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비계삼겹살' 논란에 앞삼겹·돈차돌·뒷삼겹으로 나눈다

어렸을 적 부모님과 함께 고깃집에 외식을 가면 '로스구이'라고 쓰여져 있던 기억이 납니다. 여기서 '로스'란 '굽다', '구이'를 뜻하는 영어 '로스트(roast)'에서 유래한 외래어인데, 1980년대 한국에 부루스타가 도입되면서 주방에서 조리를 마친 고기를 가져다주는 것이 아닌 손님 앞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방식이 유행을 타며 '로스구이'라는 것이 하나의 요리 용어로 정착하게 되었던 것이죠. 뭐 현재도 이 '로스'는 '오리로스'라는 이름으로 메뉴판에서 왕왕 보이곤 하는데, 그래서인지 '로스'가 '오리구이'에만 사용하는 줄 알았다는 네티즌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제 어렸을 적의 경험이 다시금 반복될 것 같습니다. 일부 악덕 식당, 특히 제주도와 울릉도 등에서 비계가 절반 이상인 '비계삼겹살'을 판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자 정부에서 삼겹살을 지방 함량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누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3일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비효율적인 유통구조 및 사육‧거래 관행 등으로 축산물 산지 가격이 하락해도 소비자물가에 반영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인데요.

정부는 우선 ‘비계 삼겹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 삼겹살 명칭을 지방 함량에 따라 앞삼겹(적정지방), 돈차돌(과지방), 뒷삼겹(저지방)으로 구분키로 했습니다. 3년전 일부 마트에서 '삼겹살 데이'에 비계가 과다한 삼겹살을 팔아 논란이 됐으며, 최근에도 일부 돼지고기 음식점에서 비슷한 논란이 반복된 것에 따른 것입니다. 1+ 등급 삼겹살 내 지방비율 범위는 기존 22~42%에서 25~40%로 변경된다고 하네요. 가격 투명성도 높아질 예정입니다. 돼지고기 경매 비율을 현행 4.5%에서 2030년까지 10% 이상으로 높이고, 돼지거래가격 조사 공개에 참여하는 업체도 거래물량의 40% 수준으로 대폭 확대할 방침입니다. 생산관리 인증제를 도입해 시장 다변화도 촉진할 방침이구요.
계란 표기 '왕·특·대·중·소'에서 '2XL·XL·L·M·S'로, 한우 사육 기간도 단축

계란 중량 표기 방식 역시 달라집니다. 현재 계란은 왕·특·대·중·소 체계로 분류를 하는데요. 2XL·XL·L·M·S 등으로 바뀌게 됩니다. 익숙한 등급 명칭을 사용해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알기 쉽게 한다는 취지인데요. 크게 차이는 없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왕·특·대보다는 2XL·XL·L가 좀 더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질 것 같습니다. 품질 등급도 현재 '판정'으로만 명시했으나 앞으로는 계란 껍데기에 1+, 1, 2등급으로 세분화해서 표기하기로 했구요. 그 외에도 기존 산란계협회와 축산물품질평가원으로 나뉘어 있던 가격고시 방식도 축산물품질평가원으로 단일화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산란계협회가 업계에 고시가격을 따르도록 강제해 가격을 올렸다는 논란이 일었던 것에 따른 것입니다.

한우의 사육 기간 또한 생산비 절감을 위해 현행 32개월에서 28개월로 4개월 이상 단축해 비용절감을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28개월령 이하 도축 비중을 2024년 8.8%에서 2030년 20%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통상 한우 '투플러스' 등급을 받기 위해 33개월까지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농가들이 24개월·28개월령 한우로도 같은 등급을 받아 품질은 유지하면서 생산비 절감이 가능하다는 것이 농식품부 설명입니다. 정부는 농협의 유통기능을 일원화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한우 유통비용을 최대 10% 줄일 방침입니다. 과연 소비자들에게까지 이게 체감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외에도 정부는 또 소·돼지의 온라인 경매와 계란의 온라인 도매 거래를 확대하고, 축산물 가격 비교 서비스앱(여기고기)도 활성화해 가격 경쟁을 유도할 방침입니다. 안용덕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생산자단체 등 이해관계자, 관계부처와 지속해서 소통하고 협력하는 등 중점 추진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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