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요헤이 전 중의원 의장 노환으로 별세... 향년 89세

일본군의 위안부 동원 강제성을 최초로 인정하고 사죄를 표한 '고노 담화'로 유명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일본 중의원 의장이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10일 일본 교도통신은 자민당 총재와 관방장관 등을 역임한 고노 요헤이 전 의장이 지난 8일 별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장례식은 생전에 가까운 인사들과 간소히 치렀다고 전해졌습니다.

고노 요헤이 전 의장의 주요 업적으로는 역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 '고노 담화' 발표입니다. 마이니치신문 역시 이를 언급했죠. 다만 보수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고노 담화를 언급하면서 "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강제 연행'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모집에 강제성이 있었다고 언급해 화근을 남겼다"며 고노 담화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을 보였습니다.

고노 전 의장은 1967년 중의원 선거에서 예전 가나가와 3구에 자민당 후보로 출마해 처음 당선된 이후 연속 14선 의원을 지낸 정치인입니다. 1993년 자민당의 정권이 막을 내리면서 이후 자민당 총재로 취임했는데, 다니가키 사다카즈 전 총재와 더불어 역대 자민당 총재 중 유이하게 총리가 되지 못한 인물이죠.

그는 1994년 자민·사회·사키가케 3당 연립을 통해 무라야마 내각이 출범하며 자민당이 정권 구성을 다시 했을 때 부총리 겸 외무대신을 맡았으며, 이후 오부치와 모리 내각에서도 외무대신을 역임했습니다. 2003~2009년에는 중의원 의장을 지냈는데 2029일의 재임 일수는 오시마 다다모리 전 의장에 이어 일본 헌정사상 두 번째로 깁니다. 2009년 중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정계를 은퇴했죠. 장남은 지난 2021년 자민장 총재 선거에도 출마했었던 고노 다로 중의원.
이재명 대통령은 고노 요헤이 전 의장이 별세한 것과 관련해 엑스(X)를 통해 "별세 소식에 애도의 뜻을 표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고노 전 의장님은 일본 정계의 존경받는 원로로서 이웃 국가들과의 화해와 신뢰 관계 구축에 힘쓰며 한일관계의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하셨다"며 고인을 추모하는 한편 ""고노 전 의장님은 역사의 사실을 피하지 않고 교훈으로 직시해 나갈 것이며, 똑같은 잘못을 결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며 "고노 담화에 담긴 역사를 성찰하는 용기와 피해자의 아픔에 대한 공감은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해 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주춧돌이 됐다"고 평가했죠.
일본 정부 최초로 종군 위안부 강제성 인정한 '고노 담화'

'고노 담화'는 1993년 8월 4일 미야자와 내각의 관방장관을 맡고 있던 고노 전 의장이 '종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1991년 12월부터 조사해 온 결과를 발표한 것으로, "위안부 모집에 대해서는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담당하였으나 그 경우도 감언, 강압 등에 의한, 본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모집된 사례가 많다"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당시 고노 전 의장은 "전지(戰地)로 이송된 위안부의 출신지에 대해서는 일본을 제외하면 한반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당시의 한반도는 일본국의 통치하에 있었기 때문에 모집, 이송, 관리 등도 감언, 강압 등에 의해, 총체적으로 본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졌다"고 밝힌 바 있죠.

고노 전 의장은 "본건은 당시의 군의 관여 하에 수많은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다시금 그 출신지의 여하를 떠나 소위 종군위안부로서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심신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죄(お詫び)와 반성의 심정을 말씀드린다"며 공식 사죄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고노 담화'는 발표 당시 미야자와 총리가 아닌 내각의 관방장관이었던 고노 전 의장이 발표해 무게감이 약간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고노 전 의장은 관방장관 담화이기 때문에 내각 전체 입장이 아니라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담화는 일본 내각 전체 의사로 말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바 있습니다.

이후 할인 간 위안부 문제가 다뤄질 때마다 고노 담화는 지속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위안부 동원에 일본군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일본 우익에서는 담화 이후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급기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첫 번째 집권기인 2007년 3월 16일 당시 일본 내각은 의회 답변서에서 '정부가 발견한 자료 중에는 군과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기술은 없었다'는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내리면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베 신조 두 번째 집권기인 2014년 6월 20일 일본 정부는 의회에 제출한 고노 담화 작성 경위 검증 보고서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이 요식적이었다면서 담화를 무력화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으며, 같은해 3월 12일 스가 요시히데 (菅義偉) 관방장관은 "일본 정부 차원의 위안부 강제 연행이 없었고, 강제 연행을 증명하는 자료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제1차 아베 내각이 국회 답변에서 밝힌 바 있다"라며 고노담화를 부정하는 메시지를 발표해 한국 정부가 반발한 바 있죠.

하지만 보고서 검증이 이뤄지던 2014년 6월 21일 야마구치(山口)시에서 열린 강연에서 고노 전 의장은 "군 시설에 위안소가 있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많은 여성이 (위안소에) 있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고노 전 의장은 특히 특히 위안부 모집이 여러 가지 형태가 있었지만, 위안소에 들어가면 군의 명령을 받고 일했다면서 "(위안부 모집이) 강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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