표께 묻는다. 실용을 강조하더니 이제는 민주당이 보수 정당이 되겠다는 건가. 믿을 수 없다. 비판하고 규탄한다"며 "이 대표는 어제 발언 취소하셔야 한다. 실언이라고 인정하고 민주당 지지자들께 사과해야 한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헌정주의,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행복을 향유하기를 바라는 상식적인 진보의 가치가 이 대표에 의해 소각될 순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내부 총질이라고 할 건가. 분명히 말하지만 내부 총질이 아닌 보수 저격"이라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민주당 역사가 있다. 민주당의 정체성을 바꿀 권한이 4년짜리 대표에게 있지 않다"고 지적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님들이 나서서 민주당의 노선이 중도 진보임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민주당은 기득권을 넘어 내일을 이야기해 온 정당, 보수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와 복지를 위해 목숨 걸고 투쟁해 온 정당"이라고 요구하는 한편 "이런 민주당의 역사를 지켜야 한다. 민주당은 이 대표 무릎 아래 있지 않다. 민주당의 도도한 역사는 당신의 욕망에 굴복하기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부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과거 발언이 이번 '민주당은 중도보수' 발언과 상충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2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비례정당 내에서 상위 비례대표 순번 다수를 가져가는 근거에 대해 "진보개혁 진영의 맏형으로서 책임에 상응하는 권한도 당연히 가지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한 것을 비롯해 지난 2023년 당 을지로위원회의 '민주당 재집권전략보고서' 추천사에선 "을(乙)과 함께 더 단단하게 연대하는 진보적 대중정당, 양극화와 불평등 구조를 개혁하는 유능한 민생정당이 되겠다"고 적었고, 2022년 전당대회 당시엔 ""사회 구조가 항아리형이 아닌 호리병형, 부자는 많고, 중간은 없고, 서민만 있는 구조가 되니까 우리가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이 아닌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유럽 정치 지형에선 중도우파 계열은 맞다... 거대 양당제의 문제점일
하지만 또 다른 시각에서는 민주당의 정치 성향을 딱 잘라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사실 민주당이 정치성향으로 봤을 때 중도보수가 맞다고 주장합니다. 국민의힘 및 그 전신 정당들과 쭉 대립·경쟁해온 정당으로서 범진보의 소위 '큰집' 역할을 했지만, 김대중 정부 당시 구조조정과 민영화를, 노무현 정부 당시 한미 FTA 협상 진행을 하는 등 진보좌파 선명성이 짙은 서유럽과 북유럽의 정치 지형으로 따지면 중도 혹은 중도우파 계열이 맞다는 것이죠.
빅 텐트 정당으로 내부 구성원들의 개별 성향 뿐 아니라 지지자들의 성향도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사회·문화 이슈에서는 대체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편이며, 노동권 신장이나 성소수자 인권 증진 등 진보색이 강한 정책에는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군소 진보정당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하고, 시장경제를 지지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양극화 완화를 주장하죠.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이번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그냥 '우클릭' 논란에 대한 대응이자, 조기 대선을 염두해 두고 중도 및 중도 보수 표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는 정도가 대다수입니다. 민주당을 보수정당이라고 말한 것도 아니고, 이번 발언에 대해 굳이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까요? 차라리 '민주당은 더이상 민주화 운동 정신을 계승하지 않는다'고 했으면 몰라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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